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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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2(금) 세상에서 가장 싼 그림 그리는 화가
2014.08.22
조회 120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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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재민 (화가)

요즘 도심 문화의 거리나 놀이공원 같은 곳 지나다 보면 하얀 캔버스에 정성스럽게 얼굴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들, 볼 수 있죠. 이때 보통 30분 이상은 꼬박 얌전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데 서울 홍대 앞에 가면 눈 몇 번 깜짝할 시간에 초상화를 완성하는 분이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냐 하면 10초 만에 한 장이 나옵니다. 게다가 가격도 10원이랍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10초 초상화를 그려온 분, 화제의 인터뷰 초대할 만하죠. 10초 초상화 작가 장재민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납니다.

◇ 김현정> 장재민 씨 안녕하세요?

◆ 장재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정말로 딱 10초면 됩니까?

◆ 장재민> 정확히 10초는 아니고 한 15초나 23초쯤까지... 제가 조금 더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10초나 15초나 비슷하네요(웃음).

◆ 장재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보통 우리가 초상화 그린다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이젤에다가 도화지 큼지막한 거 하나 놓고 얼굴 한번 보고 연필로 스케치하고 또 얼굴 보고 이런 장면을 생각하게 되는데 10초 안에 초상화 한 장, 15초 안에 초상화 한 장이 정말 가능한가요?

◆ 장재민> 빨리 그릴 때는 눈과 코의 비례라든지 코와 입의 비례라든지 이런 비례 관계가 더 중요한 거라서 이게 뭐 그렇게 크게 실수 안 하고 이러면 그래도 그나마 닮게 나오거든요.

◇ 김현정> 비례를 잘 맞춰서 그리면 그 사람의 인상이 담기는 거군요?

◆ 장재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가격이 10원이에요?

◆ 장재민> 운율을 맞추다 보니까.

◇ 김현정> 10초에 10원.

◆ 장재민> 네, 운율을 맞추다 보니까. 사실은 가장 싼 그림이 되고 싶었어요. 1원 하기에는 1원짜리가 시중에 없고 그러니까 10초고, 10원이고 이렇게 재미있게 하자 이래서 윤율을 한번 맞춰봤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서 제일 싼 그림이 되고 싶었다. 그거 희한하네요. 세상에서 내 그림이 가장 가치 있는 가장 비싼 그림이 되고 싶다라는 화가는 제가 본 적이 있지만 제일 값싼 그림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화가는 저 처음 보네요.

◆ 장재민> 그러니까 그림이 비싸야지만 인정을 받고 또 좋은 그림으로 분류되는 게 좀 불편한 시각이 있어서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10년 전에요?

◆ 장재민> 네.

◇ 김현정> 그러면 전공은 일단 미술 하신 겁니까?

◆ 장재민> 네, 미술은 미술인데 디자인하고 있고요. 지금도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본래 직업은 디자이너. 그러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홍대 거리로 와서 사람들을 10초만에 10원 받고 그려주시는?

◆ 장재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거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10년 전에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신 거예요.

◆ 장재민> 프리마켓이라고 홍대 앞에 예술 시장이 있는데 거기에서 아트 피스 같은 것들 만들어서 팔다가 잘 안 팔리고 할 일도 없고 친구들하고 옆에서 이런 일 하면 재미있겠다, 저런 일 하면 재미있겠다 장난치다가 말 나온 김에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하게 된 게 이렇게 시작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제1호 초상화의 주인공은 누구였습니까?

◆ 장재민> 바로 옆에 같이 장사하던 사람, 그 사람입니다.

◇ 김현정> 옆에 길거리에서 프리마켓 장사하던 친구, 동료?

◆ 장재민> 예,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10원을 받고 10초 안에 그려주고. ‘어, 이거 괜찮네’, ‘이렇게 하니까 또 보람이 있네’ 이 보람을 찾으신 거예요?

