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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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00 (피해자),
정상만 (공주대 교수, 한국방재학회 회장)

<피해자 000>
-길 걷다 갑자기 푹 꺼지듯 추락
-지나가던 소방관 구조로 기사회생
-정화조 주변, 많은 주민 오고가
-사고 후 환청들려 정신과 치료중
<정상민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만 정화조 60만개, 감독 한계
-과거에도 아동 사망사고, 점검시급
지난 8일 서울시 성동구에서 길을 걸어가던 40대 여성이 4.5m 깊이의 정화조 밑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주변을 지나가던 현직 소방관의 침착한 대처로 무사히 구조가 됐는데요. 일각에서는 정화조 주변에 별다른 주의표시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서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였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시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피해자의 증언을 먼저 듣고, 이어서 방재전문가의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피해자의 목소리 듣겠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피해자 이 모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 안녕하세요.
◇ 박재홍> 현재 어디 계신 건가요?
◆ 이○○> 병원에 입원해서 있어요.
◇ 박재홍> 지난 8일에 사고를 당하시고 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시고. 몸은 많이 회복되셨습니까?
◆ 이○○> 네, 많이 회복된 상태예요.
◇ 박재홍> 정말 다행이시고. 일단 당시 사고 상황을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언제 어디를 가시다가 정화조에 빠지게 되신 건가요?
◆ 이○○> 사고 난 장소가 체육공원이거든요. 앞에 사람들이 다 그 길로 내려가니까 저도 그냥 따라가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밑으로 쑥 꺼지는 거예요.
◇ 박재홍> 아, 체육공원에서?
◆ 이○○> 네. 빠지는 순간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풍덩’ 하면서 한참을 밑으로 내려갔어요, 발이 땅에 닿질 않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시 꿀꺽꿀꺽 하고서 위로 올라오는데 벌써 소방관 아저씨가 손을 뻗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한참 멀리 계셔서 서로 손이 안 닿는 거예요.
◇ 박재홍> 그러니까 그때 빠지고 난 다음에 ‘여기가 오물이 가득한 곳이구나’라고 어떻게 느끼신 거예요?
◆ 이○○> 일단은 냄새로.
◇ 박재홍> 어떤 냄새가 났습니까?
◆ 이○○> 쑥 내려가는데 ‘이게 뭐지...?’하면서 별생각이 다 나는 거예요, 그리고 얼굴만 내밀고 있는데 오물에 있던 날파리들이 입이랑 귀랑 코로 막 들어갔거든요.
◇ 박재홍>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다행히 지나가던 분이 있었군요.
◆ 이○○> 네, 계속 빨려 들어가고 있어서 살려달라고 그러니까 그분의 손끝이 닿았어요. 닿으니까 그 분이 ‘이 손 놓치면 죽는다’고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손을 잡으시면서 제 팔목까지 잡으셨어요.
◇ 박재홍> 조금씩 조금씩 해서 팔목까지 잡으면서 그 소방관의 손을 잡고 끌려서 올라오신 건가요?
◆ 이○○> 매달려 있는데 소방관께서 밧줄 갖고 오라고 하니까 어떤 분이 밧줄을 또 내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소방관 아저씨가 주변사람들한테 밧줄하고 저하고 ‘하나, 둘, 셋’ 하면 당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 둘, 셋 하니까 슉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살았어요.
◇ 박재홍> 천만다행으로 구조될 수 있으셨어요.. 그런데 거기 평상시에 자주 가시던 곳이었습니까? 아니면 처음 가신 곳이었어요?
◆ 이○○> 운동으로 가끔 가는 곳이죠. 아무 생각 없이 늘 다니던 길이니까 간 거죠.
◇ 박재홍> 주위에 정화조가 있으니까 조심하라든가 안전에 유의하라는 표시 같은 것은 없었고요?
