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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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부분 건강 악화, 링거로 버텨
-6개월 지났지만 바다만 봐도 눈물
-무능해서 못 꺼내주는 것 같아 고통
-따뜻한 말과 눈빛 보내주셨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은경 (단원고 실종학생 다윤 이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오늘로 딱 6개월입니다. 가족 품에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가 아직도 10명... 사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다만 문득문득 그들을 떠올릴 뿐입니다마는 아직도 하루 종일 그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실종자의 가족들이죠. 아직 내 가족이 물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는데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오늘 아침 우리도 진도로 가보겠습니다. 실종자 10명 중에 단원고 2학년생 다윤이가 있는데요. 다윤이의 이모 박은경 씨를 잠깐 만나보죠. 이모님 나와 계십니까?
◆ 박은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벌써 6개월이네요.
◆ 박은경> 네, 시간이 벌써 6개월이 됐네요.
◇ 김현정> 실감이 잘 안 나시죠?
◆ 박은경> 네, 지금 아직까지 애를 수습을 못하다 보니 저희는 항상 4월 16일이에요, 지금 현재도.
◇ 김현정> 지금도 봄날의 그날이세요...
◆ 박은경> 네..
◇ 김현정> 6개월을 지금 그렇게 현장을 지키고 계시니 가족분들 건강이 어떨까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 박은경> 지금 몸도 마음도 다 지쳐있고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모두가 감기 걸려서, 어제도 링거 맞고 오늘도 링거 맞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서 근근이 버티고 계세요.
◆ 박은경> 네.
◇ 김현정> 실종자 찾았다는 소식을 저희가 더 이상 듣지 못한 게 이게 벌써 얼마입니까?
◆ 박은경> 지금 꽤 시간이 흘렀죠.
◇ 김현정> 수색을 하고 있긴 있는 겁니까?
◆ 박은경> 지금 기상 악화로 수색이 그렇게 원활하게 되지는 않고 있어요. 올해 또 태풍도 많았었고요. 그러니까 저희들도 답답하기만 해요.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이죠.
◇ 김현정> 지금 그 안의 상황은 어떻다고 전해집니까?
◆ 박은경> 일단 뻘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고요. 그 안에서도 많이 힘드신가 봐요. (잠수사분들도) 일단 작업을 하실 때는 하신다고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데 좋은 소식이 안 들리니까... 가족들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못하고 그냥 눈치만 보고 기다리고 있는 거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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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다윤 양의 이모 박은경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어떤 분들은 ‘6개월 지나면 부모들도 힘들어서 팽목항 못 지키고 떠날 시간인데 어떻게 엄마도 아닌 이모가 저렇게 계속 현장을 지키고 계실까’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 박은경> 저는 다윤이하고 약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서...본의 아니게 떠날 수가 없어서 못 떠나고 있어요.
◇ 김현정> 그 가슴 아픈 사연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 박은경> 다윤이가 가정형편이 좀 어렵고 엄마가 많이 아파요.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수학여행을 안 간다고 하는 걸 이모들하고 (돈을) 모아서 수학여행을 보낸 거거든요. 수학여행을 보냈고 수학여행 가기 전전날 가족모임 하면서 제주도 가서 재미있게 놀다오라고 용돈을 주고 했는데... 2, 3개월 전에 수색작업하면서 다윤이 가방이 올라왔는데 용돈 준 게 그대로 저한테 다시 돌아왔어요.
◇ 김현정> 우리 이모님이 손에 쥐어준 그 용돈이 그대로...
◆ 박은경> 네. 그래서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수가 없고, 심리 상담도 받고 이렇게 하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사고 현장을 떠날 수가 없어요. 못 꺼내주니까 너무 미안하고 다른 많은 아이들은 나왔는데 이모나 너무 우리가 무능력해서 못 꺼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눈물)
◇ 김현정>그런 말못할 사연, 가슴 미어지는 사연이 있었네요. 그런데요 이모님, 너무 죄책감을 느끼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윤이가 형편이 어려워서 수학여행도 못 갈 그 상황에서, 어떤 이모라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서라도 조카에게 쥐어주는 게 그게 좋은 이모라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우리 이모님은 하실 일을 했습니다. 너무 마음의 짐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 박은경>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 가족분들 중에도 참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 특히 이 가족은 정말 가슴 아프다, 내가 봐도 이런 가족분도 있을까요?
◆ 박은경> 지금 모두가 다 그래요. 지금 실종된 학생이 5명 남았잖아요. 다 가정마다 그런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 다 안타까워서, 누구라고 집어서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 김현정> 이제는 가족들끼리 흘릴 눈물도 없을 것 같아요.
◆ 박은경> 그래도... 그냥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눈물은 나요. 우리도 추워서 막 옷을 껴입는 그런 계절이 됐는데... 꺼내주지도 못하고 바닷속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그런 생각하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죠. 너무 안타깝기만 하고 답답하기만 하고, 뭘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가족들은 모두 지금 그런 생활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이렇게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다는 게 참 미안해지네요... 우리 실종자 가족분들이 국민들께 꼭 좀 이것만은 알아달라,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 박은경> 정말로 저도 제가 이걸 겪지 않았다면... 예전의 천안함이나 어떤 사건들 봤을 때, 며칠은 너무 가슴 아프고 같이 울고 이랬는데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냥 잊혀져가는 그런 형태였었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활을 했던 사람인데 , 제가 이걸 겪어보고 나니까 그때 내가 정말로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요. 국민들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따뜻한 관심을 조금 더 가져주셨으면 하고요. 6개월이 지났으니까 이제 그만 끝내라 이런 말씀보다는, 얼마나 많이 힘들겠냐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 김현정> 위로의 말이라도...
◆ 박은경> 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저희 같은 경우는 많은 학생들과 많은 일반인들이 돌아가셨잖아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놓쳐버린 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지금 유가족들이 왜 우리 자식들이, 왜 우리 부모 형제들이 죽었는지 진실규명을 하기 위해서 무진장 힘든 싸움을 하고 계세요. 그런 분들한테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고 위로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지금 실종자 가족들 힘내라고 눈빛교환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눈빛이라도 보내달라 이 말씀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그동안 얼마나 많이 지치셨으면 얼마나 많이 상처를 입으셨으면 이런 말씀을 하실까 싶은데.
◆ 박은경> (흐느낌) 그냥 눈빛만 보내주셔도 저희들은 너무 간절하기 때문에 느끼거든요.
◇ 김현정> 이모님, 힘 내시고요. 잘 안 넘어가더라도 밥 잘 챙겨드시고요.
◆ 박은경>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다윤이 나오는 그날까지 힘내서 견디셔야 됩니다. 다윤이와 9명의 실종자들 총 10명의 실종자들이 빨리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도 간절하게 기도하겠습니다.
◆ 박은경>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다윤 양의 이모 박은경 씨 진도 현장 연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