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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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윤철 (아기 父), 최아나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순경)
지난 토요일 오후 112로 한 남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 남성은 태어난 지 5일된 갓난아기 아빠였는데요. 아기가 심각한 폐렴에 걸려서 1시간 안에 아기엄마의 피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하필이면 아기엄마와 아기는 1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있다면서 SOS를 요청한 겁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신속히 도로 위를 달려서 1시간골든타임 안에 엄마의 피를 운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사연 주말 사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봅니다. 아기아빠 나윤철 씨 연결을 해 보죠. 나윤철 씨, 안녕하세요?
◆ 나윤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딱 일주일 된 우리 아기, 이름 정하셨어요?
◆ 나윤철> 태명만 지금 정해져 있어요.
◇ 김현정> 태명은 뭐예요?
◆ 나윤철> 행복이요.
◇ 김현정> 행복이. 아직 이름도 없는 그 갓난아기. 어린 아기한테 토요일 오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 나윤철> 앞전 병원에서 오진으로 인하여 상황이 악화돼서 제가 급히 큰 병원으로 옮기자 해서 세브란스 도착했는데 이미 늦은 거죠.
◇ 김현정> 잠깐만요. 아기가 폐렴 증상이 있는데 그 동네에 있는 병원에서는 폐렴인 걸 모르고 있다가 상황이 심각해진 거예요. 그래서 내발산동에서 신촌까지 아기 큰 병원으로 옮기신 거군요. 그런데요?
◆ 나윤철> 신촌에 도착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그래서 신촌 세브란스 쪽에서는 준비를 할 테니까 저쪽 병원에서 피를 갖고 와야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 김현정> 엄마의 피가... 아빠 피는 안 됩니까?
◆ 나윤철> 저도 그래서 제 피가 있는데 왜 굳이 산모 피가 있어야 되냐 그랬더니 신생아는 산모피로 해야지만 가장 잘 맞는다고 안전하다고 그래서.
◇ 김현정> 엄마피를 가지고 와라. 그런데 그게 시간이 1시간 내라는 조건이 붙었어요.
◆ 나윤철> 네. 그래서 저도 그쪽에서 한 30년 살았는데 1시간 안에 왕복이 안 되거든요. 꽉 막힌 토요일날 신촌을 가로질러 가야 된다는 그게 있어서 이거 답이 없었던 거예요, 처음에.
◇ 김현정> 내발산동 산부인과에 있는 엄마의 혈액을 받아다가 신촌으로 1시간 안에 왕복을 해야 되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되는 상황.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나윤철> 그래서 생각한 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딱 기억나는 게 112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급하니까 저도 막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눌러서 했더니 지원해 드리겠다고 연락이 와서 시작이 된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그쪽 산부인과에 있는 내발산동 경찰은 엄마 혈액 뽑아서 신촌으로 출동하고 여기 신촌 경찰은 우리 아기 아빠 태우고 내발산동 향해서 출발하고. 중간에 도로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경찰관 그래서 몇 분이 오셨던가요? 아기 아빠 태우러.
◆ 나윤철> 두 분이 오셨죠. 순찰 도시다가 오셨는지 두 분이 오셔서 제가 탄 거죠.
◇ 김현정> 신촌이 어지간히 복잡한 게 아니었을 텐데 아무리 띠용띠용 울리는 112 경찰차라도 어떻게 뚫고 가셨어요?
◆ 나윤철> 비켜주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차가 막혀 있을 때는 솔직히 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진짜 운전하시는 범 경사님이 진짜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가다가 차들도 솔직히 조금씩 긁었어요.
◇ 김현정> 경찰차가 막 긁기도 하면서(웃음).
◆ 나윤철> 밀고 들어가야 되는데 차들이 조금씩 긁힌 차들이 있어요. 그래서 차주분들이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해서 더 빨리 갈 수 있었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어디쯤에서 두 경찰차가 마주쳤습니까?
◆ 나윤철> 등촌동 88 올림픽 체육관에서 만났죠.
◇ 김현정> 등촌동에서. 그때가 그러니까 몇 분쯤 지났을 때였요?
◆ 나윤철> 20분 정도 지나서요.
◇ 김현정> 20분 지나서. 이제 앞으로 40분 남은 상태에서 만난 거네요. 아기 엄마 혈액 받아드는 순간은 기분이 어떠셨어요?
