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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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기사의 고백 "하루 18시간 운전, 비상식이 상식"
<마을버스 기사 000>
-마을버스 임금, 시내버스 1/3 수준
-1시간 운전에 딱 3분 휴식
-점심? 차 세우고 김밥으로 떼워
-사고나면 보험 대신 자비처리 일쑤
<교통연구원 강상욱 박사>
-등록제 마을버스, 관리감독 방치
-일반버스와 같이 준공영제 도입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마을버스 운전기사),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요즘 사건 사고란을 보면 마을버스 교통사고가 종종 눈에 띕니다. 특히 지난 주말 부산에서는 내리막을 달리던 마을버스가 담벼락으로 돌진하면서 승객 20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죠. 지난 달에는 마을버스가 아파트로 돌진하는 큰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이라고 넘겼던 이 사고들에 대해서 마을버스 기사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렇게 입을 모읍니다. 어떤 얘기일까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분의 이야기를 먼저 직접 들어보죠. 오늘 인터뷰는 신변보호를 위해서 익명과 음성변조로 진행하는 점 여러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사님 나와 계십니까?
◆ ○○○>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마을버스를 운전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 6년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마을버스가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들을 버스기사님들이 하신다고요?
◆ ○○○> 네, 많이 나죠. 먼저 마을버스가 사고가 많이 나는 건 운전하는 기사분들에게 잠깐 거쳤다 간다는 개념이 있어서 초보자분들도 많고요. 경력을 쌓고 가야 되기 때문에...
◇ 김현정> 어디를 가나요, 잠깐 거쳐서 어디를 간다고요?
◆ ○○○> 시내버스로 옮겨가기 위해서 경력을 쌓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 마을버스입니다.
◇ 김현정> 시내버스 기사가 되려면 마을버스를 꼭 거쳐야 됩니까?
◆ ○○○> 한 10명 중에 9명 정도는 마을버스 경력 2년 정도가 되어야 시내버스에서 채용이 수월하게 됩니다.
◇ 김현정> 그게 어떻게 보면 자격 조건처럼 됐군요.
◆ ○○○> 여객운수사업법에 동종 관련 경력을 요구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형트럭이나 여객운수사업 종사자로서 1년 이상 2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채용하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마을버스에서 그 경력 채운 다음에 시내버스로 옮겨간다. 근데 마을버스에서 경력 쌓고 쭉쭉 일해도 될 텐데 왜 굳이 경력만 쌓고 바로 옮기려고 하시는 거죠?
◆ ○○○> 첫 번째 이유는 임금이 많이 상당히 차이가 나고요. 그다음에 근무 조건 등 여러 가지가...
◇ 김현정> 먼저 임금차이는 얼마나 나나요?
◆ ○○○> 마을버스의 경우 월 140에서 많게는 190, 200만원까지 천차만별로 받는 걸로 알려져 있고요. 시내버스로 옮기게 되면 많게는 3배,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근무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하셨어요.
◆ ○○○> 열악합니다, 사실적으로.
◇ 김현정> 어느 정도나 열악합니까?
◆ ○○○> 지금 격일제 근무를 하는 곳과 1일 2교대 근무를 하는 곳이 있는데요. 격일제 근무를 하는 곳을 예를 들어 얘기를 하면, 하루에 18시간 이상 운전을 합니다.
◇ 김현정> 하루에 24시간 중에 18시간 이상이요?
◆ ○○○> 보통 18시간은 근무합니다.
◇ 김현정>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18시간 계속 운전을 해요?
◆ ○○○> 저도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운전 오래 하시면, 언제 쉬고 언제 식사하시고, 어떻게 하세요?
◆ ○○○> 쉬는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없습니다. 저희들은 한번 갔다 오는 걸 한탕이라고 하는데 출발지점에서 도착지점까지 갔다 오는 시간을 60분으로 잡으면, 시간을 63분 정도 줍니다. 그러면 1시간에 3분 정도의 휴게시간이 있는 거죠, 결론은. 그런데 예를 들어서 신호를 하나 놓쳤다, 신호를 받고 넘어가야 되는데 넘어가지 못했을 때 보통 2분 30초 정도 걸리거든요.
◇ 김현정> 신호 하나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이요?
◆ ○○○> 네, 교차로 같은 데. 그러면 쉬는 시간이 없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리고 돌아와서 또 바로 뛰어야 돼요? 그 다음 타임을?
◆ ○○○> 그렇죠, 돌아오는 시간도 예를 들어서 63분을 줬다, 그런데 똑같은 경우다, 그러면 또 못 쉬고 다시 나가야 되는 겁니다, 2시간 동안.
◇ 김현정> 세상에. 그러면 점심식사 시간이라도 보장을 받을 수는 있는 건가요?
◆ ○○○> 식사시간을 보면 점심식사 시간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습니다.
◇ 김현정> 점심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요?
