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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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해인 (수녀)

2015년의 첫 월요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분은 따뜻한 시를 쓰는 분입니다. 저는 이분의 글을 읽다 보면 글자에서 꽃향기가 나는 느낌인데요. 바로 수많은 시와 기도로 한국사회를 보듬어주시는 분입니다. 주인공은 이해인 수녀님이신데요. 얼마 전에는 새로운 시와 산문을 엮은 문집도 내셨었죠. 직접 만나보죠. 수녀님, 안녕하십니까?
◆ 이해인>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 박재홍> (웃음) 수녀님, 감사합니다. 글로만 뵙다가 이렇게 목소리를 들으니까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수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해인> 네.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재홍> 새해 첫 주인데요. 2015년 새해를 어떻게 시작하고 계신가요?
◆ 이해인> 그냥 평범한 듯, 새로운 듯 평상시와 같이.. 그러나 조금은 설레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광안리에 살다 보니까 아침마다 7시가 좀 넘으면 해가 뜨는 걸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런 풍경이 상당히 감동스럽더라고요.
◇ 박재홍> 지금 수녀님 목소리 듣고 굉장히 반가워하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제가 건강은 어떠신지 여쭤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밝으시네요.
◆ 이해인> 네, 그만그만합니다. 꾸준히 약 먹고, 일상 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으니까요. 암환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딱 이렇게 단답형으로 말은 못 하겠어요.
◇ 박재홍> 계속 건강한 모습으로 집필 활동을 해 주시면 좋겠고요.
◆ 이해인> 네.
◇ 박재홍> 보니까 글을 꾸준히 쓰셨습니다. 겨울이 시작할 때쯤 문집을 새로 내셨는데요. 제가 지금 갖고 있습니다. 제목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인데요. 왜 하필 동백꽃이었나요?
◆ 이해인> 부산의 상징이 원래 동백꽃이고요. 또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수녀원에 해마다 겨울이 되면 동백꽃이 많이 피더라고요. 자꾸 보다보니까 정도 들고, 눈길이 가고 그래서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제목도 그렇게 탄생했네요.
◇ 박재홍> 떠오르는 시상들을 놓치지 않으시려고 늘 수첩에 메모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수첩에 어떤 것들을 적어놓으셨나요?
◆ 이해인> 자꾸 여기저기서 새해 결심 같은 것을 물어보니까요.
◇ 박재홍> (웃음)
◆ 이해인> 모범적인 답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제가 세 가지를 적어놨어요. '마음을 온유하게', '말씨를 부드럽게'(웃음) '행동을 겸손하게'.. 그렇게 살아야 되겠고 그렇게 덕담을 해 주자고 생각해서 적었고요. 보통 제 수첩에 있는 글들은 시상이라기보다는 기도 제목이나 해야 할 일들, 사실 업무적인 것들이 더 많이 적혀 있는데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제가 이렇게 부시럭부시럭 무언가를 적으면 '시상이 떠올라서 쓰나?' 이렇게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그렇지는 않거든요. 나이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지니까요. 그래서 그냥 기도 제목과 해야 할 일.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적어요.
◇ 박재홍> 그러면 요즘은 어떤 기도 제목을 많이 적으십니까?
◆ 이해인> 아무래도 저도 이산가족의 한 명으로서 남북의 평화와 화해에 대해서 너무 기도를 안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이 좀 더 화해모드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하니까요. 참 기쁘고, 제 기도를 들어주셨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아버지가 제가 6살 때 납치당하시고 행방을 모르는 채로 있기 때문에요. 같은 민족으로서 대외적으로 남북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정말 기도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수녀님이 등단하신 게 1970년이었습니다.
◆ 이해인> 네.
◇ 박재홍> 올해로 등단 45년째를 맞이하시는데요. 수녀님의 글을 읽다 보면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수녀님은 글을 쓰실 때 어떤 마음으로 쓰시나요?
{IMG:2} ◆ 이해인> 글을 쓸 때만큼은 너무나 순수하고 깨끗한,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쓰죠. 참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마음을 담아서 진실된 모습으로 글을 쓰니까 많은 독자들이 수십 년 동안 사랑해 주시고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 박재홍> 무엇보다 2008년부터 투병생활을 하시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도 변화가 있으셨을 것 같고요. 또 글 내용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아요.
◆ 이해인> 그것도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저는 그냥 사랑이 더 애틋해지고, 감사가 더 깊어지고, 기도도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 세 가지가 저를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와 긍정, 한마디로 그것이 변화라면 변화겠습니다.
◇ 박재홍>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 감사하다'는 반응도 많이 받으시죠?
◆ 이해인> 네. 제가 밝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나온 책을 읽으면 독자들이 '수녀님이 그렇게 아팠냐고, 도무지 아팠던 사람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래서 표정 관리를 잘했다고 할까요. 제가 그런 칭찬을 좀 들었죠.(웃음)
◇ 박재홍> 저도 사진을 봤는데 정말 표정이 온화하시고 평화롭게 보이셨어요. 수녀님의 2015년 새해 소망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이해인> 사자성어 중에서 ‘접인춘풍 임기추상(接人春風 臨己秋霜)’ 이런 말이 있어요. 그걸 풀어서 말하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릿발처럼 대하라, 그런 말인데요. 그것을 풀어서 말하면 남한테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좀 더 엄격한 그런 삶을 지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서는 끝없이 인내하고 절제하고 희생과 극기를 하고요. 다른 사람의 약점에는 한없이 참아주는 삶을 살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2015년에는 제 자신에게 그런 주문을 하기로 했어요.
◇ 박재홍> 지금도 잘해오셨는데 더 잘하실 생각이신가봐요.
◆ 이해인> 끝없는 노력의 여정이니까요.(웃음)
◇ 박재홍> 수녀님께서 문집에서 말씀하셨지만 지난 2014년은 우리 사회에 유난히 아픈 일들이 많았잖아요. 새해 시작하는 길목인데 수녀님께서 시 한 편만 낭송해주실 수 있을까요?
◆ 이해인> 그럼요. 제가 쓴 시 중에서 새로운 시가 여러 개 많은데요. 그 중에서 ‘새해 마음’ 이라는 시를 독자들을 위해서 읽어드리고 싶어요. 복을 빌어드리는 마음으로 읽어볼까요?
◇ 박재홍> 예. 읽어주세요.
◆ 이해인> 새해 마음.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1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이런 시인데요.
◇ 박재홍> 감사합니다.
◆ 이해인> 그래서 새해에는 자살, 이혼 이렇게 나쁜 소식 말고 좋은 소식이 좀 더 많이 들려오면 좋겠어요. 우리나라가 생명을 향한 넓은 마음, 성실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 박재홍> 그런 마음으로 다가온 2015년 새해가 풍요롭게, 더욱 아름답게 꾸며지면 좋겠습니다. 수녀님 고맙습니다.
◆ 이해인>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재홍> 복 많이 받으세요. 2015년의 첫 월요일 화제의 인터뷰, 이해인 수녀님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