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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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기준 (한국 슈퍼웰터급 복싱 챔피언)
사람들이 가득한 주말 강남역. 한 남자가 1분에 만 원을 내면 인간 샌드백이 돼주겠다고 외칩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강기준. 원래 직업은 챔피언을 꿈꾸는 복서인데요. 인간 샌드백 외에도 배달원, 주유소알바, 영화 엑스트라 등등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드디어 한국웰터급 챔피언이 됐습니다. 만나보고 싶네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 강기준 선수 불러보죠. 강기준 선수 안녕하세요?
◆ 강기준> 안녕하세요.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 강기준입니다.
◇ 김현정> 축하합니다.
◆ 강기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스스로를 챔피언이라고 소개하게 된 기분이 어떠세요?
◆ 강기준> 뿌듯하고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인생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정말 복서로 데뷔한 지 몇 년 만에 챔피언벨트 메신 거죠?
◆ 강기준> 햇수로 8년 됐습니다.
◇ 김현정> 제가 동영상을 보니까 링 아래에서 아내하고 아이가 아빠 응원하고 있더라고요. 아기가 몇 살이에요?
◆ 강기준> 5살, 4살입니다.
◇ 김현정> 아빠가 챔피언벨트 따는 거 보고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강기준> 그전부터 제가 아들한테 챔피언되면 좋은 장난감 사준다고 그래서 챔피언 되자마자 내려오니까 ‘아빠, 장난감’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아빠 챔피언벨트보다 자기 장난감이 더 중요하군요.
◆ 강기준> (웃음) 예.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강기준 선수. 올해 나이 서른 넷. 사실 복싱 챔피언이야 자주 탄생합니다만 우리가 강기준 선수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참으로 오래 힘들게 돌고 돌아서 이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무슨무슨 일 하셨죠?
◆ 강기준> 20살에 서울 올라와서요.
◇ 김현정> 어디서 올라오셨어요, 고향은 어디세요?
◆ 강기준>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로 왔습니다. 돈 8천 몇 백 원 들고 서울 왔습니다. 그런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먹고 자고 해야 될 데가 있어야 되니까 약수동의 주유소에서 제가 첫 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숙식 제공해 준다는 곳으로 무조건 들어가셨군요. 주유소 알바.
◆ 강기준> 네, 주유소부터 시작해서 중국집에서 일 하다가 그리고 권투체육관에 입문해서 권투를 배우다가 체력이 되게 좋았어요. 체력이 좋았는데 옆에 있던 운동하던 선수 형이 그러더라고요. ‘야, 너 체력 좋은 것 같은데 너 아르바이트 할래? 돈은 괜찮게 준다’고 그래서 ‘어떤 건데요’ 그러니까 청계산에 40kg 되는 아이스크림을 날라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얼마 주는데요’ 이러니까 5만 원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 김현정> 40kg 짜리 아이스크림 가득 든 박스를 들고, 그 위에 계신 장사하시는 분들한테 옮겨주는 거군요?
◆ 강기준> 청계산 매봉, 정상 꼭대기로 올려주는 거예요. 올려주고 내려오고.
◇ 김현정> 할 만하던가요?
◆ 강기준> 아뇨. 처음에는 30kg 정도를 들었는데 그때 뭔 생각했냐면, ‘돈 아껴써야겠다’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어요.
◇ 김현정>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 강기준> 예. 정말로 그때...
◇ 김현정> 그렇게 해서 5만 원씩 손에 쥐고. 또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하나 했더라고요. 인간샌드백?
◆ 강기준> 강남역에서 인간샌드백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펀치라는 오락기 있잖아요. 퍽 치면 그 강도만큼 숫자가 띠리리릭 올라가는 기계. 그 기계 대신 사람이 펀치를 받아내는 거예요?
◆ 강기준> 네.
◇ 김현정> 그게 얼마입니까?
◆ 강기준> 1분에 1만원입니다.
◇ 김현정> 그럼 1분 동안 계속 그냥 맞기만 하는 거예요?
◆ 강기준> 네, 피하고 맞고 피하고 맞고.
◇ 김현정> 그게 사실은 복싱은 체급이라는 게 있는데, 그 아르바이트는 체급이 따로 없잖아요. 그럼 강기준 선수보다 훨씬 체격 좋고 우람한 사람이 와서 펀치를 날릴 수도 있는 거네요?
