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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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의 미스터리 '쌍둥이 소수'를 아시나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
◇ 김현정>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수학천재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바로 100년 넘는 전통의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대회에서 젊은 수학자들에게 주는 상이 하나 있습니다, 필즈상. 이게 수학계의 노벨상 같은 건데 이 상의 수상자들도 하나하나 화제가 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이 필즈상을 타지 못했습니다. 참 학생들이 수학 잘하기로는 어디서 빠지지 않는데. 그래서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언제나 상위권인데 도대체 왜 한국에서는 필즈상을 받을 만한 수학자가 나오지 않는 건지, 궁금하시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미스테리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이시고요. 포스텍 수학과의 교수십니다. 박형주 조직위원장 연결해 보죠. 박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박형주>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큰 대회 치르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 박형주> 좀 바쁩니다.
◇ 김현정> 그렇시죠.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대회네요?
◆ 박형주> 그렇죠. 올림픽과 형식이 아주 비슷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수학계의 올림픽, 이렇게 말할 수 있네요.
◆ 박형주> 네.
◇ 김현정> 대회에서 특히 또 주목받는 것이 필즈상 시상식인데. 이거 어떤 의미입니까?
◆ 박형주> 노벨상에는 수학상이 없기 때문에 필즈상이 생겼는데 조금 형식은 다릅니다. 그러니까 노벨상은 이제까지 업적에 대한 어떤 인정의 의미가 강하고 필즈상은 이제까지 수상업적뿐 아니라 앞으로 쌓을 업적을 통하여 인류에게 기여하게 하기 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40세 미만의 수학자만 받을 수 있다, 이런 규정이 있는 거군요.
◆ 박형주> 그렇죠.
◇ 김현정> 올해도 보니까 4명이 상을 받았는데 특히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필즈상을 받아서 화제예요.
◆ 박형주> 그렇죠. 이제까지 총 52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이번에 4명이 받아서 56명이 됐습니다. 그중에 유일하죠.
◇ 김현정> 1936년부터 시작된 상인데 어떻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성수상자가 없었다 는 말입니까?
◆ 박형주> 그렇죠. 그래서 실제 이번에 수상한 미르자카니 교수가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이제 곧 10년 안에 양성의 균등한 기여가 생길 것이다, 이런 취지로 발언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교수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자냐 남자냐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단 한 번도, 단 한 명도 필즈상 수상한 사람이 없습니다.
◆ 박형주> 네, 없죠.
◇ 김현정> 저는 그런데 다른 분야면 모르겠는데 수학이잖아요. 우리 10대들 세계 어느 나라로 유학 가도 수학 잘하는 걸로는 유명하고,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거든요.
◆ 박형주>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왜 위대한 수학자는 아직 1명도 나오지 못한 걸까요?
◆ 박형주> 저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처음 알았던 사실이 어떤 게 있냐하면, 이 4명 중에 3명이 1995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같이 경쟁을 했던 사이였더라고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만나서 선의의 경쟁을 하다가 지금 19년 만에 다시 만나서 필즈상 수상자가 된 거죠. 이런 것들을 보면 유년기 또는 어릴 때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맛을 느끼는 경험이 결국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한국 아이들도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 김현정> 그러니까 제가 그 부분 질문이에요. 올림피아드 잘하는 걸로는, 우리도 가서 휩쓰는데.
◆ 박형주> 그렇죠. 제가 어제 그래서 이분들하고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결국 차이가 생긴 것은, 이분들은 결국은 당장 논문을 빨리 많이 써야 하는 강박관념과 압력 없이, 시간이 필요하고 깊이가 필요한 그러면서도 만약에 풀린다면 정말 세상에 큰 임팩트를 주고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그런 연구치를 잡았던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대신에 리스크가 큽니다, 위험도가. 만약 못 풀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박형주> 우리하고 기본적인 차이는 한국에서는 우리 젊은 학자들이 정말 유망하고 정말 촉망한 학자들이 많은데 그런 리스크를 택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당장에 취직도 해야 되고 승진도 해야 되니까요.
◇ 김현정> 이런 수학자들, 어려운 문제 하나 택하면 그 문제 푸는 데 길게 걸리면 얼마나 걸립니까?
