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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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외교적 고립 심각,기댈 곳 남한 뿐
- 朴 접촉 불발, 5.24 해제 결정못한 탓
- 통큰 결단으로 南 내부 장벽 넘어야
- 박근혜, DJ·盧 만큼 성과 낼 기회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지난 주말 북한의 깜짝 방문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온 것도 놀라운데, 북한의 서열 2, 3, 4위가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찾은 것도 처음이니까요. 이래저래 사건이라고 할 만하죠. 더군다나 얼마 전에 UN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와 인권문제를 거론했을 때 북한측에서는 ‘대화는 꿈도 꾸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를 했던 걸 생각하면 이번 방문은 더 이례적이고 파격적입니다.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짚어보고 가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정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는데 도대체 이 방문 그 속내를 어떻게 읽으십니까?
◆ 정세현> 북한은 가끔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연초부터 굉장히 간절하게 얘기해 왔던 남북대화에 대한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일종의 반어법이었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하는거죠
◇ 김현정> 오히려 간절하게 대화를 원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도 사실은 고위급 회담 계속 하자고 했었는데, 그게 잘 안 이루어져서 8개월째 중단이 됐던 것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북한 내부사정이 그만큼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그러니까 최근에 대외 담당 비서를 유럽으로 한 바퀴 순방시켰고 또 이수용 외상을 UN에 보내서 UN총회 연설도 하지만 미국 접촉을 기대했었는데 잘 안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북일간의 납북자 송환문제에 관련해서 북일간의 교섭을 해 왔는데, 일본의 대북 제재가 풀리는 그런 기미도 있었지만 그것도 잘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통로도 안 열리고 미국통로는 열지도 못했고 유럽에서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나 했는데 안 됐고, 그러다 보니까 결국 갈 데는 남쪽밖에 없었지 않나. 게다가 중국과는 지금 일종의 냉각기를 거치고 있죠.
◇ 김현정> 그러다보니까 고립을 탈출하기 위한 통로, 어떻게 보면 세계에다가 “우리 이렇게 남북관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향해서 문 열어주세요”라는 신호로 이런 방문을 한 건 아닐까,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남북고위급회담이 계속 안 이루어졌던 이유도 5. 24조치를 계속 북한에서는 풀어달라는 건데,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에 있었던 그 제재말입니다. 우리가 그거 풀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막혀 있었던 건 아닙니까? 이번에 이렇게 파격적인 방문을 한다고 한들, 우리가 5. 24조치를 풀어줄 수 있을까요?
◆ 정세현> 이번에 황병서 총 정치국장, 실질적으로 북한의 넘버2라고 봐야죠. 그 사람이 내려왔을 때 우리쪽의 안보실장이 상대를 했단 말이죠, 인천까지 가서 말이죠. 그런 점에서 서로 만나서 웃고 얘기까지 해 놓고 그쪽이 요구하는 걸 안 들어준다는 건 또 도리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간접적으로 얘기할 때는 몰라도, 직접 만나서 그쪽에서 예를들면 ‘5. 24 조치는 풀어야 되지 않겠느냐’, 이번에 ‘우리가 직접 와서 오솔길을 열었으니까 대통로를 열자’라는 말을 할 때 거기에 맞장구를 쳐놓고, 고위급 회담에서 다시 또 옛날 얘기를 계속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점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죠.
◇ 김현정> 만나서 그렇게 대접을 했다는 자체가 그러면 우리도 좀 5. 24 조치를 풀어주겠다는 사인을 은연중에 보낸 것이고, 북한에서도 당연히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를 한 것이고, 서로 좀 마음이 맞은 것 아니냐. 즉 11월 초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가졌을 때는 아마 성과가 상당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정세현> 네, 그렇게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나저나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도 만날 거라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안 됐어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런데 저는 우리쪽의 필리버스터 즉 시간끌기가 좀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2시에 만나서 무슨 티타임을 1시간 반을 합니까? 점심식사를 해도 끝날 시간까지 차를 마셨다는 것은, 안보실장이 올 때까지 뭔가 시간을 끌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안보실장이 와서 오찬 회담을 했다고는 하지만 안보실장을 보내서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이냐를 결정을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늦게 오찬 회동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 김현정> 박근혜 대통령이 그러면 적극적으로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요?
◆ 정세현> 만나는 경우에 줘야 될 메시지를 정하지 못한 거죠. 답을 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면 앞서 말씀하신 5. 24조치 해제에 대한 결정을 아직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정세현> 그렇게 봐야죠, 그러니까 앞으로 11월 초까지 ,남북간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간접대화가 됐건 직접적인 물밑접촉이 됐건 뭐가 있을 것입니다. 그 경과를 봐서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다라고 미루어놨다고 봐요.
◇ 김현정> 아니다다를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무슨 말을 했냐면 북측 대표단이 여러차례 ‘파격적인 사건이 있어야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라고 말을 했다고 전했어요. 통일부 장관이. 그러면 결국은 파격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뭐라고 할까요. 정상회담까지 가는 그러니까 5. 24조치 해제를 통크게 약속하는 그 정도까지 까야 남북관계 풀릴 수 있다, 이런 말로 해석이 되겠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파격적인 사건이라는 것은 5. 24 조치 해제 정도는 아니고, 정상회담을 의미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우리가 오솔길을 열었으니까 앞으로 대통로까리 열어나가자’라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어요? 서열 2위가 온 것이 오솔길이라면, 파격적인 사건은 당연히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거죠.
◇ 김현정> '대통로'는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일 것이다...
◆ 정세현> 그렇죠. 그럴라면 그전에 5. 24 조치같은 것이 해소가 돼서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는 도로공사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오솔길인데 차관급에서 신작로를 만들고 그것을 더 키워나가는 것이 정상회담이죠.
◇ 김현정> 11월 초에 2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5. 24조치 해제해달라 그리고 나서 대통로 열자, 파격적인 사건인 남북정상회담 우리가 연결해 보자,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군요, 메시지가.
◆ 정세현> 네.
◇ 김현정>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 같습니까? 북한의 은유적인 요청들을 받아들일까요?
◆ 정세현> 저쪽은 적극적인데 우리는 조금 깐깐하게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북한의 요구를 우리가 지금 다 들어줘야 하는 어떤 상황, 이해득실이라고 표현하면 그렇습니다마는 계산서를 다 돌려봤을 때 그렇게 우리가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 정세현> 그렇죠. 저쪽은 급한데 우리는 느긋하죠. 그래서 핵문제도 거론해놨고 UN총회에서, 인권문제까지 또 새로 걸어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5. 24 조치 이런 걸 떠나서 핵문제가 걸려 있고 인권문제까지 다시 또 사실상 조건화하는 그런 선택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렇게 쳐놓은 장벽이라 그럴까 한계를 어떻게 우리가 뛰어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내부적으로.
◇ 김현정> 어떻게 해야된다고 보세요?
◆ 정세현> 어떻게 보면 우리가 쌓아놓은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느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건 진짜 통큰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 김현정> 뛰어넘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넘으면 앞으로 박 대통령이 임기 5년 한 3년 몇 개월 남았는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은 남북관계 개선의 업적을 만들 수 있지만... 이거 뛰어넘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처럼 남북관계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5년 지나가는 그런 기록을 남길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 파격적인 방문, 그 행간, 그 이면의 이야기들 짚어봤습니다. 정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