◆ ○○○> 이해를 못하실 거예요. 차에서... 기점이라고 하는데요, 거기선 손님들이 없잖아요, 다 내리시니까. 그러면 차를 옆으로 대놓고 도시락이나 김밥 같은 것을 사다 먹고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마을버스는 도대체 그 소속된 운전사분이 몇 분이나 계시기에 이렇게 열악합니까?
◆ ○○○> 마을버스가 업체가 상당히 소규모고요. 적게는 한 대, 그러니까 한 대로 격일제 근무를 한다면 2명 정도의 기사가 있고요. 많게는 3, 40명 정도씩 있습니다.
◇ 김현정> 버스 한 대로 기사 2명을 채용해서 격일제로 18시간씩 돌린다, 이렇게 되는 거군요?
◆ ○○○>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열악한데, 근무 환경이 문제고, 또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 ○○○> 사고가 나면 기사들이 책임을 져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 김현정> 버스들이 다 보험이 가입되어 있을 텐데 그걸 왜 운전기사가 책임을 지죠?
◆ ○○○> 그러게요, 저도 왜 그래야 되는지 참 답답한데요. 시내버스로 가기 위해서는, 제가 시내버스 사장이라면, 인사담당자라면 사고가 안 났던 기사를 채용하고 싶을 거고요. 마을버스에서 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때 자부담을 하게 되면 그냥 기록이 안 남지 않습니까?
◇ 김현정> 기록이 남으면 그다음 시내버스로 옮길 때 문제가 되니까...
◆ ○○○> 그렇죠. 기사가 알아서 그렇게 한다고 보실 수가 있는데,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고.
◇ 김현정> 관행이 됐군요, 그게 그러니까.
◆ ○○○> 그렇죠.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자부담할래, 보험처리하고 나갈래’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가 자부담하겠습니다’ 이렇게 처리하는 겁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을 종합을 해 보면 그러니까 경력을 오래 가진 분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왜냐하면 바로 징검다리 삼아서 이직을 해버리니까. 게다가 근무시간이라든지 조건이라든지 근무환경은 상당히 열악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 맞습니다.
◇ 김현정>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사실은 마을버스 기사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 ○○○> 마을버스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승용차만 몰았던 분이 운전연습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경력을 쌓아서 시내버스로 가기 위한.
◇ 김현정> 운전연습하는 곳이다, 큰 버스 한번 운전해 보러 오는 곳이다, 그런 얘기들이 있어요, 현장에서는?
◆ ○○○> 얘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니까요, 제가 그것을 수차 봐왔기 때문에. 시민들한테, 이용하시는 분들한테 죄송스럽더라고요, 어떨 때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어떤 자괴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느껴지는데요. 저희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지 뒤에 전문가도 한번 연결해 볼게요. 같이 듣고 고민을 해 보시죠. 오늘 고맙습니다.
◆ ○○○> 네.
◇ 김현정> 6년간 마을버스 운전을 하신 분이세요. 익명으로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이어서 전문가 연결해 보겠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 강상욱 연구위원 연결을 해 보죠. 강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 강상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앞에서 마을버스 운전하는 분의 이야기를 저희가 직접 들었는데요.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이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거다, 이렇게 분석을 하시더라고요. 동의하십니까?
◆ 강상욱> 예. 맞습니다. 마을버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광역버스, 일반버스와 똑같은데요. 하지만 일반버스는 정부가 엄격히 관리하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지원을 하는데요. 마을버스는 등록제로 돼 있어요.
◇ 김현정> 그냥 등록만 하면 누구든지 운영할 수 있는 업체인가요?
◆ 강상욱> 그렇죠.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면 자유롭게 허용할 수 있는 업종으로 되다 보니까 열악한 환경, 차량 시설, 이런 부분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일정한 자격 조건이라는 것이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 강상욱> 예. 이 취지가 수요가 과소하거나 주택가라든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수요에 대해서 굳이 정부가 지원하고 어렵게 버스노선을 새로 만들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규 진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그때그때 일어나는 소규모의 민원이나 교통편의가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됐는데요. 운전자 급여라든가, 차량 상태라든가 이런 부분에서는 아주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뭐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될까요?
◆ 강상욱> 일시적인 안전관리 규제, 감독 이런 부분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요. 최근 서울에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하면서 안전이 많이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준공영제요.
◆ 강상욱> 일반 버스체제로 통합 관리를 해서 일반 버스 수준에 걸맞는 서비스, 차량, 근로환경을 기본적으로 만들고요. 시민과 자치단체가 서로 감시하고 같이 나가야만 지금과 같은 안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허가제로 전환하는 대신 재정지원도 해줘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게 재정지원을 할 정도 우리가 여유는 되나요?
◆ 강상욱> 그건 판단의 문제거든요. 우리가 준공영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스가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건 아니지만요. 우리가 하루에 몇 천만 시민이 이용하는 기본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자나 다른 부분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의 차량조건,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던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고 계시군요. 이미 대중들은 이제 마을버스도 대중교통, 시내버스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방치해 둘 수는 없다는 말씀이십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마을버스 문제를 생각해봤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 강상욱 연구위원까지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