◆ 나윤철> 시간이 다시 가야 된다는 그 압박에... 가는 길이 더 막히는 거예요. 그래서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는 더 위험했죠, 오는 길이.
◇ 김현정> 운전하고 오는 길이.
◆ 나윤철> 계속 경찰 분들도 사이렌 울리면서... 창문 내리고 고맙다 그러고 계속 그러면서 온 거죠.
◇ 김현정> 도착을 해서 그 혈액을 의사에게 건네러 가야 되는데 저 같으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못 갔을 것 같아요.
◆ 나윤철> 저도 세브란스를 많이 가봤지만 길을 잃어버렸어요, 내렸는데. 여기가 어디지 그러고. 동관으로 들어가서 난리치다가 안내원한테 물어봐서 ‘바로 옆인데요’ 그래서 ‘아, 맞다’ 그러고 그때부터 뛰기 시작한 거죠.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의사 손에 그 혈액을 딱 넘겼을 때. 그 순간 생각나세요?
◆ 나윤철> 그냥 쫙 풀렸어요, 진짜.
◇ 김현정> 살았구나. 우리 행복이 살았구나.
◆ 나윤철> 살아야 된다 그러면서 다리가 진짜 쫙 풀리면서 그냥 멈췄어요.
◇ 김현정> 그때까지 그 경찰관분도 함께 계셨던 거예요?
◆ 나윤철> 여자 경찰관분이 같이 내렸었는데 병원에. 저 뛰는데 쫓아오시느라고 되게 힘드셨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태워만 놓고 가신 게 아니라 끝까지 함께하신...
◆ 나윤철> 저도 태워만 주고 가는 줄 알고 고맙습니다. 연락 드릴게요 그러고 뛰는데 여자 순경분이 같이 뛰시니까 저도 좀 당황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무튼 눈물났어요.
◇ 김현정> 너무 감사한 분이네요. 신촌 뚫고 함께 출동했던, 함께 뛰어다녔던 그 경찰관 성함 아세요?
◆ 나윤철> 권태현 경사님이랑 최아나 순경님.
◇ 김현정> 그 두 분께 방송으로 감사인사 한 마디 하시죠, 제대로 정신없어 제대로 못하셨을 텐데.
◆ 나윤철> 어차피 찾아뵐 거지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제가 조만간 아기 상태 좋아지면 한 번씩 찾아뵙겠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막 울먹울먹하세요. 너무 감사해서. 신촌 지구대 최 순경님.
◆ 최아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들으셨죠? 나윤철 씨? 지금 최 순경님이 듣고 계셨어요.
◆ 나윤철> 안녕하세요?
◆ 최아나> 안녕하십니까?
◆ 나윤철> 진짜 고맙고요. 저희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최아나> 아닙니다. 저희는 그냥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행복이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 김현정> 최아나 순경님, 그때 신촌 세브란스에 내려드리고 그냥 갈 수도 있었는데 왜 같이 뛰어다니셨어요?
◆ 최아나> 아버님께서 사실은 많이 긴장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같이 뛰다가 혹시 아버지 다리라도 풀리면 그때부터는 최아나 순경이 들고 또 뛰어야 되고 이런 상황들을 다 예상해서?
◆ 최아나> 네.
◇ 김현정> 경찰 생활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최아나> 저는 1년 됐습니다.
◇ 김현정> 1년 그야말로 신입이시네요.
◆ 최아나> 네.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정말 잘하셨고요. 우리 행복이 얼굴 보셨어요?
◆ 최아나> 아니요(웃음).
◇ 김현정> 아직 얼굴 못 보셨어요하고...
◆ 최아나> 네.
◇ 김현정> 남의 자식이 아니에요, 이제 보니까. 고모 되신 거예요, 고모. 그렇죠, 나윤철 씨, 아빠?
◆ 나윤철> 네, 그럼요. 가족이죠.
◇ 김현정> 가족이에요. 빨리 행복이가 거뜬하게 일어나서 우리 고모 얼굴 봤으면 좋겠습니다. 상봉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나윤철 씨 그리고 최아나 순경님. 두 분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우리 예쁜 아가 행복이는 잘 자라나서 이제 세상을 도우며 살 수 있는 그런 따뜻하고 훌륭한 사람 되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나윤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최아나 순경님도 고맙습니다.
◆ 최아나> 네.
◇ 김현정> 오늘 아침 두 분 훈훈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