◆ 강기준> 그렇죠. 그걸 다 알고도 하는 이유가 뭐냐면요. 체급 큰 사람이랑 연습하고 나면, 체급 낮은 사람이랑 시합할 때 정말 유리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감안하고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돈도 벌고 내 체력도 쌓자는 생각으로 시작하신 거예요, 인간 샌드백?
◆ 강기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도 막상 그렇게 맞고 나면... 몸살 나겠는데요?
◆ 강기준> 예, 처음에는 몸살 자주 나더라고요. 가끔 발로 차려고 한다거나 한 손으로 목을 끼워서 잡고 때리려고 하는 분 있을 땐 솔직히 서럽더라고요.
◇ 김현정> 그럴 때는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하는데 ‘내가 돈 냈잖아’ 이러면서 그런 거죠.
◆ 강기준> 네.
◇ 김현정> 그럴 때는 나도 다른 운동선수들처럼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하면 좋을 텐데, 지원 잘 받아가면서 따뜻한 보양식 먹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어땠어요?
◆ 강기준>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번 시합하면서 집사람이 그렇게 해 줘서 많이 너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이제는 가족도 생기고 그야말로 가족이 원동력이 된 거네요, 다시 이렇게 몸을 일으킬 수 있는.
◆ 강기준> 맞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집사람에게.
◇ 김현정> 벨트 딱 메고 나서 떠올랐던 가장 서러웠던 순간은 어떤 거예요?
◆ 강기준> 가장 서러웠던 순간은... 제가 지금 현재 헬스트레이너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낮에는 헬스트레이너 하시고 밤에 훈련하고 그러신다면서요?
◆ 강기준> 헬스트레이너를 하고 있는데 다들 운동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러다 보니까 체격이 월급이랑 관련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권투선수들은 말랐잖아요. 저는 돈을 포기하고 챔피언만 되자, 챔피언만 되자.
◇ 김현정> 그러니까 헬스트레이너들은 근육도 우락부락하고 체격이 좋아야 되는데, 복싱 선수들은 체급이란 게 있으니까 몸을 마냥 불릴 수가 없는 거잖아요.
◆ 강기준> 그러니까 저희 회원들이 저한테 PT를 많이들 안 받으시고, 저는 서러운 거예요. 그런데도 목표를 위해서 참았거든요, 한국 챔피언만 되고, 몸 불리자.
◇ 김현정> 강기준 선수. 이제는 서러워하지 마시고 챔피언 벨트를 헬스장에다 걸어놓으세요.
◆ 강기준> 지금 정말로 신기하게도, 회원님들께서 보는 눈이 달라지셨어요.
◇ 김현정> (웃음) 축하합니다. 달라졌어요, 이제 벌써 대우가 달라졌어요.
◆ 강기준> 정말 눈빛이 달라지셨어요.
◇ 김현정>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잘됐습니다. 아기 이름은 뭐예요?
◆ 강기준> 아기 이름은 첫째는 강성민이고 둘째는 강성현입니다.
◇ 김현정> 성민이, 성현이. 끝으로 성민이, 성현이한테 한 마디 하시죠.
◆ 강기준> 성민아, 성현아 아빠가 정말 너희들한테 해 줄 게 없어서 많이 미안해서, 이빨 썩는 거 알면서도 사탕 사달라면 사탕 사주고 아이스크림, 콜라 몸에 안 좋은 거 알면서도, 그것까지 안 해 주면 해 줄 게 너무 없어서 해 주면서도 너무 미안하고 그랬는데. 좋은 옷도 많이 못 사주고 좋은 유치원도 못 보내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너희들 나중에 하고 싶은 거 있을 때 많이 후원해 주는 그런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강성민, 강성현 그리고 집사람 김지수 사랑해. 아빠 챔피언 먹었다.
◇ 김현정> (웃음) 이거 녹음하셨다가 나중에 아이들 크면 꼭 대대로 물려주십시오.
◆ 강기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축하합니다. 정말 잘 되셔서 제가 다 기쁘네요. 제가 다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아빠 돼주시고요. 좋은 선수로 끝까지 남아주십시오.
◆ 강기준> 감사합니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강기준 선수. 여러분, 이름 기억해 주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
◆ 강기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 슈퍼웰터급 챔피언 강기준 선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