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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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5(목) 은퇴하는 사이클전설 조호성 "지구 10바퀴 돌아"
2014.09.25
조회 108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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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선수생활 마지막 경기, 첫 눈물
-집안 반대에 메달,트로피도 숨겨..
-자전거 앉았을 때 살아있음 느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호성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은메달리스트)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사이클 경기장에서는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모여서 힘차게 패달을 밟았습니다. 이 선수들의 평균 나이 단 1명을 빼면 약 24.5세였습니다. 제가 뺀 이 단 1명, 바로 우리나라 선수인데요. 우리나라 사이클의 대표 선수 조호성 선수입니다. 만으로 40세,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 조호성 선수가 태극마크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20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5개, 한국 선수 유일의 세계선수권 입상, 시드니 올림픽 4위 등 한국 사이클 역사에 화려한 기록을 남겼지만 사실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까 조호성 선수를 많이들 모르세요. 40세 사이클 스타의 마지막 질주, 뉴스쇼에서만큼은 꼭 챙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초대했습니다. 조호성 선수 연결을 해 보죠. 조호성 선수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 조호성>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조호성 선수입니다.

◇ 김현정> 은메달 목에 건 소감이 어떠세요?

◆ 조호성> 선수로서는 더 이상 도전할 수 없다는 그 자체의 현실이 너무 아쉬움으로 많이 다가오고 그리고 지금 이 나이까지 선수 생활 유지하고 마지막 무대에서 메달 획득한 거에 대해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경기가 다 끝났는데 라커룸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으시고 텅 빈 트랙을 천천히 도시더라고요. 왜 그러셨어요?

◆ 조호성> 앞으로는 이제 현장에서 선수로서는 더 이상 트랙을 볼 수 없다는 그런 기분도 들고 정들었던 트랙을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 큰 아쉬움이 남았고 그랬습니다. 한 2, 3바퀴를 돌면서 그동안의 시간들을 되새겨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많은 여운이 남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너무 후회 없이 잘하고 왔습니다.

◇ 김현정> 혹시 우셨어요?

◆ 조호성> 안 울려고 했는데, 그동안 운 적이 없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 김현정> 선수생활한 지 27년 되셨잖아요. 27년 만에 첫 번째 눈물이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의 눈물입니까?

◆ 조호성> 네.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조호성 선수 27년 전에는 어떻게 처음에 페달을 밟게 되셨어요?

◆ 조호성> 남자들이라면 동그란 바퀴 달린 거나 스피드를 다들 좋아하고 저도 그런 매력에 빠져서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

◇ 김현정> 말하자면 동네에서 자전거 타던 그냥 평범한 꼬마 중에 1명이었던 거군요, 조호성 어린이도?

◆ 조호성>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뭘 보고선 어떤 순간에 결심하신 거예요?

◆ 조호성> 학교 등하교 하면서 특별활동 시간에 사이클부라는 부가 있어서 한번 체험을 해 보게 됐는데 너무 화려하고 또 자전거를 그냥 원없이 계속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힘든 운동인지 모르고 시작을 하게 됐는데.

◇ 김현정> 제가 어디서 보니까 선수들이 입는 사이클복, 일명 쫄쫄이 바지. 그게 또 그렇게 멋있어 보여서 그 매력에도 빠지셨다면서요?

◆ 조호성> 네. 그런 쫄쫄이 스판 유니폼이나 아니면 스피드 그리고 화려함, 이런 거에 매료돼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게 중 1때. 그래서 ‘엄마, 저 자전거 선수 할래요, 사이클 선수 할래요’ 하니까 어떻게 가족들이 다 많이 환영을 해 주시던가요?

◆ 조호성> 이건 좀 웃긴 일화인데 몰래 했었어요. 집에서는 운동이 너무 힘들고 그러니까 도시락 싸들고 반대하다시피, 그렇게 쫓아다니면서 반대하셔가지고 낙차를 해서 부상을 당하거나 그래도 집에 얘기도 못했고요. 입상을 해도 항상 책상서랍에 감춰두고 그렇게 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모님들이 지원을 해 주시면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죠.

