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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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드렛일 다수, 환자 호떡 사다주기도
- 환자안전·국민건강 위협하는 문제 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함현석 (의대협 회장)
선배 레지던트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담배 한 보루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레지던트와 그의 여자친구 100일 기념일엔 케이크를 사는 일까지 했다.. 어느 대학병원 인턴의 고백이 어제 보도되면서 떠들썩했습니다. 대학병원 인턴이라고 하면 자신의 전공을 정하기 전에 1년 동안 모든 과를 조금씩 쭉 돌면서 경험을 해보는 과정인데요.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열악한 임금을 받고요. 또 앞서 제가 말씀드렸듯이 하지 않아도 될 허드렛일까지 해야 된다는 겁니다. 지금 인턴들 사이에 인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직접 듣죠.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함현석 회장 연결돼 있습니다. 함 회장님, 안녕하세요?
◆ 함현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몇 학년이세요?
◆ 함현석> 지금 본과 3학년입니다.
◇ 김현정> 그럼 아직 인턴은 안 해 보셨네요?
◆ 함현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선배들 얘기는 많이 들으셨어요?
◆ 함현석> 이런 저런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주로 불만이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낙에 지금까지 있었던 시스템이고 당연시되던 단계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요.
◇ 김현정> 지금 가장 힘든 게 과잉노동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신다는데요. 인턴들이 얼마나 일합니까?
◆ 함현석> 지금 수치화해서 주당 근무시간을 살펴봤을 때 주로 100시간 이상인 곳이 대다수고요.
◇ 김현정> 주당 100시간. 그러면 하루에 그럼 얼마나 근무하는 거예요?
◆ 함현석> 일요일 없이 일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하루에 13시간에서 14시간 정도 일하게 되는 셈이죠.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140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될 때는 휴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침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를 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했는데, 꼬박 새서 새벽 5시까지요?
◆ 함현석> 맞습니다.
◇ 김현정> 이게 인간적으로 가능합니까?
◆ 함현석> 연속근무시간 같은 경우에도요. 제 주변에서도 연속 400시간을 근무했던 선배님도 봤고요. 그런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지금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러면 그렇게 하고 임금은 얼마나 받으세요?
◆ 함현석> 임금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 3천만 원 내외였던 것 같고요.
◇ 김현정> 평균. 이건 월이 아니죠?
◆ 함현석> 연봉이요.
◇ 김현정> 연봉 3천만 원.
◆ 함현석> 제일 높았던 데가 4천만 원대 초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조금 자면서 노동을 하면, 그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환자를 볼 수가 있습니까?
◆ 함현석> 바로 그 점에서 저희도 항상 조정을 했던 건데요. 인턴이라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의료와 관련이 없는 일을 한다는, 그런 일을 할 때가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 김현정> 보조 일을 한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요.
◆ 함현석> 어떻게 보면 그런 데에 투자하는 시간 때문에 그리고 잠을 더 못 자기 때문에 국민들한테 피해가 간다면, 그리고 당장 눈앞에 있는 환자한테 그런 의료행위적인 면에서 잘못된... 최대한 집중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면요. 그런 피해가 누구한테 가는 것이냐. 의사가 아니라는 점이죠. 그때부터는.
◇ 김현정> 거기다가 허드렛일까지 해야 한다, 과잉노동도 문제인데요.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함현석 씨가 들은 얘기 중에는 어떤 얘기들이 있어요?
◆ 함현석> 일단 말씀하신 그런 두 가지 케이스도 물론 처음 들은 얘기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는 생각하고요. 그리고 너무 피곤한 부분. 수면이 부족했기 때문에 계단에서 구르는 선배님도 봤고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갑자기 환자분께서 호떡을 드시고 싶다고 하면 인턴이 병원을 나가서 호떡을 사오던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환자가 호떡 사와라 하면 호떡 사와야 되는... 그건 정으로 사다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잠도 충분히 못한 상황에서 을 중의 을인 인턴들은 그런 일도 한다는 말씀이세요.
◆ 함현석> 물론 그런 일 한 번씩 하는 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요. 1년 중에 계속 그런 일을 한다든지 그리고 너무나 당연시 된다면 이건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점이죠.
◇ 김현정> 지금 인턴제 폐지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 함현석> 맞습니다. 인턴제 폐지가 처음 나왔던 얘기는 아니고요. 지금까지 계속해서 얘기가 나왔던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협의체라는 것도 예전까지도 공감대는 항상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턴제 폐지와 관련된 부분도 예전에 논의된 바가 있었고요. 다만 중점적으로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전공의 수련제도의 체계적인 부분을 다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점에서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인턴이라는 과정은 무슨 전공을 할 지 정하기 전에 조금씩 경험하면서 이제 자신의 갈 길을 정하는 과정이잖아요. 이 제도가 없어지고 나면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 함현석>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요. 의과대학 안에서도 이미 실습과정을 1년 반 동안 순환을 하면서 돌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좀 더 내실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은 굳이 인턴이라는 기간을 하나 더 두면서 허드렛일을 하는, 뭔가 을 중의 을로 일하고 있다, 과잉노동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신 거예요?
◆ 함현석> 네, 맞습니다. 그리고 물론 과별로 순환하는 기능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만 그 순환기능을 겪어야 하는 것인가란 점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 같이 한번 다시 생각을 해 봐야 되는 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문자도 들어옵니다만 이런 질문들을 하세요. 그래도 어쨌든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의사가 되는 것 아니냐, 이 정도 고생은 좀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 나중에 보상받지 않느냐,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함현석> 네, 맞습니다. 정식 의사가 돼서 보상을 받는다, 혹은 그 정도 고생은 해야 제대로 된 의사가 되지 않겠느냐, 보상을 받는다, 그럴 수 있고요.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관념들 때문에 조성된 이 혹독한 근무환경이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그 피해가 의사한테 가는 게 아니라, 만약 국민들한테 돌아간다면 그때는 당장 수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해가 되는 시스템이라면 이때는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함현석>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 함현석 회장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