◆ 박형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50년이 걸려서 풀렸죠, 1995년에.
◇ 김현정> 350일이 아니라 350년이요?
◆ 박형주> 네. 이번에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기조강연을 한 황준목 교수 같은 경우도 아마 10년 정도 한 문제를 붙잡고 있었을 겁니다.
◇ 김현정> 무슨 문제면 그게 10년이나 걸립니까?
◆ 박형주> 지금 2,500년을 끌어오다가도 안 풀리고 있는데 최근에 돌파구가 마련된 그런 쌍둥이소수 같은 문제도 있는데요.
◇ 김현정> 쌍둥이소수. 어떤 건가요, 쌍둥이소수.
◆ 박형주> 소수가 3하고 5 둘 다 소수죠. 그리고 5하고 7 소수입니다. 11하고 13 사이가 2밖에 안 나죠.
◇ 김현정> 그렇죠.
◆ 박형주> 이렇게 소수차이가 2밖에 안 나는 그런 소수를 쌍보고 우리가 쌍둥이소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11, 13, 17, 19 점점 올라가면 그다음부터 붕붕 뛰죠, 드물어지지 않습니까, 쌍둥이소수 쌍이?
◇ 김현정> 그렇네요.
◆ 박형주> 그럼 이렇게 점점 드물어지니까 어딘가에서 끝날까라고 질문할 수 있겠죠. 아니면 이게 무한히 갈까요?
◇ 김현정> 아... 저한테 지금 물어보신 건가요?(웃음)
◆ 박형주> 이 문제가 2,500년 동안 아직도 수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왜 수학자들이 아직도 2,500년 동안 포기를 안 하고 붙잡고 있냐하면, 소수라는 것이 너무 신기한 놈이어서 이걸 가지고 암호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최근에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우리 개인정보를 보유하는 암호에 이런 게 쓰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에 답을 못한다는 게 우리가 아직도 소수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있다는 거거든요,
◇ 김현정> 참 신비롭네요, 수학이라는 것이.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교수님, 그러니까 아주 뛰어난 학생들 말고, 보통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 잃지 않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수학 하면 경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왜 이렇게 수학을 다 어려워하는가,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형주> 지금 저희가 주로 입시중심의, 거기다가 4지선다형의 평가를 하다 보니, 하다 보면 어렵죠. 그런데 이 어려운 걸 내가 왜 해야 되는지를 아무도 설명 안 해 주는 거예요. 지금 수학이 정말 산업을 바꾸고 난관을 해결하고 미술이나 음악에서도 역할을 하고, 아름다운 측면과 유용한 측면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수학이나 과학과 관계없는 인생을 살지라도 이게 나한테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런 걸 보여줘야 되거든요.
◇ 김현정> 흥미를 줘야 되는 거군요. 호기심을 자극해줘야 되는. 그저 시험을 위해서 해야 돼,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풀어야 돼. 우리는 계속 그런 얘기만 하잖아요.
◆ 박형주> 맞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미적분도 학생들이 참 싫어하는 내용인데. 미적분을 처음 만든 아이작 뉴턴은 별의 운동, 천체운동을 기술하려고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당시 이런 개념이 왜 나왔는지 이런 것들을 역사와 함께 가르쳐야 되는데 저희가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수학 역사를 저는 정말 배워 본 적이 없네요, 그러고 보니까. 오늘 참 배울 것이 많은 말씀들, 좋은 말씀들 주셨는데. 그럼 교수님, 한국에서 필즈상 수상자는 도대체 언제쯤 되면 나올까요?
◆ 박형주> 저는 굉장히 낙관적입니다. 만약에 풀린다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그런 연구 주제를 잡고 있는 한국 학자들 제가 압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에 저는 당장 다음 번도 가능하지 않나라고 저는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다음 번이면 4년 뒤에도 그분들이 그 안에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주제를?
◆ 박형주> 그렇게 저는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 주제를 갖고 지금 풀고 계시는 한국 수학자들이 몇 분이나 계세요?
◆ 박형주> 저도 서너 명 이상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서너 명 이상이. 그분들, 그 젊은 수학자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이슈 만들어냈으면 좋겠네요. 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정말 위대한 수학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런 사회풍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오늘 생각해 보게 됩니다. 교수님,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박형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