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7(월) "시민이 정화조에 빠진 날.. 국민 똥경찰됐어요"
2014.10.27
조회 135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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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진성 (서울 삼성2파출소 경사)

밤이 깊어가는 시간, 서울에서 순찰을 돌던 한 경찰관에게 다급한 무전이 왔습니다. 지금 찜질방 정화조에 사람이 빠져 있다. 이런 신고였습니다. 재빨리 현장에 가보니까 실제로 한 20대 여성이 정화조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쉽게 말하면 대소변이 가득 든 오물통이죠. 밧줄이라도 가져와서 건져야 될 것 같은데요, 이 경찰관은 정화조 속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고요. 이 여성을 구출해냈습니다. 정화조 속으로 풍덩 뛰어든 이 경찰관의 사연, 주말 사이 큰 화제가 됐었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고 가겠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김진성 경사입니다. 김 경사님 안녕하세요?

◆ 김진성>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 몸은 어떠세요?

◆ 김진성> 다행히 조금의 타박상 말고는 많이 회복돼 있고 피부병도 없습니다.

◇ 김현정> 다행입니다. 정화조에 빠졌던 그 여성도 괜찮은 거고요?

◆ 김진성> 네, 퇴원하시고 이상이 없다고 확인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날 밤, 평소처럼 순찰을 쭉 돌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무전이 온 거예요?

◆ 김진성> 무전내용이 ‘정화조에 사람이 빠졌다’고 하니까 다급한 상황이라고 인지를 하고 교차로 신호위반까지 하고 비상 사이렌까지 울리면서 현장으로 날아갔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이렌까지 울려가면서. 정화조에 사람이 빠졌다는 자체가 굉장히 신기한 신고잖아요? 그것도 서울에서.

◆ 김진성>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도착을 해 봤더니 찜질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 있던가요?

◆ 김진성> 도착하고 나서 긴급히 정화조로 가보니까 사람이 완전히 잠긴 채 빨간 고무장갑 손만 보이는 거예요.

◇ 김현정> 고무장갑을 끼고 손 뻗고. 얼굴은 위로 나왔다 아래로 들어갔다 계속 이런 상태?

◆ 김진성> 아니요,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 손바닥만 수면 위로 나와 있는 상태인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숨도 못 쉬는 상태였다는 얘기네요?

◆ 김진성> 그렇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정화조 안으로 뛰어들게 된 거죠.

◇ 김현정> 들어가보니까 어떤 상황이던가요, 깊이는 어느 정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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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성> 일단 거기가 가로 세로 폭이 1m정도인데, 그 당시에는 제가 더럽다든지 아니면 냄새가 심하다든지 그런 걸 아예 못 느꼈어요. 마치 모든 몸의 감각이 마비된 것 같이. 그리고 안에서도 여자 분을 한손으로 제 몸 쪽으로 붙인 거예요. 발버둥 쳐버리면 저도 위험한 상황이 되니까. 차라리 여기를 잡으라고 붙인 다음에 진정이 되니까 위로 밀려올렸죠.

◇ 김현정> 그렇게 깊던가요, 정화조가? 발이 우리 경사님 발도 안 닿을 정도로?

◆ 김진성> 그러니까 일단 성인 여성이 팔을 쭉 폈을 때 손바닥밖에 안 나온 상황이었고, 저도 발이 안 닿으니까 많이 공포스럽더라고요, 순간적으로. 내가 이러다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수영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 김현정>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래도 다행히 한 손으로 의지하고 한 손으로 그 여성을 끌어안아서 위로 올리는 데까지 성공하신 거죠?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린 겁니까?

◆ 김진성> 1분, 2분이 채 안 된 것 같은데 저는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그 여성분 안전하게 구조되고 나서 제가 탈진을 해버렸거든요.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힘이 빠졌는지 냄새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순간적으로 힘이 풀려서 물속으로 잠길 찰나에 직원이 위에서 다행히 저를 빨리 확인했어요. 저도 소리를 쳤고, ‘나 빠질 것 같다고 위험하다고 빨리 잡아’ 이러면서 소리를 쳤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 구조의 시간 1, 2분이 마치 경사님한테는 하루처럼 길게 느껴지는 사투였겠군요.

◆ 김진성> 정말 영원이었죠, 영원.

◇ 김현정> 영원으로 느껴질 만큼. 그나저나 그 여성은 그런데 왜 어떻게 하다가 그 정화조에 빠지게 됐답니까?

◆ 김진성> 어머니와 딸 간에, 어떤 일 때문에 다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다툼이 있었고요. 그 와중에 어머니가 지갑을 가지고 계시면서 ‘정화조에 버렸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나 봐요. 그러니까 딸이 이제 장갑을 끼고 정화조로 찾으러 갔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엄마, 내 지갑 어디다 놨어’ 하니까 ‘정화조에 버렸어’ 라고 해서 진짜로 정화조에 버린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장갑 끼고 간 거예요, 정화조에?

◆ 김진성> 솔직히 뭔가를 던지면 당연히 물이니까 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간 것 같거든요.

◇ 김현정> 그런 일이었군요(웃음). 어떻게 보면 좀 어처구니 없는, 정말로 지갑이 정화조에 있었던 거예요?

◆ 김진성> 아닙니다, 그런 상황은.

◇ 김현정> 그런 일이었군요. 그런 일이었어요. 그러면 어떻게 온몸에 오물 뒤집어쓰고 경찰서로 오신 겁니까?

◆ 김진성> 저는 완전히 탈진해서 온몸에 냄새도 나고 오물들도 많이 있는데, 저를 구조해 준 직원이 업어서 순찰차에 실어서 파출소로 오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파출소로 오셨어요. 좀 정신 차리고 보니까 좀 몸에서 냄새나고 이러지는 않던가요?

◆ 김진성> 소장님이 처음에는 축하한다고 그러고 오시더니, 냄새가 나니까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거예요(웃음).

◇ 김현정> ‘잘했다, 김 경사’ 이러면서 가까이 오시다가 냄새가 몸에서 진동을 하니까(웃음).

◆ 김진성> 조금 멈추시더라고요.

◇ 김현정> 별명이 붙으신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이번 사건 때문에.

◆ 김진성> 국민 똥경사 됐죠(웃음).

◇ 김현정> 국민 똥경사. 자랑스러우시죠, 그래도?

◆ 김진성> 자랑스럽죠. 동료들도 자랑스럽다고 축하 메시지 많이 보내줬고. 한편으로는 왜 무모하게 그런 행동 했냐며 나무란 직원도 많았고요. 또 어떤 우스갯소리로 어떤 직원 분은 똥냄새 난다고 경찰서 들어오지 말라고(웃음).

◇ 김현정> 놀리는 사람도 있고요. 당연한 일을 한 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마는 자신의 목숨까지 사실은 잃을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감동하고 칭찬을 해 주고 계시는 걸 거예요. 김 경사님, 잘하셨고요, 몸도 좀 깨끗하게 당분간은 씻어주시고요.

◆ 김진성> (웃음)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아침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진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국민의 든든한 지팡이가 좀 돼 주십시오. 서울 강남경찰서 김진성 경사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