◇ 김현정> 아니, 트로피를 따와도 메달을 따와도 그거를 어머님한테 아버님한테 자랑 못하고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셨어요?

◆ 조호성> 네, 한번은 메달 따서 어린 마음에 입상을 해 왔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걸 바로 밖에 다 버리시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이거 보여드리면 안 되겠구나 보여드리면 오히려 사이클을 못 하게 생겼구나 싶어서 많이 감추고 잠가 두고 그랬었죠.

◇ 김현정> 어머님이 운동선수가 얼마나 고생스러운 건지 아니까 그냥 공부하라고 계속, 그렇게 트로피 내다버리면서까지 반대했던 그 부모님이... 아들의 이 마지막 경기 보고는 뭐라고 하셨어요?

◆ 조호성> 그냥 경기 끝나고 나서는 그동안 부모님이 보신 경기 중에 최고의 경기였다고 그렇게 극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등을 토닥토닥 안아주시면서 오늘이 최고였다고. 우리 아들이 최고라고. 그날 안 우실 수가 없었겠네요, 메달 따고나서 그 현장에서는.

◆ 조호성> 감정이라는 게 조절이 될 줄 알았는데 쉽게 조절이 안 되고. 몇 년 울 거 다 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 지나고 오늘 아침에 생각해 보니까, 조금 민망하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조호성 선수, 도대체 사이클의 결정적인 매력은 뭡니까? 뭐예요,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 조호성> 고민 있거나 스트레스 받거나 그랬을 때 자전거를 막 6, 7시간씩 타고 그러는데 그러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고, 자전거 위에 앉았을 때 비로소 심장 박동이 뛰는 걸 느끼면서 살아 있는 걸 느끼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멋있네요. 자전거 달릴 때 나는 심장의 박동을 느낀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러면 6시간, 7시간 그냥 안 쉬고 내리 달리세요?

◆ 조호성> 네, 계속 그렇게 6, 7시간씩 타고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탄 시간이 하루 동안 300km 이상을 탄 적도 있는데.

◇ 김현정> 300km요 (웃음)?

◆ 조호성> 타고 나면 육체적 고통이 많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타는 동안은 너무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에.

◇ 김현정> 그래요. 다르네요. 선수는 다르네요. 그러면 지금까지 자전거로 한 몇 km나... 이게 계산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27년 동안 얼마나 달리셨을까요?

◆ 조호성> 예전에 시드니 올림픽 할 때 어느 분이 이걸 계산했는데 지구 7바퀴 반을 돌았다던데 그때 십 몇 년 전이니까 지금은 한 열 바퀴 이상 돌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구 열 바퀴 (웃음). 그렇습니다. 이 정도 돌아야 이 정도 선수가 되는 거군요. 조호성 선수. 아내 분이 뮤지컬배우라고 제가 들었습니다.

◆ 조호성> 네, 뮤지컬 배우입니다.

◇ 김현정> 삼총사에 나왔던 황원경 씨?

◆ 조호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맞죠. 아내분의 내조가 그렇게 또 유명해요.

◆ 조호성> 그렇죠. 결혼하고 나서 집에 1년 중에 한 달 정도밖에 못 갔는데 아이들을 다 2명씩 케어하고 집안 대소사 다 처리하면서 또 본인 일까지 미뤄가면서 그랬던 부분이 너무 미안해요, 와이프하고 아기들한테는... 이제 정말 일상에서 평범한 가정생활을 좀 해 보고 싶습니다, 여행도 가고요. 와이프랑 이런 저런 계획 세우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마지막 인사는 아내한테 한 마디 하는 걸로 마무리하죠.

◆ 조호성> 너무 그동안 고생 많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해 주고 싶어요.

◇ 김현정> 조호성 선수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후배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27년 동안 쌓았던 그 모든 노하우 잘 전수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조호성>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조호성>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아시안게임 사이클 은메달리스트 마지막 은퇴경기를 가졌습니다. 조호성 선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