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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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0(수) 1만 돌파한 따뜻한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
2014.09.10
조회 98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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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재훈 (감독)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과 메밀밭’,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 글귀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글귀들이죠. 이효석의 ‘메밀꽃필무렵’ 또 현진건의 ‘운수좋은날’, 김유정의 ‘봄봄’ 같은 대표적인 단편 문학들이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졌고 극장에서 개봉까지 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명의 관객을 가뿐히 넘어섰다는군요. 보통 독립영화의 성공 기준 하면 1만 명인데 그 기준을 넘어선 겁니다. 추석을 맞아서 추억 속으로 따뜻한 이야기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안재훈 감독 직접 만나보죠. 감독님 안녕하세요?

◆ 안재훈>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으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면 아무리 문학시간에 졸았어도 이 작품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여태까지 한 번도 애니메이션화 된 적이 없습니까?

◆ 안재훈> 그게 조금 그분한테 미안하기도 하면서 저한테는 좀 행운 같기도 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한번 해 봐야겠다, 결심은 하신 거예요?

◆ 안재훈> 제가 이제 전작이 ‘소중한 날의 꿈’인데요. 그 작품도 대한민국의 풍경과 대한민국의 사람을 담고 있었는데 당시에 그 작품을 만들 때도 만드는 과정에 아무도 그런 작품들이 우리나라 관객들이 귀담아주지 않을 거다 했었는데 작품을 완성 후에는 다른 반응들이 있어서 지금쯤이면 우리 문학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나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들을 마지막으로 끄집어내서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것도 지금에 꼭 필요한 거구나 이런 생각으로 첫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아마 우리의 관객층이 이런 영화들을 지금 필요로 하지 않을까. 지금쯤이면 극장에 와서 이 영화를 봐줄 때가 됐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신 거예요. 그런데 이게 자칫하면 원작을 왜곡했다, 이런 논란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상당히 부담스러우셨을 거 같아요. 원작자가 살아계셔서 상의를 해 가면서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고.

◆ 안재훈>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선생님들의 원작을 한 장, 한 장 원고지에다가 제가 직접 손으로 옮겨써봤는데요, 그런 부분들이 이 글 안에서 우리 삶과 우리 시대를 어떻게 들여다보았을까 이런 고민을 처음으로 시작을 했고 그다음에는 관객분들이 보실 때 부족한 점은 저와 저희 스탭들이 드릴 수 있는 연필과 종이로 최대한의 정성을 담아서 그려내면 부족한 부분이 살짝 눈감아 주시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알기로는 보통 요즘 애니메이션은 다 태블릿 PC에다가 밑그림 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장에서 수정하는 걸로. 감독님은 이 밑그림 작업을 연필로 하신 거예요?

◆ 안재훈> 저희는 밑그림 작업뿐만 아니라 화면에 보시는 부분들이 채색은 컴퓨터로 하지만 그림 자체의 연기나 작은 옷매무새 하나 이런 모든 것들은 다 연필로 그리는 스튜디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90분짜리 만화영화 한 편 그리고 나면 총 몇 장의 밑그림이 나옵니까, 연필로 한 밑그림이?

◆ 안재훈> 이번 작품은 세 작품 합쳐서 7만 장 정도 들어가는 걸로 압니다.

◇ 김현정> 7만 장이요? 그럼 이건 좀 엉뚱한 질문입니다마는 그러면 7만 장을 연필로 그리려면 연필은 몇 자루나 필요합니까?

◆ 안재훈> 연필을 모아두기는 항상 하거든요. 작품을 할 때 스탭들한테 본인들의 흔적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해서 모아두기는 하는데 아직 세어보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이번주 토요일에 한번 세어보려고요.

◇ 김현정> 세어보세요. 책상 서랍 한가득일 거 같은데. 그 7만 장의 컷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한 컷을 고르라면?

◆ 안재훈> 하나를 고르면 선생님들이 각자 서운해하실 것 같고 메밀꽃 필 무렵은 아무래도 메밀꽃밭과 아버지일지 모르는 물에 빠진 화생원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마음이 좀 뭉클하고요. 운수 좋은 날은 원래 원작에는 그냥 표현되지는 않았는데 설렁탕을 이렇게 주문한 다음에 가게 밖에서 손을 호호 불며 기다리는 김첨지의 이 모습이 굉장히 기억에 남고요. 봄봄 같은 경우는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의 느낌처럼 그냥 멀뚱히 밭 같은 데 앉아서 점순이가 내오는 밥상을 기다리는 이런 표정들이 지금 생각이 납니다.

◇ 김현정> 말씀으로 듣고 보니까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그러니까 이게 만화화가 되고 나면 사람들이 책은 멀리 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렇지가 않을 것 같아요. 이 만화영화로 된 단편선 보고 나면 다시 책을 꺼내 읽고 싶어질 거 같아요.

◆ 안재훈> 가장 희망하는 부분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특히 이제는 어르신들은 우리 문학을 제대로 읽으실 기회가 없었잖아요, 본인들의 시대임에도. 애니메이션 보신 다음에 우리 문학이 바로 내가 살아온 시대를 나와 함께 살아온 작가들이 담았구나 이런 느낌을 이해하셔서 다시 한 번 책을 보시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일 중에는 가장 근사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의 감독은 두 분이세요. 안재훈, 한혜진 두 감독. 그래서 저는 그냥 동료분들인가 보다 했더니 부부시네요. 그러면 어떻게 작업을 하시는 거예요?

◆ 안재훈> 이렇게 부부끼리 작은 가게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예를 들자면 작은 분식점을 할 때 남편이 서빙을 하면 아내분은 안에서 요리를 하듯이 애니메이션도 작게는 그냥 그런 가게랑 비슷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제가 해 가고 한혜진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해 가면서 오로지 목표는 작품의 관객분들한테 부끄럽지 않아야 되는 거니까 그걸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고 그렇게 합니다.

◇ 김현정> 나는 그런 면에서 행복한 사람이다.

◆ 안재훈> 행복이라고 그러면 너무 좀 단어가... 행복하게는 즐거움이라는 것만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같이 일하는 것은 즐거움을 있고 고통도 있고 하니까요.

◇ 김현정> 동고동락이 되겠네요.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이 말씀이세요. 부인, 아내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 안재훈>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아서 특별히 그런 것들을 어떤 게 함께 일해서 좋으냐 이런 것들을 묻지는 않고요. 그냥 같은 하늘 보고 출근하고 같은 하늘 보고 퇴근하니까.

◇ 김현정> 멋있네요. 부부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지금 이 작품을 보고 계시는 많은 관객들이 이 다음 작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그 많은 단편선들 많은 주옥 같은 작품들 중에 이번에는 딱 3개밖에 안 고르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정말로 예상을 깨는 큰 성공 거두고 나면 당연히 다음 작품을 생각하실 법해요.

◆ 안재훈> 지금 이미 ‘소나기’를 그리고 있고요.

◇ 김현정> 소나기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 그리시네요(웃음).

◆ 안재훈> 소나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고요. 지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 이런 분들한테 소나기는 꼭 한번 잘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소나기 이미 시작하셨고, 또 있습니까?

◆ 안재훈> '벙어리삼룡이'라고요. 그 뒤로는 여러 작품들을 지금 고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우리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도전, 응원하겠습니다.

◆ 안재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안재훈> 네.

◇ 김현정>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좋은날 그리고 봄봄의 안재훈 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