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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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봉지 씌운듯 숨쉬기 어려운 상태
- 고문체험, 훈련 아니라 고문되어서야
- 美, 英에선 옆에 앉아 분 단위 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지난 2일 밤 특전사 부사관 2명이 포로체험 훈련을 하던 중에 사망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죠. 이 포로체험훈련, 올해 새로 도입된 훈련 방법이라고 하는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 훈련 중에 군인들은 고통을 느꼈고요. 그래서 중간에 10분 가까이나 살려 달라, 죽을 것 같다. 이런 호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관들이 이를 묵살한 겁니다. 이 기막힌 사고,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고 가야겠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에 양욱 연구위원 연결을 해 보죠. 양 위원님 안녕하세요?
◆ 양욱>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문제가 된 이 포로체험 훈련, 올해 처음 도입된 건데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훈련입니까?
◆ 양욱> 원래 이런 포로체험 훈련이라는 것은 해외 군대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을 많이 해온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에는 SERE 훈련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특수부대원들이나 조종사처럼 적 후방에 고립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생존하고 어떻게 도망치다가 혹시라도 포로로 잡혔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될지 이런 걸 가르치는 훈련입니다.
◇ 김현정> 말 그대로 포로가 됐을 때를 상정해서, 살아남는 방법 터득해 봐라. 이런 훈련이에요.
◆ 양욱> 그렇습니다. 보통 포로로 잡히게 되면 고문을 하는 경우들이 꽤 있습니다.
◇ 김현정> 있죠.
◆ 양욱> 실제 북한 같은 경우를 보면 1968년도에 푸에블로호라고 하는 미 해군함을 납치하지 않았습니까? 이때 그 인원들을 거의 12개월 동안 억류하는데 그동안 굉장한 고문들을 가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훈련 내용 중에 북한의 고문 같은 것을 상정해 놓은 그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것을 우리가 처음으로 도입한 건데 어떤 식으로 훈련했는지 잘 그림이 안 그려집니다. 그러니까 훈련받은 10명의 군인들을 각각 독방에 넣었다고요?
◆ 양욱> 네, 그렇습니다. 독방에 넣고 손발을 결박한 다음에 머리에 두건을 씌웠는데요. 이게 원래는 어떤 것이냐 하면 두건을 씌워 앞을 보지 못하게 해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 김현정> 실제로 포로로 잡히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 양욱> 그렇죠. 또 대부분 포로를 잡아갈 때 머리 위에 뭘 일단 씌웁니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요. 문제는 훈련하는 과정에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두건을 썼다고 합니다.
◇ 김현정> 폴리에스테르 재질이라면 이게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까?
◆ 양욱> 그러니까 아주 손쉽게 얘기하면 신발주머니 같은 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신발주머니를 머리에 씌운다고 하면 이것은 비닐봉지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이걸 머리 위에 씌웠을 때는 거의 숨쉬기 어려운 상태거든요.
◇ 김현정> 통풍이 안 된다는 말이네요, 그러니까.
◆ 양욱> 그렇죠. 통풍이 거의 되고요. 보통 그래서 아랫부분을 잘 안 조여 놨다고 합니다. 아래 쪽은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해 놨다고 하는데, 그런데 그 자체로도 1시간 이상 버티는 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지금 목 부분에 끈을 조이지 않은 건 확실합니까?
◆ 양욱> 처음에는 안 조였는데 그 이후에는 살짝 조였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살짝 조였다고 말하고요. 그리고 1시간 동안 진행된 훈련에서 계속 그렇게 했으니.
◆ 양욱> 그렇죠. 그래서 문제는 공기를 트였거나 트여놓지 않았건 간에, 얼마만큼 많은 산소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주느냐. 결국은 어떻게 됐냐 하면, 자신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면서 질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실제로 이 군인들 2명이 질식사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이유도 이산화탄소를 많이 들이마셔서 그런 거죠?
◆ 양욱>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동안, 이 사망한 부사관들이 계속 고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죽을 것 같다, 살려 달라. 이런 호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훈련은 계속 된 겁니까?