◆ 장재민>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데 이제 하루 이틀 이렇게 계속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100명 서던 분들이 200명이 되고 300명이 되고 막 이렇게 늘어나는 거 보면서 이게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그림에 의미를 찾게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100명, 200명 얘기하셨는데 그러면 지금은 도대체 한 시간에 몇 명이나 줄을 서고 몇 명이나 그려주시는 거예요?

◆ 장재민> 한 시간당 100명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럼 2시간에 200명?

◆ 장재민> 네, 그 정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200명의 초상화, 2시간이라고 제한하지 않으면 줄이 엄청나게 길겠어요?

◆ 장재민> 처음 시작할 때는 5시간, 6시간 이렇게 쭉 했으니까 하루에 700명도 그리고 이랬었죠.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종이 값도 안 나오는 거 아닌가요, 10원이면?

◆ 장재민> 예, 그런데 제가 써놔요, 앞에다가 거스름돈이 없다고.

◇ 김현정> (웃음) 거스름은 안 주시네요.

◆ 장재민> 어떤 분은 100원도 내시고 1000원도 내시고 이럽니다.

◇ 김현정> 1000원도 내시고. 제일 큰 돈 그럼 받아본 건 얼마까지 받아보셨어요?

◆ 장재민> 지금 10년 하면서 5만원 한번 제일 큰돈.

◇ 김현정> 와, 5만원?

◆ 장재민> 끝나고 나서 보니까 5,000원인 줄 알았는데 5만 원짜리가 있어가지고 깜짝 놀라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뭔가 감동이 있었던 분이네요, 그분은.

◆ 장재민> 네.

◇ 김현정>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 장재민> 그러니까 어린 분들이 또 그렇게 오세요.

◇ 김현정> 어린이들?

◆ 장재민> 네.

◇ 김현정> 꼬맹이?

◆ 장재민> 막 울고 불고 난리 나는데 그리기 전에 울면 그래도 그리기 싫은가 보다 그러는데 그리고 나서 울면 저도 같이 상처를 받고 그러죠.

◇ 김현정> 그림을 줬는데 울어요?

◆ 장재민> 어린이들은 아무래도 자기 얼굴에 대해서 좀 약간 객관화가 부족하잖아요, 어른들에 비해서.

◇ 김현정> 어른들도 부족해요, 사실은(웃음).

◆ 장재민> 네, 많이 부족하세요(웃음), 어른들도 많이 싫어하는데 어른들은 울지는 않는데 아이들은 당장 울어버리니까.

◇ 김현정> 이게 나냐면서 내가 이렇게 못생겼냐고?

◆ 장재민> 네, 그렇죠. 되게 무서워해요.

◇ 김현정> 무서워해요?

◆ 장재민> 그런 게 약간 좀 가슴 아프죠.

◇ 김현정> 재미있네요. 그런 손님 기억나고. 10년 동안 이렇게 죽 그려오셨으면 지금 한 몇 명이나 그려주셨을까요, 초상화를?

◆ 장재민> 4만 3942명입니다.

◇ 김현정> 정말 많이 그렸네요. 4만 3000.

◆ 장재민> 그런데 10년 그렸으니까...

◇ 김현정> 대단합니다.

◆ 장재민> 게으르게 했죠, 사실은.

◇ 김현정> 보니까 지금 나이가 스물아홉이신데 그러면 주말이면 한창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가야 되고 이럴 텐데 이렇게 주말을 매번 반납해도 괜찮으시겠어요?

◆ 장재민> 그런데 남들 주말에 낚시하러 가거나 레포츠 활동하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이거 초상화 작업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하고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희열 같은 게 있거든요. 공연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 매력, 남들이 낚시 가듯이 등산 가듯이 나는 거리로 종이를 가지고 연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러 간다. 멋있습니다, 화가 장재민 씨, 지금까지 그린 초상화 골라서 전시회 한다는 소식도 제가 들었는데요. 전시회도 잘 하시기를 바라고요.

◆ 장재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상에서 가장 싼 그림 그리는 장재민 씨 오늘 고맙습니다.

◆ 장재민>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