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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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4(금) "문 따달라,지갑 찾아달라..소방관의 비애"
2014.10.24
조회 83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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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진영 (군산소방서 소방장,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외로우니 말벗이 되어 주세요’, ‘열쇠가 없는데 빨리 와서 문 좀 열어주세요’, ‘다리가 너무 아픈데 소방차 좀 태워주세요’. 모두 119에 걸려온 난감한 SOS 전화들입니다. 위급상황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숫자가 119죠. 정말 급박한 상황에 걸어야 하는데, 이렇게 황당하고 난감한 신고전화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최근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를 한 건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얘기인지 오늘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계세요. 고진영 소방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고 소방장님,안녕하세요?

◆ 고진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우리 고진영 소방장님은 현장에 계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고진영> 16년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구급차도 타보시고 상황실도 있어 보시고 다양한 경험을 하셨겠네요. 어제 나온 소방본부보고서를 보니까 '우리 아이가 숨 넘어갑니다. 빨리 와주세요' 해서 출동을 해 보니까 그 집의 강아지더라. 이게 굉장히 심하게 극단적인 사례입니까 아니면 이런 일들이 종종 있습니까?

◆ 고진영> 그런 정도는 종종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고 소방장님이 겪은 난감한 경험들은 어떤 게 있으십니까?

◆ 고진영> 제가 겪은 사례 중에서는 지갑이 갯벌에 빠졌는데 건져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청춘남녀가 데이트 하다가 술 한잔을 먹고 지갑을 어떻게 하다 갯벌에 빠졌나 봐요.

◇ 김현정> 둑에서 떨어뜨렸어요, 지갑을.

◆ 고진영> 그래서 건져달라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안 된다. 소방관들이 지갑을 뻘에서 건져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런 거 건지러 출동하다가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랬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출동을 해서 꺼내줬어요.

◇ 김현정> 꺼내주셨어요? 어떻게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 고진영> 그런데 이 말 때문에 꺼내줬죠.

◇ 김현정> 어떤 말이요?

◆ 고진영> 뭐냐 하면 신고자가 ‘알았다, 하지만 내가 지갑을 줍기 위해서 뻘에 들어가서 목숨을 잃으면 소방관 아저씨가 책임을 져라, 지금 들어간다’ 그러면 방법이 없는 겁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알았어요, 소방관 아저씨. 그런데 내가 이 전화 끊고 들어갔다가 무슨 일 나면 그거 다 아저씨 책임입니다’?

◆ 고진영> 네. 그것을 그냥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소방관은 없습니다.

◇ 김현정> 이건 좀 뻔뻔하네요. 또 어떤 거 기억나세요?

◆ 고진영> 그런 것도 있고, 제가 있는 곳은 시골지역이다 보니까 멀리 시내로 나가실 때 구급차를 배 아프다고 신고를 하시고, 나가보면 병원에 안 가고 병원 가기 전에 중간에 내려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배아프다고 신고를 했으면 병원에 가야 되지 않겠냐 그랬더니 아까는 아팠었는데 지금 다 나았다. 지금 병원 안 가도 될 것 같다. 우리는 그런 거 보면 이 사람이 왜 처음부터 신고를 했는가 바로 알죠.

◇ 김현정> 감이 오는군요.

◆ 고진영> 감이 오는 것이죠.

◇ 김현정> 와서 문 따달라는 전화도 있다면서요.

◆ 고진영> 문 따달라는 전화도 있고 그래서 알고 보면 채무관계에 있거나 실질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고.

◇ 김현정> 그 사람의 집이 아니에요?

◆ 고진영> 그 사람의 집이 아니고 아는 친구다. 그런데 분명히 안에 있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데 아무리 연락을 해도 전화를 안 받는다. 무슨 일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문 열어주고 개방을 해달라는 상황이었는데 친구사이도 아니고 채무관계가 있어서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서...

◇ 김현정> 한 마디로 빚쟁이가 빚 받으러 갔다가 그 집 문을 안 열어주니까 소방관을 부른 거예요. 별일이 다 있습니다.

◆ 고진영> 참 다양한 일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저라면 그렇게 해서 출동했다가 그런 사연을 알고 나면 무지하게 화가 날 것 같은데 화 안 내세요?

◆ 고진영> 화도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이것이 장난 전화라고 예단을 하면 안 돼요. 진짜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백에 하나 정말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무조건 일단 출동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거군요. 그래서 출동을 했는데 이런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사례면 그 자리에서 화도 내시고 따지기도 하시고 이렇게 하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 고진영> 그래야 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소방관들은.

◇ 김현정> 억울해도 그냥 꾹꾹 참고 또 발걸음을 돌리시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지금 언뜻 말씀하셨어요. 일단은 모두가 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상정을 하고 우리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난 전화구나 아니구나 생각하는 그 기준은 뭔가요, 감은 뭔가요?

◆ 고진영> 사실 화재진압, 구조구급에는 어떻게 행동하라는 매뉴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방접수, 신고접수에 대한 매뉴얼은 못 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나 다양한 사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매뉴얼화시킨다는 것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고는 장난전화고 어떤 식의 신고는 장난전화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순수하게 접수하는 소방관들의 감이지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출동을 하는 것으로 기본원칙을 삼고 있죠.

◇ 김현정> 바로 그 점을 악용하는 이런 나쁜 민원자들이 있는 게 문제군요.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고진영> 장난전화 얘기의 인터뷰니까 장난전화를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거니와, 언론에서 많이 접하셔서 소방관들이 얼마나 힘들게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자기의 목숨을 내놓고 현장에 투입되는지 국민들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제 많이들 아세요.

◆ 고진영> 많이들 아시죠. 한 명이라도 더 국민을 구조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게 소방관들 모두의 희망이고 소망입니다. 최근에 우리가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화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참 여러 가지로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소방관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세요. 이 말씀이세요. 그리고 장난전화 자제해 주십시오. 이 얘기도 정말 명심하셔야 됩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겠지만 아이들한테도 단단히 교육시켜주십시오. 소방장님 오늘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요.

◆ 고진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맡고 계세요. 16년 소방관 고진영 소방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