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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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지명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윤경 (어머니)
지난 월요일 정오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는 기이한 풍경이 하나 연출됐습니다. 50여 명이 모여서 3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는 거였는데요. 이것은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누가누가 더 멍하게 앉아 있느냐, 바로 멍때리기 대회였습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만든 대회인데 저희 뉴스쇼에서도 대회 전에 한번 소개를 한 적이 있었죠. 그래서 대회 후에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요. 그런데 대회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가 계속되고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제1회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9살 소녀 김지명 양의 어머니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어머님, 안녕하세요?
◆ 어머니>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딸 지명이가 가장 멍한 사람으로 뽑힌 거잖아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이것을 축하드린다고 해야 되나요, 걱정되시겠다고 해야 되나요, 소감이 어떠세요(웃음)?
◆ 어머니> 저희는 원래 대회 목적을 알고 갔기 때문에 축하해 주시면 됩니다(웃음).
◇ 김현정> 그럼요, 어쨌든 1등이잖아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런데 이 대회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보내신 거예요?
◆ 어머니> 보통 아이가 학교를 가면 제가 집에서 아이에게 좀 도움이 되는 정보나 그런 것이 있을까 검색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때 우연히 페북에서 그런 대회가 있다고 공지가 뜬 것을 보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IMG:2}◇ 김현정> 그런데 아이를 보면서 이 대회에 적합하다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 어머니> 저희 아이를 학원을 보냈을 때 가끔 선생님들한테 ‘저희 아이는 어때요’ 하고 여쭤보면 '다 좋은데 가끔 멍을 때려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하셨으면 저희 아이를 오해한다고 했을 텐데 다른 선생님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니까 이건 뭔가 우리 아이한테 문제가 있나보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한테 하지 말라고 멍을 때리면 안 좋다고 많이 혼내기도 했는데 그게 엄마가 혼낸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저도 모르게 아이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그러면서 이게 아이의 단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단점으로 자기가 주눅이 들어서 살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고쳐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대회가, 공지를 봤었을 때 얘가 오히려 여기에 나가서 1등을 하면 장점으로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제가 하면서 보냈는데 그렇게...
◇ 김현정> 오히려 아이의 단점처럼 내 눈에는 보이는 저 행동이 장점으로 내 눈에 보이지 않을까, 아이에게도 자신감이 되고... 이런 생각하신 거예요?
◆ 어머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아이한테 지명이한테 ‘너 멍때리기 대회라는 거 나가볼래’라고 어머니가 권했을 때, 우리 지명이 반응은 어땠습니까?
◆ 어머니> 그냥 주저없이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거라고 너무나 좋아하면서, 그러면 거기를 나가면 뭐가 나중에 좋아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1등을 하면 멍을 때려도 절대 혼내지 않겠다' 했더니 그럼 당연히 나가겠다고 하면서 좋아했어요.
◇ 김현정> 그런데 9살 소녀가 멍때린다는 게 뭔지 알아요?
◆ 어머니> 저도 그게 얘가 과연 알고 있나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아이한테 물어봤는데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 김현정> 뭐라고 설명을 하든가요, 9살 소녀는?
◆ 어머니> 아이가 말하기는 멍이라는 것은 가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되는 게 멍이라고 그렇게 말해 줬어요.
◇ 김현정> 에너지라는 단어까지 써요?
◆ 어머니> 요즘 초등학생들은 그런 단어 많이 사용해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웃음) 똑똑하네요, 지명이... 혹시 지금 지명이 학교 갔어요?
◆ 어머니> 아니요, 아직 있어요.
◇ 김현정> 안 갔으면 잠깐만 좀 바꿔주실 수 있겠습니까?
◆ 어머니> 잠깐만요.
◆ 김지명>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명 양,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 김지명>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기분이 어때요, 소감이?
◆ 김지명> 좋아요.
◇ 김현정> 그 멍때리기 대회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우리 지명이 무슨 생각했어요?
◆ 김지명> 생각을 안 했어요.
◇ 김현정> 아무 생각 안 했어요? 그럼 학교 가서 자랑했어요?
◆ 김지명> 네.
◇ 김현정> 그랬더니 친구들이 뭐래요?
◆ 김지명> 친구들은 대회 나간걸 몰랐고, 선생님은 놀랐어요.
◇ 김현정> 담임 선생님은 놀라시고?
◆ 김지명> 말 없이 그냥 깜짝 놀랐셨어요.
◇ 김현정> 말 없이 눈으로만 깜짝 놀라셨구나(웃음)?
◆ 김지명> 네.
◇ 김현정> 귀여워요, 이런 소녀입니다. 우리 지명이 앞으로 꿈은 뭐예요?
◆ 김지명> 의사요.
◇ 김현정> 하얀 가운 입고 사람들 고치는 의사?
◆ 김지명> 네.
◇ 김현정> 혹시 멍때리기 대회 또 열린다면 또 출전할 생각도 있어요?
◆ 김지명> 아직은 없어요.
◇ 김현정> 아직은 없어요?(웃음). 지명이 잘했고요. 이제 얼른 학교 갈 준비하세요.
◆ 김지명> 네.
◇ 김현정> 어머님?
◆ 어머니> 네, 여보세요.
{IMG:3}◇ 김현정> 참 귀여운 아이네요, 그런데 우리 어머님은 제가 인터뷰 하면서 느끼는 것이 빈틈없는 스타일이실 것 같아요.
◆ 어머니> 네, 아이하고는 성격이 정반대예요.
◇ 김현정> 그런데 이 멍때리기가 바쁜 현대인들한테는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정신적으로요. 우리 어머님도 지명이 따라서 하루 한 번씩 멍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어머니> 저는 아이하고 정말 반대로 멍을 때리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 김현정> 아이한테 좀 레슨을 받으셔야겠네요(웃음)...
◆ 어머니> 네.
◇ 김현정> 우리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 번 정식적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회였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9살 소녀가 우승을 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울 것도 있다는 거예요. 그걸 우리 지명이가 알려준 건데 지명이 지금처럼 예쁘게 잘 키워주시고요, 멍하다고 너무 혼내시지는 마시고요.
◆ 어머니>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는 혼내지 않습니다(웃음).
◇ 김현정>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윤경>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멍때리기 대회 1회 우승자 9살 소녀 지명이의 엄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