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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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월) 주현미 "약국 문닫게 만든 노래, 비내리는 영동교"
2014.09.01
조회 106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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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현미씨 홈페이지)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주현미 (가수)

1980년대 가요계에 혜성같이 나타나서 트로트 붐을 일으킨 가수가 있습니다. 트로트는 중장년층만의 장르라는 공식을 깨고 당시 젊은이들까지 열광을 시켰죠. ‘비 내리는 영동교’, ‘짝사랑’, ‘신사동 그 사람’, ‘또 만났네’. 무수한 히트곡을 낸 가수 주현미 씨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주현미 씨가 데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앨범도 내고 큰 공연도 준비중이라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가수 주현미 씨 안녕하세요?

◆ 주현미> 안녕하세요. 주현미입니다.

◇ 김현정> 한 길을 꾸준히 걸어서 30년 기념 무대에 서는 그 느낌은 어떤 걸까요.

◆ 주현미> 저는 사실 덤덤해요. 왜냐하면 계속 노래를 쭉 불러왔고요. 다만 한번 흐뭇해하고 혼자 대견해하고 그러면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었으니까 노래를 했겠다 이런 생각에, 팬들에게 감사하는 그런 마음이 많이 들고 있어요.

◇ 김현정>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30년. 30년 전에 서울 중구에서 한울약국 하셨잖아요. 그 한울약국 하시던 약사님이 어떻게 가수로 데뷔하게 되신 거예요?

◆ 주현미>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친정엄마가 약국을 차려주셨어요. 그게 동네 구석에 있는 약국이다 보니까 운영이 잘 안 됐습니다.

◇ 김현정> 운영이 잘 안 됐어요?

◆ 주현미> 네. 수익이 별로 없었죠. 그러다 보니까 제가 그 젊은 나이에 얼마나 하루 종일 약국에 멍하니 앉아 있었겠어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썩 잘했다고 주위 가족 친지들한테 소문이 났어서 중학교 때 잠시 노래 트레이닝을 받고 기념 앨범 낸 게 있어요. 그때 저를 기억해 주신 작곡가 정종택 선생님이 약국으로 찾아와주셨죠.

◇ 김현정> 꼬맹이 때 노래 잘하던 그 아이를 찾아서 약국까지 오셨어요?

◆ 주현미> 네, 정종택 선생님께서. '이제 노래 좀 해도 되지 않겠느냐? 데모테이프를 만들자' 그러면서 녹음실에 찾아갔는데, 우연하게 쌍쌍파티 음악들이 있었는데 사실 조미미 선배님이 그날 녹음하기로 했는데 안 오신 거예요. 그래서 그걸 제가 대신 불렀어요. 그런데 쌍쌍파티라는 그 메들리 테이프가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서 가수가 됐네요(웃음).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데뷔를 한 후에도 한동안은 약국 계속하셨다면서요?

◆ 주현미> 한동안 약국을 했었죠.

◇ 김현정> 왜 셔터를 안 내리셨어요?

◆ 주현미> 가수란 직업이... 그 시절엔 그렇게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거든요.

◇ 김현정> 좀 험한 길 같은 느낌?

◆ 주현미> 네, 그리고 친정 엄마가 많이 말리셨어요. 그래서 그냥 또 약국을 하고 뭐... 그렇게 했죠.

◇ 김현정> 그러다가 그러다가 아예 셔터 내려야겠다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 주현미> 그게 ‘비 내리는 영동교’를 3월달에 발표를 하고 방송 출연서부터 공연, 이런 것들이 스케줄이 많이 잡히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약국에 있을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한 9월달쯤에 접었어요.

◇ 김현정> 그 후에로 ‘눈물의 부르스’,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연이어서 히트를 했죠?

◆ 주현미> 네, 정말 그때 참 좋았네요, 지금 생각 해 보니까(웃음).

◇ 김현정> 웃음이 절로 나는 그때.

◆ 주현미> 그래요, 맞아요.

◇ 김현정> 그때 너무 바빠서 헬기 타고 다니실 정도였다면서요?

◆ 주현미> 헬기는 자주 탔죠, 그때는.

◇ 김현정> 자주 타야 될 정도로 그러니까 바빴던 거예요, 자동차로도 안 될 정도로?

