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위한 그림책 <얼음땡>, 아빠들이 읽었으면.."
-광주 알린 <26년>, 가장 애착가는 작품
-지문까지 완성후 연재 시작하는 스타일
-독서실에서 고3과 경쟁하듯 치열한 작업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풀 (만화가)
인터넷만화 '웹툰'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분의 작품을 보면서 숨죽이고 스크롤을 내리셨을 겁니다.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등등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화가 강풀 씨. 강풀 씨가 최근 따끈따끈한 신작을 가지고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화가 아니라 창작 그림책입니다. 사랑스러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하는데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만화가 강풀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강풀 씨 안녕하세요?
◆ 강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마지막 웹툰 연재 끝내신 게 작년 10월인데, 그동안 이 그림책 그리면서 지내셨던 거예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 강풀> 그동안 연재 끝나고 좀 쉬었고요. 그리고 제 아이가 이제 19개월 됐거든요.
◇ 김현정> 딸아이?
◆ 강풀> 네, 아내랑 같이 아이 키우면서 지금 어느 정도 나온 그림책 작업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우리 강풀씨도 직접 육아도 하시는 거예요?
◆ 강풀> 하긴 하는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마음 같지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육아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부분은 어떤 부분이던가요?
◆ 강풀> 아직 어리니까 말이 잘 안 통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19개월이니까.
◆ 강풀> 밤에 얘가 왜 안 잘까, 왜 울까. 그런 생각 하면서...(웃음)
◇ 김현정> 사실 매주 연재하는 것도 작가들한테는 상당히 피 말리는 일이라고 제가 알고 있는데 만화 연재와 육아 중에 하나 고르라, 뭐가 더 힘드냐 하면 뭘 고르시겠어요?
◆ 강풀> 육아가 더 힘들죠. 진짜로 그걸 제가 많이 느껴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아주머니들 보고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얘기하잖아요. 진짜 뭘 몰라서 하는 얘기 같아요. (웃음)
{IMG:2}◇ 김현정> 그 귀여운 딸, 나를 힘들게 하면서도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딸을 위해서, 딸에게 남기고픈 이야기를 담아서 낸 그림책이 바로 '얼음땡'. 왜 제목이 '얼음땡'이죠?
◆ 강풀> 얼음땡, 요즘도 많이 놀이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놀이 같아요, 얼음땡이.
◇ 김현정> 내가 얼음 하면 누군가 와서 땡 하고 쳐주는, 그래야 그때부터 움직일 수 있는 이 놀이?
◆ 강풀> 네. 그 책 자체가 얼음땡 놀이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심플하게 '얼음땡'으로 지었습니다.
◇ 김현정> 이 동화책을 통해서 딸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남겨주고 싶으셨던 거예요?
◆ 강풀> 그냥 아빠 어렸을 때 이랬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요. 엄마들이 아이한테 읽어주는 책은 많은 반면에 아빠의 관점에서 아이한테 읽어주는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더라고요. 이 책은 아빠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맨날 엄마들만 동화책 읽지 말고 아빠들이 애 앉혀놓고 읽어주면 쉽게 읽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아이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빠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네요?
◆ 강풀> 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나저나 강 풀 씨 연재작이 현재 10여 편이 넘죠?
◆ 강풀> 지금 장편으로만 11편이 됐습니다.
◇ 김현정> 모두 정말 큰 사랑을 받았는데 정작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 꼽으라면 어떤 것 꼽으세요?
◆ 강풀>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26년' 같습니다. 가장 힘들게 작업하기도 했었고, 지금10여 년간의 만화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아, 이것은 내가 정말 그리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26년' 같습니다.
◇ 김현정> 왜 '26년' 그릴 때 특별히 더 힘드셨을까요?
◆ 강풀> 예를 들어서 저는 만화그릴 때 목적은 항상 하나예요. '재미있어라'거든요.
