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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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
요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게 '도서정가제'입니다. 사실 요즘은 책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온라인서점이냐, 대형서점이냐, 동네서점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던 것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나서는 정가를 지켜팔도록. 설사 할인을 한다 해도 최대 15%를 못 넘도록 제한한다는 겁니다. 2주 후면 전면 시행이 되는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거기에다가 출판이나 중소 서점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답니다. 들어보죠,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책임연구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백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 백원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먼저 도서정가제가 시행이 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집니까?
◆ 백원근> 한마디로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가 되는데요. 기존에는 18개월 이상된 구간 도서인 경우에는 할인 한도가 없었습니다. 무한대 할인이 가능했었고. 그 다음에 신간 같은 경우에는 마일리지 같은 것을 포함해서 총 19%까지 할인이 가능했던 것이 이제 15%로 줄어들고요. 그리고 정가제 대상이 아니었던 실용서라든가 초등학습 참고서, 그리고 도서관 공급도서 등에도 정가제가 적용되게 됩니다. 그간 여러 차례 법개정이 있었고요. 할인범위 확대하는 방향이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특성이 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바꾼 취지는 뭔가요?
◆ 백원근> 가장 큰 것이 동네 서점들이 그간 20여 년 사이에 70%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마는 그중에서도 역시 가격 경쟁력, 그러니까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나지 못한 측면이 크다, 라고 이야기가 되고 있고요. 그리고 이제 이런 할인을 감안한 거품 가격들이 책정이 되면서 소비자한테는 결국은 할인을 감안해서 정가를 책정한 그런 식의 눈속임이 아니냐, 그래서 시장 혼란도 가중됐었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가 출판이라든가 독서라든가 이런 측면에서 선진국과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라고 하는, 그리고 소비자들의 그런 불만들도 있었던 거고요.
◇ 김현정> 그런데 도서할인폭을 최대 15%로 묶는다고 하니까 당장 불만인 소비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은 부지런히 발품 팔고 정보 찾으면 50%, 70%, 심지어는 90% 할인된 책들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책이 없어진다는 것 아니냐,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백원근> 그래서 한마디로 이것을 제2의 단통법이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지금 보면 90% 할인이 등장하는 이유는 기존에 18개월 이상 지난 구간 도서들이 15% 이내로 묶이게 되면서 산더미처럼 재고들이 많이 쌓여 있거든요. 그래서 이참에 악성 재고를 털고 가자라고 하는 계산이 담겨 있는 거고요.
◇ 김현정> 요즘 그러는 것은 그래서 그렇다?
◆ 백원근> 네.
◇ 김현정> 앞으로 얘기하는 건데요, 지금. 앞으로는 그럼 그런 책은 구경 못하는 것 아니냐, 15%로 무조건 묶는 건 말이 안 된다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 백원근> 그런데 지금 이 법과 시행령에는 굉장히 여러 가지 구멍들이 많이 뚫려 있습니다. 그러니까 15% 안에 모든 어떤 경제상의 이익이 다 포함되도록 이렇게 설계가 돼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경품이라든가 혹은 제휴 카드에서 카드사가 할인을 해 주는 부분이라든가, 그리고 18개월이 지난 책들 같은 경우에는 출판사들이 재조정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이렇게 돼 있는데요. 앞으로 할인 상황이 지금보다 더, 일시적으로 90% 할인 같은 것들은 없어지겠지만 상당 부분의 할인 효과를 내는 상황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입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이런 인터넷 쇼핑몰에서 책을 팔 경우 서점은 아닌데 규제가 됩니까, 안 됩니까.
◆ 백원근> 규제 대상에는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업계에서 요구를 했었고 책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다 해당은 되는데요. 실제적으로는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경품이라든가 제휴카드 할인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지금 현재 소비자분들에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런 것이 동네서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여전히 할인을 많이 해 주는 곳으로 할인효과가 큰 곳으로 몰릴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 김현정> 결국은 구멍이 숭숭 뚫린 도서정가제이기 때문에 과연 동네서점 살리자는 취지에 이게 들어맞는 것이냐, 이 부분을 걱정하시는 거군요?
◆ 백원근> 네.
◇ 김현정> 그러면 백 연구원님은, 그리고 출판계의 대체적인 생각은 도서정가제를 하되 더 강하게,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쪽이세요?
◆ 백원근> 기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정가제라고 하는 것이 흔히 오해를 받을 수가 있는데, 가격 올리고 소비자를 봉으로 만드는 거 아니냐는 식의 오해를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출판시장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무너져가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굉장히 악화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출판시장의 기반이 동네서점, 오프라인 서점들이기 때문에 이걸 지켜내면서 독자들이 보다 양질의, 그리고 다양한 책들을,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받아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을 거고. 이것은 프랑스, 독일이라든가 일본이라든가 대다수 출판 선진국들에서 시행을 하고 있는 그런 제도입니다.
◇ 김현정> 대신 하려면 제대로 해라, 구멍 숭숭 뚫린 걸로는 제2의 단통법만 될 거다, 이런 말씀이에요. 동네서점도 죽고...
◆ 백원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 김현정> 동네 서점은 동네서점대로 죽고,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불만이고 호갱이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 그러면 소비자도 좋고, 출판업계도 좋고, 중소서점도 같이 사는 윈윈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백원근> 법개정을 해서 정가제 시행 취지라든가 법리를 살리는 노력이 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래서 선진국들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하거든요. 두 가지 문제가 해결이 돼야 될 것 같아요. 정부나 지자체 같은 경우에는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 출판사들은 소비자들이 싸다고 생각될 만한 페이퍼백이라든가 문고본, 이런 저렴한 양질의 책 발행을 늘리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백원근>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