◆ 양욱> 사실 그렇습니다. 훈련 자체가 그러한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의 훈련인데 결국 제가 볼 때는 이게 모두 안전불감증입니다. 그러니까 두건을 쓰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 무서워서 그런다고 생각한 겁니다. 숨을 잘 쉴 수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한마디로 엄살떨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한 건가요?
◆ 양욱> 맞습니다. 왜냐하면 10명이 같이 훈련을 받았는데 그중에 소위 고참 특전사 요원들, 그러니까 중사나 상사 고참들도 같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다 그걸 똑같은 시간 안에 견뎌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참들이 엄살 떠는 그런 걸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저는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처음 도입해서 한 훈련이다 보니 실수가 났다고 하기에는, 중간에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죽을 것 같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것을 묵살했다는 부분, 이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고 훈련도 아니고 고문수준 아닙니까?
◆ 양욱> 글쎄요. 사실은 바로 그겁니다. 그 훈련 자체가 고문을 버텨내는 것을 가르치는 훈련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자체가 그렇게 해서 살려 달라, 죽을 것 같다는 게 정말 숨이 막히고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건지를 과연 교관들이 제대로 인지를 했던 것이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훈련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외국 얘기를 좀 해 보죠. 외국에서 도입한 거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이 훈련이? 그럼 어떻게 합니까?
◆ 양욱> 마찬가지로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있었어요. 교관들이 그런 부분에 무지하고 혹은 너무 자신의 역할에 몰두를 하다 보면, 정말 자신이 이렇게 고문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서 교육생을 최대한 한계까지 몰아붙이다가 사망한 사례들이 미국하고 영국에서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있었군요, 이런 사망 사고가. 그래서 사망사고 난 후부터 바뀌었습니까, 거기는?
◆ 양욱> 그렇죠. 좀 더 규정을 철저히 만들고, 고문을 체험하게 하더라도 혹시라도 사람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옆에 붙어 앉아서 분 단위로 체크하고, 이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데 거기서도 고문을 시키는 방식은 굉장히 가혹합니다. 워터보딩이라고 그래서 혹시 얘기 들어보셨는지 모르시겠지만 CIA가 알카에다를 고문하고 심문할 때 쓰는 기법이 있습니다. 사지를 묶어놓은 다음에 얼굴 위에 천을 놓고 그 위에다가 물을 붓습니다. 그러면 이게 물에 들어가서 익사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다만 옆에서 물량을 조절해 가고 그다음에 이 사람의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계속 체크해 가면서.
◆ 양욱> 그렇죠. 상대적으로 통제된 요건 하에서 공포감을 체험하게 하는, 그런 차원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죠.
◇ 김현정> 이게 전시에 살자는 훈련이지, 죽자는 훈련이 아니지 않습니까? 고문 체험을 하더라도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그것을 느껴봐라 정도가 돼야지, 진짜 고문이 되면 이거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양욱> 그렇죠. 진짜 고문이 되면 안 되는 것이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게 100% 디테일과 노하우의 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인원들이 스스로도 한번 해 보고 이게 한계구나, 이거 이상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거를 경험해 보지 않고 그냥 매뉴얼이나 거기 쓰여 있는 글자, 그런 것만 보고 자신들이 그걸 100%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시키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김현정> 지금 숨진 병사들. 결국은 마루타 된 거 아닙니까?
◆ 양욱>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훈련은 반드시 해야만 되는 훈련입니다.
◇ 김현정> 반드시요?
◆ 양욱> 예. 특수부대 요원들 같은 경우는 적 후방에 투입돼서 전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을 안 하면 안 됩니다. 사실 우리도 이런 훈련을 예전에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해야 된다는 말씀은 하셨지만, 거기 안에는 상당한 전제조건이 있다는 것. 이 전제조건을 무시하니까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오늘 청취자 문자도 많이 오는데요. 아들 군대에 보낸 많은 부모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 군에서도 좀 더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듣죠. 고맙습니다. 위원님.
◆ 양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연구위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