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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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9(금) "3만개 사기도박용 투명카드, 전국 돌고 있어"
2014.09.19
조회 194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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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수원지방검찰청 김옥환 강력부장



카드 도박이나 화투 게임을 할 때 상대의 패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백발백중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죠. 가끔 영화를 보면 상대의 패를 보면서 치는 타짜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건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상대방의 패를 고스란히 들여다보면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투명카드를 제작하고 유통시킨 업자들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투명카드를 팔아서 남긴 돈은 자그마치 19억 원입니다. 이런 대규모 적발은 처음이라는데요. 담당 검사에게 자세히 듣죠. 수원지방검찰청 김옥환 강력부장 연결돼 있습니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 김옥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사기도박을 하다가 잡히는 케이스는 그동안 많이 봤는데요. 이번에는 사기도박에 쓰이는 카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잡으신 거예요?

◆ 김옥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처음에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 김옥환> 수원 시내에 대규모 사기도박용 마킹카드를 제조하고 있다는 첩보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그 첩보를 가지고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첩보를 듣고 현장에 가보니까 어디에서 카드를 만들고 있던가요? 허름한 산기슭이라든지 이런 데였습니까?

◆ 김옥환>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택가에 있는 3층짜리 건물에 공장을 차려놓고요. 거기서 카드를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버젓이 주택가 한복판에서요?

◆ 김옥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몰라요?

◆ 김옥환> 일반 사무실과 비슷한, 소규모 공장 정도로 보이는 그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곳에 급습해서 화투와 카드를 딱 보니까, 겉모습이 뭔가 다르던가요?

◆ 김옥환> 육안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전혀 없습니까?

◆ 김옥환> 그렇습니다. 육안으로는 구별이 안 되고요. 우리가 흔히 보는 정품 트럼프 카드의 뒷면을 보면 복잡한 문양이 인쇄돼 있습니다. 그곳에 특수한 화학약품과 형광물질로 카드에 무늬와 숫자를 표시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특수 제작된 콘택트렌즈를 통해서 보면 무늬와 숫자를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눈으로 봐서는 투명하니까 하나도 안 보이고요?

◆ 김옥환> 예. 겉으로는 전혀 구별이 안 됩니다.

◇ 김현정> 그럼 어떻게 봅니까? 봐야지 사기도박을 하는 거잖아요.

◆ 김옥환> 그래서 그것을 볼 수 있는 특수한 콘택트렌즈를 착용합니다.

◇ 김현정> 그 렌즈는 어떤 원리죠?

◆ 김옥환> 그 렌즈도 일반 렌즈에 특수한 약품 처리를 해서 그걸 눈에 끼고 봤을 때는 표시한 문양이 드러나도록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정말 기가 막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좋은 머리를 왜 이런 데 쓸까 싶을 정도인데요. 김 검사님도 직접 렌즈를 껴보셨어요?

◆ 김옥환> 저는 제가 렌즈를 껴보지는 않고요. 대신 공장에서 압수한 작업용 특수안경이 있습니다. 그 안경으로 뒷면을 봤을 때 카드의 무늬와 숫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선명하게 보입니까?

◆ 김옥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 렌즈를 착용하고 도박판에 앉으면 상대가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 지가 훤히 보이는 시스템이군요. 그러면 카드랑 렌즈를 같이 세트로 팔았겠네요?

◆ 김옥환> 그렇습니다. 제조업자들은 정품 카드를 보통 한 더즌에.. 12개죠. 12개를 7, 8만 원 정도에 구입해서 자기들이 마킹카드로 만든 다음에 특수 콘택트렌즈와 세트로 해서 2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에 팔았습니다.

◇ 김현정> 25만 원에서 30만 원이요? 이렇게 해서 몇 세트나 팔았어요?

◆ 김옥환> 저희가 금융거래 내역으로 확인한 5년 동안의 매출 규모가 19억 원 정도 됐는데요. 대략 한 3만 세트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3만 세트가 시중에 유통이 됐다고요?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이 물건들을 도대체 어디서 판 겁니까?

◆ 김옥환> 주로 고정 거래선이 있었고요.

◇ 김현정> 은밀하게요?

◆ 김옥환> 그렇습니다. 그런 고정 거래선을 통해서 중간 유통선이 또 있고요. 이 카드를 수요로 하는 사기도박자들에게 다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런 사기도박용 카드가 지금 도박판에 한 3만 세트가 돌고 있다고 이렇게 봐도 되겠네요.

◆ 김옥환> 그렇게 보셔도 되고요. 보통 카드는 사용을 하다 보면 약간 구겨지거나 그렇기 때문에요. 계속 교체하고, 교체하고 그렇게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제가 자료를 보니까 이 카드를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왔다는데요. 어떻게 그동안은 한 번도 걸리지 않았을까요?

◆ 김옥환> 저희가 수사 현장을 가봤을 때도 공장 입구에 CCTV를 달아놓고요. 또 현관에는 이중 철문을 설치해 놨습니다. 거래도 철저하게 차명거래를 했고요. 그래서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면서 은밀하게 영업을 해 왔기 때문에 단속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치밀하게. 그리고 으슥한 데가 아니라 오히려 주택가에 버젓이 있기 때문에 더 감시망을 피해왔을 수도 있겠네요.

◆ 김옥환>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과연 이들만 아는 비법이었을까. 저는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혹시 이런 식으로 카드를 제조하는 일당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 김옥환>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사기도박용 목카드를 제조한 업자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카드 제조업자는 물론 특수 콘택트렌즈 제조업자와 사기도박자에 대한 수사를 저희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이 카드는 이런 식으로 해서 어디에 쓰였습니까?

◆ 김옥환> 일반 카드보다 비싸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그냥 정상적인 게임을 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고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사기꾼들, 끝까지 일망타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김옥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수원지방검찰청 김옥환 강력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