*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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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성주 (진도 주민, 세월호 실종자 그림 봉사자)
세월호 참사 100일, 이번에는 진도로 가보겠습니다. 우리가 문득문득 잊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저 바닷속에는 10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진도 팽목항에는 그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눈물도 말라버린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죠. 그런데 슬픔밖에 없을 것 같은 그 진도체육관에서 요사이 간혹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한 진도 주민이 실종자 가족들과 실종자의 그림을 그려서 선물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개인 초상화뿐만 아니라 실종된 가족까지 한 자리에 넣은 가족 그림을 그려드릴 때 그렇게들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이 훈훈한 이야기의 주인공 직접 만나보죠. 진도 주민이세요. 정성주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정성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보니까 정성주 씨가 화가는 아니시고 남편이 화가시네요?
◆ 정성주> 남편이 화가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정성주 씨는 어떤 역할을 하시는 거예요?
◆ 정성주> 저는 지금 24개월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기 엄마, 주부고요. 남편을 꼬셔서 남편에게 부탁을 해서 이렇게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주면 어떻겠느냐 하는 마음에.
◇ 김현정> 제안을 하신 거군요?
◆ 정성주> 그리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부모님들께도 먼저 말씀을 드렸더니 의외로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셔서 제가 사진을 받아오고 그 사진을 남편이 그림을 그려서 그 완성된 그림을 제가 전달하는 그런 역할을 해 줬습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사랑의 메신저시네요. 2살짜리 아이를 등에 업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뭐라도 내가 좀 하고 싶은데’ 하다가 생각한 것이 일종의 남편의 재능기부가 된 거예요.
◆ 정성주>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총 몇 편이나 선물하셨어요?
◆ 정성주> 그림을 다 하면 한 30장이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첫 번째 그럼 누구의 그림이었습니까?
◆ 정성주> 현철이의 캐리커처가 먼저 그려졌습니다.
◇ 김현정> 실종자 현철이의 캐리커처. 완성된 작품을 딱 갖다드리니까 뭐라고들 하세요, 반응이 뭐였습니까, 첫 작품?
◆ 정성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너무 슬퍼서 그림을 똑바로 못 보겠다 하셨었고. 아버님도 보시고 주변 분들이 보시고 ‘와~’ 하시면서 ‘저도 그려주세요’, ‘나도 나도’, ‘우리 애도 그려주세요’ 이렇게 부모님들이 반응을... 또 지현이 아버님께서 특별히 부탁을 하셨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정성주> 물속에 있는 우리 아이는 얼마나 추울까 그러시면서 초상화로 그려달라 그리고 건네주신 사진이 따뜻하게 털모자, 털옷 파카를 입고 있는 사진을 주셨어요.
◇ 김현정> 겨울사진을.
◆ 정성주> 그래서 ‘아버님 이건 눈도 한쪽 가려지고 그리기 힘듭니다’ 제가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이 제일 먼저 그 사진을 보면서 아버님 마음을 모르겠느냐고 아이가 추워 보였으면 볼 때마다 따뜻해지는 이 그림을 원하시는 것 같다고 그래서 아버님 마음을 담아서 그 사진을...
◇ 김현정> 저 그 사진 봤거든요. 그 파카 입고 예쁘게 생긴 소녀 하나가 서 있는 모습인데. 보니까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아버지는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아버님은.
◆ 정성주> 그 사진을 보시고 어머님은 지금도 그 사진을 매일 주무시기 전에 끌어안고 주무신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아이들 사진 보면 그냥 무조건 다 우시기만 할 것 같은데 간간이 웃음소리가 나는 건 어떤 사진 보고 그렇게들 웃을 일이 생기시는 걸까요?
◆ 정성주>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아이들 학원 보내고 학교 보내느라 여행도 많이 못 가서 가족사진이 별로 없다, 그러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 김현정> 온 가족이 들어가 있는 사진이 사실은 별로 없어요, 중․고등학교 되면서부터는 맞아요.
◆ 정성주> 그래서 어머님 얼굴, 아버지 얼굴. 그리고 다른 영정 사진이나 어머니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아이 사진들을 참조해서 가족이 손잡고 있는 그림을 캐리커처로 그려드렸더니 너무들 좋아하시고 행복해하시고 그러셨어요.
◇ 김현정> 바로 그거군요. 가족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고 그냥 이렇게 예고도 없이 보내버린 게 너무도 아픈데 우리 아이랑 손 꼭 잡고 온 가족이 한 장에 담겨 있는 그림 받을 때 그 흐뭇함. 그 행복함. 잘하고 계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이 절로 나오는데 팽목항 이야기 지금 나누고 있습니다. 정성주 씨 지금 실종자가 딱 10명이잖아요. 그래도 유가족들 이야기는 자주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데 도대체 진도에 남은 우리 실종자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 건지. 소식을 알 길도 별로 없어요. 이분들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금?
◆ 정성주> 실제로 신문과 기사에서 또 인터넷 뉴스에서 정말 검색하기조차 너무 힘든 실정이 되었고요. 가족 분들은 여기 체육관이 굉장히 습하고 많이 덥고 모기도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찾아서 정말 뼛조각 하나라도 가지고 돌아가야겠다는 그분들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져서.
◇ 김현정> 특히 가슴 아픈 이야기가 하나하나 가슴 아프지 않은 이야기 없겠습니다마는 특별히 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을까요?
◆ 정성주> 제가 그림을 못 그려드린 가족이 있는데요. 많이 알려진 6살 지연이 이야기가 있죠. 지연이 혼자만 살아남고, 아빠와 오빠는 아직 찾지도 못하고 엄마는 한참 전에 발견돼서 여기 팽목항 냉동실에 계속 계셨는데 엄마가 베트남 분이세요, 한국 분이 아니시고.
◇ 김현정> 지연이 엄마.
◆ 정성주> 베트남에서는 사망자 시신을 90일 이상 놔두지 않는다는 그런 장례풍습이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얼마 전에 조촐하게 어머님만 먼저 장례를 치러드리고 너무 어린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해서 지연이네 가족은 제가 차마 그림 그려드리겠다는 이야기도 아직 못 꺼내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 6살 지연이. 혼자 구출된 그 6살 지연이 말씀하시는 거죠? 지연이 지금 어떻게 지냅니까?
◆ 정성주> 아이 혼자서 엄마, 아빠 언제 오냐고. 왜 나만 두고 이사 갔냐고 그런 이야기를...
◇ 김현정> 지연이가 그렇게 어린데도 상황파악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 당시 상처가 너무 컸던 건지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어한다, 이런 얘기도 듣기는 했어요.
◆ 정성주> 네, 여러 가지 트라우마로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 김현정> 정성주 씨 이분들 곁에서 끝까지 남아서 큰 위로가 되주시기를 제가 부탁드리고요. 이분들에게 가끔씩이라도 정말 웃을 수 있는 기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림 그리는 그 손길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정성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진도체육관에 남아서 실종자들의 그림을 그려주고 계신 가족이세요. 화가 가족의 아내 분이십니다. 정성주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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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24(목) "실종된 딸 그려드리니 끌어안고 주무시네요"
201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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