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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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진모영 (감독)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산골마을. 14살 소녀는 집에 들어온 일꾼인 줄 알았던 소년을 처음 만납니다. 그리고 이 소년과 소녀는 부부의 연을 맺고 이후 76년간 인생을 함께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얘기는 요즘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는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내용입니다. 개봉 7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고 독립영화 역대 최대 성적의 냈던 <워낭소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합니다. 화제의 인터뷰 요즘 극장가에 유유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진모영 감독을 만나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 진모영>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감독님, 영화가 굉장히 잘 되고 있네요?
◆ 진모영> 고맙습니다.
◇ 박재홍> 어떤 작품인가요, 소개를 좀 해 주신다면?
◆ 진모영> 강원도 횡성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76년 동안 부부로 살아온 두 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인데요. 이분들이 부부 간에 그리고 연인 간에 사랑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말 진지한 해답을 주고 있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사랑의 마지막은 어떨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 박재홍> 76년간 인생을 함께한 한 부부의 얘기입니다. 연세가 굉장히 많으신 분들이었죠?
◆ 진모영> 네, 할아버지께서는 당시 98세시고 할머니께서는 89세셨어요.
◇ 박재홍> 감독님도 이분들을 TV에서 처음 만나신 거죠?
◆ 진모영>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두 분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진모영> 저는 할아버지의 아주 작은 것들을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밥 먹는 장면이었어요.
◇ 박재홍> 밥 먹는 장면이요?
◆ 진모영> 아주 작은 행동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평생에 밥이 맛 없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 박재홍> 맛이 없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다고요?
◆ 진모영> 네. 맛이 있으면 많이 먹고, 맛이 없으면 조금 먹으면 되지. 그것 가지고 ‘맛이 있다’, ‘맛이 없다’라고 할 이유가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 작은 이야기에 정말 많이 꽂혔어요. 그러니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서로 상대방에게 어떤 것들을 배려할 수 있으면 충분히 오랫동안 사랑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박재홍> 그래서 1년 넘게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동고동락하신 거네요?
◆ 진모영>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2012년 8월에 처음 이분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촬영허가를 맡았고요. 그리고 9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3년 11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1년 3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IMG:2}◇ 박재홍> 그 시간 동안 부부의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보신 것 아니겠습니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 진모영> 할머니께서 비 오는 날 할아버지가 마루에 누워 계실 때 할아버지의 헌옷을 정리하실 때였어요. 언뜻 보면 할아버지 죽음을 단순하게 준비한다고 보일 수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다음 생에서의 사랑, 그러니까 이것이 사랑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징검다리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할아버지한테 ‘잘 가서 좋은 자리 잡아놓고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면 같이 손을 잡고 가자’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생에서의 마지막 사랑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때 할아버지가 조금 편찮으셨나 봅니다.
◆ 진모영> 네. 할아버지께서 거의 거동이 힘들어지시고 병원에 가기 직전 정도의 시기였는데. 그때 할머니께서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옆에서 보는 내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 박재홍> 영화에서 상징하는 강을 건너서 다시 재회하는 그런 삶을 생각하신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됩니다. 영화를 보신 여성들의 경우에는 아이라인이 지워질 정도로 펑펑 울었다는 말씀도 하시던데요. 무엇보다 주인공이셨던 우리 할머니는 영화 보셨습니까?
◆ 진모영> 세상에 처음 영화를 보여줄 때 할머니와 할머니 가족을 모시고 와서 극장에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때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가지고 오셔서 옆자리에 놓고 보셨어요. 아흔 평생 처음 극장을 오신 것이었는데. 그때는 극장에 사람도 너무 많아서 약간 당황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번째 보실 때에는 횡성의 교회에 다니던 노인대학 친구분들하고 같이 보셨는데 그때는 마음이 많이 풀리셨는지 엄청 많이 우셨어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시는 때까지 너무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셨는지 많이 우셨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 박재홍> 아흔 평생에 첫 번째 영화가 본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그런 영화였던거군요. 제목을 “공무도하가” 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목을 이렇게 지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진모영> 노부부가 사는 집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죠. 비가 오고 물이 샐 때는 큰 소리도 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잔잔하게 흐르던 강입니다. 노부부가 늘 그 강가에 앉아서 강물을 쳐다보고 그랬던 강인데요.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아프고 그러시니까 할머니 혼자서 강 앞에 앉아 계시고 그런 때가 있더라고요.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께서 저 강을 건너서 영원히 이별을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무도하가>라는 제목이 한문이고 머릿속에서 한번 더 해석이 필요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말, 그리고 할머니의 말투를 빌려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 박재홍> 감독님 말씀 들으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두 분이 너무나 사랑하시면서 맛있게 밥을 먹었던 그 일상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감독님, 어떤 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 진모영> 관객들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20대는 집에 가면서 부모님 티켓을 끊어갔고요. 거기에 온 50~60대는 자녀들하고 같이 극장에 오는 걸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손잡고 와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2014년이 마무리되고 있는데요. 감독님 말씀하신 그 위대한 사랑이 있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좋은 영화 보시면서 한 해를 끝내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진모영> 고맙습니다.
◇ 박재홍> 지금까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들었던 분이죠. 진모영 감독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