◇ 김현정> 읽는 사람이 재미있어라?
◆ 강풀> 읽는 사람이 재미있으면 그냥 그것으로 만족하거든요, 내 만화를 보는 동안. 그런데 11편의 만화 중에서 유일하게 목적의식을 갖고 그린 것은 '26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26년'은 광주를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80년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이 모른다는 것은 그 친구들 잘못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좀 알고있는 세대가 전달자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고, 이 목적의식을 가지면 좀 재미없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 김현정> 뭔가 가르치려고 하다 보면 재미없어질 수가 있어요.
◆ 강풀> 그렇죠, 의미가 재미를 넘어서버리면.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게 작업을 했었는데 그래서 더 애착이 가네요.
◇ 김현정> 그런데 저는 굉장히 궁금한 게 강풀의 만화는 탄탄한 스토리,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그 스토리가 굉장한 강점이고 그것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거든요. 그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그 아이디어들을 어디서 포착하세요?
◆ 강풀>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데 순간순간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잘 잡아서 구체화시키는 게 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만화를 연재하거나 뭘 할 때마다 연재기간 전에 모든 이야기를 다 끝내놓고 들어가거든요. 그 스토리를 완벽하게 다 써놓고 들어가거든요.
◇ 김현정> 연재 시작하기 전에 다 작업을 끝내놔요?
◆ 강풀> 인터넷에 연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의견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거기에 흔들려서 내가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흔들릴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완벽하게 이야기를 다 써놓고 들어갑니다.
◇ 김현정> 어떤 작가는 제가 듣기에는 이야기 안 떠오를 때는 아예 산에 들어가서 작업한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작가는 화장실에 들어가야 뭐가 떠오른다, 자기만의 방법이 있던데 강풀 씨는 작업할 때 어떻게 하세요?
◆ 강풀> 동네 독서실 갑니다.
◇ 김현정> 독서실이요? 고등학생들 공부하는 그 독서실, 칸막이 독서실?
◆ 강풀> 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독서실이 가장. 그리고 또 다른 학생들 열심히 공부하는 것 보면 지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 ... (웃음)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 학생들 진짜 너무들 열심히 하더라고요, 학생들 볼 때마다. 그래서 몇 년째 계속 독서실 다니고 있어요.
◇ 김현정> 재미있네요. 강풀 씨가 굉장히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있는 분이네요. 독서실에서 칸막이 딱 쳐져 있는 그 어두컴컴한 데서 고3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스토리를 완벽하게 써내는...
◆ 강풀> 고3 학생들은 밤 늦게 오고요. 저는 주로 낮 시간에 가 있어서 고시 공부하는 아저씨들하고 같이 사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나저나 새 만화연재를 목 빼고 기다리는 팬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연재는 언제 시작하실 생각이세요?
◆ 강풀> 한 10월 초에 들어갈 것 같아요, 연재가.
◇ 김현정> 10월 초에? 어떤 작품인지를 조금만 힌트를 주실 수도 있나요?
◆ 강풀> 비밀입니다. (웃음)
◇ 김현정> 영업비밀입니까?
◆ 강풀> 네. (웃음)
◇ 김현정> 장르는 어느 쪽이에요, '26년' 같은 거예요, 순정만화 같은 거예요?
◆ 강풀> 호러만화가 될 것 같습니다. 공포만화.
◇ 김현정> 공포만화 그리고 계세요?
◆ 강풀> 네 그럴 것 같아요. 지금 이야기를 2개 써놓고 비교하고 있는데 아마 호러가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작품도 기대하면서 앞으로 좋은 그림책도 계속 기대하고요. 좋은 웹툰도 기대하고, 육아도 좋지만 만화 그릴 힘은 좀 남겨두셔야 됩니다. (웃음)
◆ 강풀> 그렇죠, 그렇게 해야죠. 그래야지 또 애도 키우니까. (웃음)
◇ 김현정> 강풀 씨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강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