◆ 이○○> 그런 건 없었고요. 하여튼 많이 다니는 길이에요. 거기 리틀야구단 애들도 자주 다니고요. 돌아서 가도 되는데 둑방 쪽으로 넘어가는 게 빠르니까 그쪽으로 많이 다닌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만약에 저녁이나 늦은 시간에 떨어지면 100% 죽는 거죠. 애들이 그랬다 그러면 더더군다나 100%고.
◇ 박재홍> 아이들은 지나가다가 그런 뚜껑 있으면 의도적으로 또 올라가보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 이○○> 뛰기도 하잖아요, 팔짝 뛰기도 하고.
◇ 박재홍> 정말 위험했던 상황이었네요. 그러면 그 뚜껑이 무슨 뚜껑이었어요? 철재로 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올라가면 푹 꺼지는 고무 재질이었나요?
◆ 이○○> 고무재질이었어요.
◇ 박재홍> 구조된 이후에 어떻게 치료중이세요?
◆ 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아직도 잠을 못자고 있어요. 자꾸 그때 빠졌던 환청이 들리고요. 있잖아요, ‘풍덩, 꼬르륵’ 했던 소리들이 자꾸 들려서 잠을 잘 못 자고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지금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부디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일상생활로 복귀하시면 좋겠습니다.
◆ 이○○> 고맙습니다.
◇ 박재홍> 잘 들었습니다. 정화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던 피해자 이 모씨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우리 주변에 정화조 관리감독 실태가 어떤지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소속이시고 한국방재학회의 회장인 정상만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정상만>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피해자 증언을 들어보니 플라스틱 뚜껑을 밟았는데 뚜껑이 밑으로 빠졌답니다. 대부분의 정화조 입구를 이런 식으로 만들고 있나요?
◆ 정상만> 일반적으로 보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정화조일수록 플라스틱 뚜껑으로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위험합니다. 전에는 철제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플라스틱이 많이 쓰입니다. 아무래도 돈이 덜 들지 않겠습니까?
◇ 박재홍> 그러니까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서 플라스틱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죠?
◆ 정상만> 비용이 아무래도 싸죠.
◇ 박재홍> 그런데 이번 사건의 정화조도 인도 주변에 있었고요. 지면 밑으로 매립돼 있는 정화조가 굉장히 많은가 봐요?
◆ 정상만> 서울시 경우에 한 60만 개 정도로 보고 있고요.
◇ 박재홍> 60만 개나요?
◆ 정상만> 이걸 자치구별로 따지고 보면 각 구청 당 한 2~3만 개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박재홍> 구청별로 2~3만개가 있고 관리가 잘 안 되면 지금처럼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될 것 같은데요. 전국의 정화조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습니까?
◆ 정상만> 정화조 자체는 소유주가 관리를 하는 민간시설물로 분류가 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설치허가는 구청이 내줘서 포괄적인 책임만 있고 사실 관리는 청소대행업자가 청소 중에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발견이 되면 구청에 알려주고 구청이 점검해서 시공사에 통보해서 조치를 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나 관할구청 모두 제대로 된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정화조를 소유하고 있는 민간 소유자라든가 청소업체들만 관리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상만> 그런 셈이고요. 우리가 ‘천재다, 인재다’를 떠나서 이런 기본이 안 돼 있는 부분들이 사실 도처에 널려 있는 거죠.
◇ 박재홍>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러면 앞으로 재발을 어떻게 막아야 됩니까?
◆ 정상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2006년 동대문구에 공원 화장실에서 뚜껑이 열려 있는 정화조에서 6살 아이가 숨진 적이 있고, 2007년에도 고양시에 8살 초등학생이 정화조에 빠져서 숨진 채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은 이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왔어야 되지 않을까요? 지금이 2014년도인데.
◇ 박재홍> 그렇네요. 추후에도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문젠데요. 그렇다면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책임을 지고 고쳐나가는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 정상만> 시 또는 구청이 업체에 대한 감독을 실행에 옮겨야 되겠고요. 민간에 대한 안전인식 부분까지 확대돼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죠.
◇ 박재홍>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말씀이세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정상만>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