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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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월) 까막눈 할머니 첫 편지 "영감, 하늘에서 꼭 만나요"
2014.12.01
조회 103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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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금옥 할머니



주말 동안 인터넷에 올라온 노란색 편지 한 장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 주소는 부산이었는데요. 한글교실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배운 할머님이 써내려갔던 손편지였습니다. 동네에 전시된 것을 지나가던 경찰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편지를 봤던 경찰도, 뒤늦게 읽었던 누리꾼들도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편지의 주인공을 만나보겠습니다. 이금옥 할머님 만나보죠. 할머님 안녕하세요?

◆ 이금옥> 네.

◇ 박재홍> 할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이금옥> 73살요.

◇ 박재홍> 목소리는 연세보다 훨씬 젊으시네요?

◆ 이금옥> 감사합니다.

◇ 박재홍> (웃음) 이번에 할머님이 쓰신 편지에 많은 분들이 감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란색 도화지에 쓰셨는데, 제목이 '먼저 가신 영감님에게 첫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는 어떻게 쓰시게 된 건가요?

◆ 이금옥> 나는 지금도 이야기하려니까 좀 얼떨떨하네요. 나는 생각 없이 내가 심중에 있는 말을 갖다가 돌아가신 영감님한테 몇 자 적었더니 이렇게 화제가 되고 하니까 나도 좀 참 이상하다 싶은 생각도 들고. 나는 촌에서, 아주 산골에서 컸거든요. 학교를 안 가서 글자를 하나도 몰랐어요. 그런데 부산으로 와서 애들 키우고 한다고 글 배운다는 생각도 못 하고 살았는데, 애들도 다 커서 결혼시키고 나니까, 나라에서 한글교실을 무료로 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갔습니다. 내가 이름이라도 내가 써봐야 되겠다 싶어서. 그래서 내가 일주일에 두 번씩, 몇 년을 다녔습니다. 다는 몰라도 약간 알게 되니까,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병이 나서 먼저 가시고 나니까, 너무 허전하고 그래서.

◇ 박재홍>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한 달 된 상황에서 편지를 쓰신 거였어요?

◆ 이금옥> 한 달이 조금 넘은 데다 우리 선생님들이 할머니들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한 장씩 적어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편지를 한 장 또 적고.

◇ 박재홍> 그러면 할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신 거예요?

◆ 이금옥>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9월 26일에 돌아가셨어요.

◇ 박재홍> 지난 9월 26일에 돌아가시고.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셨어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 이금옥> 할아버지가 가고 나니 너무 허전하고. 둘이 살다가 할아버지가 먼저 가고 나니까 너무 외롭고 허전하고 보고 싶고 그래서 적었죠.

◇ 박재홍> 할아버지가 굉장히 잘해 주셨나 봐요?

◆ 이금옥> 어디 옛날 사람이 잘해 주고 잘 못해 주고가 있습니까?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 박재홍> 어떤 분이셨어요?

◆ 이금옥> 할아버지는 그냥 할아버지지 뭐(웃음).

◇ 박재홍> (웃음) 그 편지 내용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그럼 제가 편지 한 대목을 읽어볼게요. '당신이 가신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21살에 당신을 만나 53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너무 허전합니다. 나는 항상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먼저 가신 것이 정말 믿을 수 없군요. 다음에 만날 때까지 편히 쉬세요. 평소에 못한 말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의 할망구 이금옥.' 이런 내용이었어요.

◆ 이금옥> 내가 심중에 있는 말을 했어요.

{IMG:2}◇ 박재홍> 마음속에 있는 말... '53년 만에 당신을 보내고 나니 너무너무 허전하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저는 이 구절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어요. '평소에 못 했던 말 지금 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왜 평상시에 이렇게 말 못하셨어요?

◆ 이금옥> 옛날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 그런 말 할 수 있습니까, 부끄러워 못 하죠. 못한 게 한이 돼서 제가 우리 할배한테 돌아가시고 없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한번 남겨야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 박재홍> 이 편지는 혼자 쓰셨을 거 아니에요?

◆ 이금옥> 네. 밤에 잠이 안 와서 안 자고 있다가 새벽에 깨서, 새벽 한 4시 정도 돼서 내가 우리 그때 할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 그래서 눈물이 나서 좀 울다가 그렇게 편지를 적었어요.

◇ 박재홍> 이 편지를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할아버지가 잘 들으셨을 거예요.

◆ 이금옥> 그렇겠지요. 오늘도 가서 울다가 이야기하고 왔어요.

◇ 박재홍> 할아버지 생전의 어떤 모습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나세요?

◆ 이금옥> 할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재산이 많이 없이 고생했던 그런 게 많이 생각나죠.

◇ 박재홍> 가진 것은 없었지만 참 열심히 사셨나 봐요, 할아버지가...

◆ 이금옥> 우리 할아버지는 열심히 살았어요.

◇ 박재홍> 그래도 서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으셨어요?

◆ 이금옥> 살다보면 서운한 적도 있고 그렇지만 부부 간에 그런 것 마음에 두고 있으면 됩니까. 서운한 적도 있었겠죠, 50년을 넘게 살았는데 서운한 점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 박재홍> 자제분들이 화제가 되고 나서 할머니에게 많은 말씀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말씀 하세요?

◆ 이금옥> 우리 엄마 장하다고 그러죠. 이름도 모르던 우리 엄마가, 이름도 못 쓰던 엄마가 한글공부하러 다닌다는 말만 들었지. 자식들이 다 자기 새끼들 키우고 바쁜데 엄마가 공부한다고 압니까. 그러다가 제 아버지에게 이런 글 딱 쓰니까 사위도 장모님 장하다면서 와서 저녁도 사주고, 고기도 사주고 가고.

◇ 박재홍> 그러셨군요. 할머님이 쓰신 편지 덕분에 가족들이 다시 한 번 할아버님 생각하게 되고,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네요.

◆ 이금옥> 그렇네요.

◇ 박재홍> 지금도 할머니 마음속에 살아 있는 우리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계실 것 같은데요. 편지가 아니라 또 말로써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못다한 말씀 지금 해 주시겠어요?

◆ 이금옥> 한 5년만 더 살았으면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가서 내가 마음이 서글프고요. 살아 있을 때는 별로 그렇게 좋다는 생각을 안 하고 둘이 덤덤하게 살았는데 보내고 나니까 너무 허전하고, 지금 살아 있으면 좀 더 잘해 줬을걸 싶은 생각도 나고. 다음에 내가 만날 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면 몇 년만 더 있다가 내가 할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 박재홍> 할머니의 그 따뜻한 마음을 하늘나라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다 알고 계실 것 같아요.

◆ 이금옥> 알아들으려나 모르겠습니다.

◇ 박재홍> 반드시 저는 전해졌을 거라고, 그 따뜻한 마음 전해졌을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너무 잘 들었고요. 할머니 건강하셔야 됩니다. 고맙습니다.

◆ 이금옥> 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던 남편에게 따뜻하고 예쁜 편지를 썼던 분이시죠. 이금옥 할머니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