◆ 주현미> 네. 그때 공연 장소에서 헬기들을 보내주셨어요.

◇ 김현정> 이게 저희는 잘 상상이 안 돼요. 자동차로 오면, 말하자면 서울부터 부산까지 막혀서 한 10시간 걸리는데 그렇게는 좀 공연 어렵겠습니다. 주현미 씨 쪽에서 얘기를 할 테니 그러니까 우리가 아예 그럼 헬기를 보내드릴게요, 하늘 길로 오세요. 이렇게?

◆ 주현미> 네. 거제도에서 울산 이런 데는 헬기로 다녔어요.

◇ 김현정> 대단한 인기. 주현미 씨 인기 어느 정도였는지 여러분 상상이 되시죠. 그렇게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많은 무대 공연을 하셨는데 30년 동안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있다면?

◆ 주현미>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게 제가 KBS 가요무대 프로그램에서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서 우리 근로자 분들 위문 공연을 했었어요.

◇ 김현정> 사하라 사막에서 중동의?

◆ 주현미> 네,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가서 달러를 벌어야만 했던 우리 땅의 아버지들. 그분들을 사하라 사막에 앉혀놓고. 그 공연을 잊지 못해요(웃음).

◇ 김현정> 그 모래바람 속에서 노래 불렀던.

◆ 주현미> 어렸지만 노래를 하면서 이런 보람이 있구나, 노래하는 사람이 이런 역할도 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라고 어린 마음에 되게 벅찼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 무수한 무대들에서 또 무수한 히트곡들을 부르셨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애착 가는 곡은 어떤 건가요? 히트곡이 워낙 많아서요.

◆ 주현미> 아무래도 데뷔곡 ‘비 내리는 영동교’가 제일 애착이 가죠.

◇ 김현정> ‘비 내리는 영동교’는 몇 번이나 부르셨을까요, 30년 동안?

◆ 주현미> 숫자를 세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불렀을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대에서 불러야 했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 김현정>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럴 때는 조금 지겹다는 생각 들 때도 있으세요?

◆ 주현미> 왜 안 그러겠어요. 제가 무대에 서면 제일 듣고 싶어하시는 노래들이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인데 매일 불러야 된다고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그래서 스스로 저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최면을 걸어요.

◇ 김현정> 최면을?

◆ 주현미> 나는 이 노래를 오늘 처음 부른다. 그래서 그 느낌, 제가 처음 이 노래를 받아서 녹음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불렀던 그 느낌을 받으려고 엄청 최면을 걸고 부르죠.

◇ 김현정> 30년 된 베테랑 톱 가수도 자신의 데뷔곡을 부르는데 부르는 무대마다 신인의 자세, 첫 스튜디오에 들어가던 그 자세로 노래를 부른다. 역시 다르네요. 그런데 가수 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으세요, 단 한 번도?

◆ 주현미> 후회도 해 봤죠. 아이들 키울 때 제일 그런 마음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혹시 그럼 다시 그냥 약국 열까, 이런 생각도 해 보신 적 있으세요?

◆ 주현미> 그런 생각도 해 봤었어요(웃음). 정말 해 봤어요. 아이들 때문에요. 매일 집에 있어 주고 싶다. 학교 갔다가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흙 뒤집어쓰고 책가방 메고 들어오는 아이, 얼굴 씻겨주고 싶고 머리도 감겨주고 싶고 간식도 챙겨주고 싶고 속상했어요.

◇ 김현정> 미안한 생각이 들고. 하지만 하지만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 주현미> 글쎄요. 제가 아마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있었으니까.

◇ 김현정> 주현미 씨 잘하셨어요. 그때 안 접으시길 잘하셨어요(웃음). 덕분에 이렇게 멋진 30년 무대를 볼 수 있게 된 건데. 9월 12일, 13일 서울부터 시작해서 지역 몇 곳을 돌게되는 커다란 무대. 멋지게 잘하시고요.

◆ 주현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약국 다시 여실 생각 같은 건 절대 하지 마시고(웃음). 꼭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무대 지켜주셔야 됩니다.

◆ 주현미> 기운이 막 나요. 감사해요(웃음).

◇ 김현정> 고맙습니다. 주현미 씨 건강하세요.

◆ 주현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