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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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

-굴뚝 흔들릴때 멀미..매연도 피해야
-재판도 지고 동료도 잃고 갈 곳 없어
-쌍용차 경영지표, 187명 재고용 가능
-투쟁의 무간지옥, 6년으로 끝냈으면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3도, 전국적으로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곳이 있었던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입니다. 그런데 이런 강추위 한복판에 서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76m 굴뚝에 올라가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입니다. 사측의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무엇을 호소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간 것인지 오늘 그 현장을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입니다. 실장님 나와 계시죠?
◆ 이창근>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창근입니다.
◇ 박재홍> 제가 안녕하시냐는 말씀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평택 쌍용차공장 굴뚝 위에 계신 거죠?
◆ 이창근> 네, 그렇습니다. 여기는 지금 70m 정도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사무국장님과 함께 두 분이 굴뚝 위에 계신 것이고. 지금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씨 아니겠습니까? 지상 날씨도 굉장히 추운데요, 70m 위는 어떻습니까?
◆ 이창근> 지금 평택 기온이 한 영하 11도 정도 나오고 있는데요. 여기가 조금 더 높은 곳이라서 영하 11도 보다 조금 더 기온이 떨어지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굴뚝이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이 흔들려서 불안한 느낌도 있었는데요, 그것도 오늘로 6일째 되다 보니까 적응이 되고 있네요.
◇ 박재홍> 지난 13일 새벽에 올라가셔서 6일째 계시는데, 멀미가 날 정도로 힘들다는 말씀..또 자동차 공장 굴뚝이기 때문에 연기가 계속 올라올 텐데요. 그 공기를 직접 마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창근> 지금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다 보니까 연기를 피할 재간이 별로 없고요. 불가피하게 연기를 조금 마시는데 몸에 좋은 게 아니다는 말씀을 많이 주셔서 최대한 피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도 숨은 쉬셔야 되고, 피하려고 하십니다마는 연기가 공기 중으로 계속 전달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우시겠네요.
◆ 이창근> 그런 면이 있습니다.
◇ 박재홍>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십니까?
◆ 이창근> 지금 회사와 공장 내 기업노조 사이에 협의된 것이 저녁 6시 30분에 세 끼를 한 번에 올리는 방식으로 올라오는데요. 저녁은 그래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데, 다음 날은 밥이 식어서 차가운 밥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차가운 밥을 먹을 정도로 심장이 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상하게 밥 먹을 때 생각이 많아집니다.
◇ 박재홍> 어떤 생각이 드시는 건가요?
◆ 이창근> 외부에서 보면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왜 하필 굴뚝이냐, 그렇게까지 해야 되겠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히나 밥을 먹을 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집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 2009년 이후 3번째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분들이 고공농성을 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왜 다시 올라가신 건가요?
◆ 이창근> 저희들은 굴뚝에 올라왔다기보다는 동료 곁으로 가까이 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습니다. 결국 과거에 함께 일했던 30명이 넘는 동료들에게 호소하고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것마저 우리가 놓친다고 하면... 여기에서 갈 데가 없는 거죠. 지난 6년간 밖에서 소송 당하고, 법적으로도 지고, 동료를 잃고... 갈 데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울음)
어떻게 보면 자존심 상하고... 정말 잘 되어서 떳떳하게 서고 싶었지만, 이런 몰골이라도 가족(현재 일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흠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비참하지만... 동료들 앞에 이 꼴로, 이 모습으로 그대로 서서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회귀본능이라고 할까요? 그냥 기대고 싶었습니다.
◇ 박재홍> 지금 눈물이 흐르시고 또 목이 메어 말씀을 잘 이어가지 못하시는데요... 이제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황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인 옛 동료들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그들의 손을 잡고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187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계십니다. 그런데 회사 입장은 굉장히 상황이 좋지 않네요. ‘굴뚝 농성, 생명을 담보로 한 극단적인 불법행위다,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이런 입장인데 선생님 보시기에 지금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 이창근> 저도 회사 입장서를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회사에게서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이는 느낌이었고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그런 표현 자체가 불안한 표현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서 충분히 여지가 있다고 보고, 가능성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지난 며칠 동안 회사와 직접 말씀을 나누신 것도 있으신가요?
◆ 이창근>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다만 회사가 인도적 차원에서 식사라든지 이것을 허용하고는 있기에, 저희들은 그냥 회사와 밥 한 끼를 계속 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마음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나누는 어떤 매개이지 않습니까? 그러한 측면에서 저희들은 회사와 밥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가능성 위에 우리가 앉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밥 이라는 희망의 끈을 갖고 계시네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굉장히 서운하게 들릴지는 모르시겠습니다마는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에서도 정리해고 소식이 들리고 있기도 하고, 이 엄동설한에 너무 무모한 행동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이창근> 정리해고 문제라든지 비정규직 확산의 문제를 논평하듯이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에 지금 쌍용 자동차가 경영정상화의 문제로 많은 해고자 복직과 수용이 어렵다면 좀 다를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은 ‘아니다’라는 것이고요. 2009년 이후에 쌍용 자동차가 내놓고 있는 경영 환경 지표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고요. 내년에도 신차가 출시되는 즈음에 있고, 저희가 요구하고 있는 187명의 해고자 복직의 문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경제를 아는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그리고 동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이창근> 사실 공장 안 사람이나 공장 밖의 저희나 그리고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들이나 6년의 무간지옥이었습니다. 이 6년의 무간지옥으로 이제 끝냈으면 좋겠고, 기간이 길어도 관계없으니 회사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고, 다시 우리 좋은 공장에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함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 박재홍> 참 추운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 울리는 외침. 그 외침으로 인해서 사측과의 대화의 기회가 빨리 열릴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창근> 고맙습니다.
◇ 박재홍>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과 함께 다시 70여m 굴뚝에 올라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사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