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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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2(수) 낙엽 택시를 아시나요?
2014.11.12
조회 110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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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손님들 계절 느끼시라고.."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완기 (낙엽택시 운전사)

내가 무심코 탄 택시에서 가을이 펼쳐진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지금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한 분도 계실 텐데요. 요즘 SNS에서 한 특별한 택시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로그에도 올라와 있는데요. 서울 어딘가에서 택시 문을 열었다가, 택시 바닥에 가을낙엽이 쫙 깔려 있는 풍경과 마주쳤다는 겁니다.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가을을 몰고 다니는 낙엽택시의 주인공 만납니다. 택시기사 이완기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이완기> 안녕하세요.

◇ 박재홍> 제가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가 범상치 않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그러니까 택시 문을 열고 딱 들어가면, 빈 택시인데 낙엽이 타고 있는 거네요?

◆ 이완기> 예. 은행잎을 바닥에 깔아놓고 다니니까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 박재홍> 대부분 처음 보고 나서 어떤 반응 보이세요? “어, 이게 뭐지?” 이럴 것 같은데요.

◆ 이완기> 여성분들은 “어, 어, 어!!!!” 이러시고요. 남자분들 같은 경우에 어떤 분은 “이게 뭐야” 그러면서 택시를 타려고 하다가 문도 확 닫는 분도 있고 그래요.

◇ 박재홍> 만약에 저 같으면 선뜻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아요(웃음).

◆ 이완기> 그래요? 여자분들은 딱 타시면서 웃으면서 탁 타세요. 먼저.

◇ 박재홍> 마치 가을에 앉는 그런 느낌으로요. 제가 사진으로 보니까 이게 바닥에도 깔려 있고요. 뒷좌석 창문 쪽에도 낙엽이 있더라고요?

◆ 이완기> 네. 뒷좌석 창문 쪽에도 있어요.

◇ 박재홍> 이 낙엽들은 처음에 언제 깔아야겠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 이완기> 작년에 제가 조금 한번 깔아봤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작년에 이미 반응을 검증받으신 거네요?

◆ 이완기> 네. 작년에 조금 깔았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요. 올해는 은행잎이 질 때 있잖아요. 노랗게 물들고 나서 떨어지기 시작할 때, 낙엽 두 가마를 주워서 차에다가 싣고 왔어요. 그래서 집에다 욕조에다 물을 붓고 하루에 깔 만큼만 잎을 씻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낙엽을 주워서 차에 바로 넣으신 게 아니고 일단 좀 잎을 씻으셨네요.

◆ 이완기> 왜냐하면 그냥 바닥에 깔으면 먼지가 잔뜩 있어서 푸석푸석하고요. 먼지가 있으면 많이 더러워지니까 그래서 씻어서 말려 가지고 깔았는데요. 어떤 손님은 신발까지 벗고 낙엽을 이렇게 발바닥으로 밟기도 하세요.

◇ 박재홍> (웃음) 방도 아닌데 낙엽의 바스락바스락 그 느낌을 갖기 위해서요? 굉장히 반응이 좋네요.

◆ 이완기> 반응이 정말 좋아서 앞으로 한 달 이상은 더 낙엽을 깔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낙엽이 다 떨어지잖아요. 떨어지면 이제 주우려고 해도 치워버려서 없으니까요. 미리 제가 한 두 가마 정도로, 꽉꽉 눌러서 낙엽 두 가마를 받아놨어요. 봄과 여름에는 제가 꽃을 장식합니다.

◇ 박재홍> 기사님 차에는 계절마다 장식이 있네요?

◆ 이완기> 네. 봄하고 여름에는 있는 꽃을 계절마다 차에 놓고요.

◇ 박재홍> 바닥에 꽃을 까세요?

◆ 이완기> 의자 뒤에다가 꽃을 깔고요. 손님들이 겨울에는 뭘 깔 거냐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겨울에는 제 생각에는...

◇ 박재홍> 겨울에는 눈을?

◆ 이완기> 눈을 해야 되는데 눈이 녹잖아요. 그렇게 못하니까요.

◇ 박재홍> 그러면 여름에는 어떻게 하세요?

◆ 이완기> 여름도 꽃이 있잖아요. 여름에 피는 꽃이요.

◇ 박재홍> 여름에는 여름꽃을 또 택시 안에 넣으시고요. 지금 개인택시 기사신가요?

◆ 이완기> 아니요. 회사택시입니다.

◇ 박재홍> 회사택시세요? 그러면 회사에서 뭐라고 안 그러던가요? 회사 차량을 훼손할 우려도 있고요.

◆ 이완기> 아니죠. 회사에서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 박재홍> 혹시 동료 기사 중에 벤치마킹 하는 분도 있어요?

◆ 이완기> 회사 과장이 우리 회사 택시 다 깔아야 되겠는데요,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웃웃음).

◇ 박재홍>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요? 아예 낙엽택시 아니면 계절택시 해서요.

◆ 이완기> 글쎄요(웃음). 제가 회사하고 상의를 한번 해 보겠습니다.

◇ 박재홍> 제가 또 기사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느끼는 건 굉장히 감수성이 예민하신 것 같아요.

◆ 이완기> 그렇지도 않아요. 일단 손님들이 좋아하시잖아요. 그러면 요새 매일 찡그릴 일도 많은데 손님 웃으시면 저도 기분이 올라가잖아요. 운전도 재미있어지고 좋더라고요.

◇ 박재홍>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궁금한데요. 아이들은 어떤 반응 보입니까?

◆ 이완기> 사진을 찍어요. 제 택시에 하루에 한 45회 정도 손님이 내렸다 탔다 하시거든요. 그 중에서 한 35분 정도. 남자분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을 빼놓고는 거의 다 사진 찍고 좋다 그러고 다 그러세요.

◇ 박재홍> 그러니까 차에 탔던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셀카도 찍으시고 그러는 거군요. 참 우리 기사님은 추억을 만들어주시네요. 실례지만 지금 자녀들도 있으신가요?

◆ 이완기> 네, 있어요. 1남 1녀고요. 시집, 장가 다 갔어요.

◇ 박재홍> 그러면 혹시 손주도 있어요?

◆ 이완기> 있어요. 할아버지죠.

◇ 박재홍> 그렇구나. 그러면 우리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끄는 멋진 낙엽택시를 혹시 태워주신 적이 있습니까?

◆ 이완기> 한 번 탔습니다.

◇ 박재홍> 그럼 우리 손주들이 무슨 말 하던가요?

◆ 이완기> 이게 무슨 택시냐 그러더라고요(웃음). 이거 왜 깔아놨냐고 그러더라고요.

◇ 박재홍> 사모님은 뭐라고 하세요?

◆ 이완기>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그러죠. 택시를 하루에 12시간 타거든요.

◇ 박재홍> 하루 근무시간이요?

◆ 이완기> 오후 5시부터 아침 5시까지 하는데요.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그런데다가 월급도 얼마 안 되고 굉장히 힘든 직업입니다.

◇ 박재홍> 그렇게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기쁘게 감사하면서 일하시네요.

◆ 이완기> 하는 날까지는 내가 열심히 하자. 기쁘게 일하자. 그겁니다.

◇ 박재홍> 기사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감사하면서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이 낙엽택시를 계속하실 건가요?

◆ 이완기> 예. 이제 겨울에 뭘 깔 것인가 생각을 해보고요.

◇ 박재홍> 그러네요(웃음).

◆ 이완기> 겨울에는 제가 뒤에 과일을 장식하려고 그럽니다.

◇ 박재홍> 겨울에는 과일. 어떤 과일이 있을까요?

◆ 이완기> 잎사귀가 달린 감하고요. 겨울에 나는 과일이 얼마 없으니까 가을에 딸 수 있는 그런 과일로 장식을 하려고요.

◇ 박재홍> 이 방송을 다른 회사 택시기사님도 많이 듣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갑자기 또 전국에 다양한 낙엽택시가 생길 것 같네요.

◆ 이완기> 많이들 깔아서 손님들이 아주 즐겁게 택시를 타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 박재홍> 고맙습니다. 제가 한번 꼭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완기> 불러주세요. 제가 한번 모시겠습니다.

◇ 박재홍> (웃음) 제가 꼭 한번 탈게요.

◆ 이완기> 한번 불러주세요. 저희 회사하고도 가까워요. 거기가요.

◇ 박재홍> 회사가 CBS랑 가깝나요? 더 친근감이 생기네요. 기사님, 건강하시고요.

◆ 이완기> 모두모두 건강하시고요. 즐겁게 사세요.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가을을 몰고 다니는 낙엽택시의 주인공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