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월) 매생이 피해 어민 "오리들 머리쳐박고 줄서서 먹어"
2015.01.12
조회 155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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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민혁 (완도 어민)



-매생이 2박스 주고산 BMW안에서 감시
-오리가 먹은 매생이, 모두 철거해야
-공포탄 쏴도 태연, 살 찐 오리들 속출
-차 안에서 숙식해결, 24시간 감시해


지난 주말 동안 큰 화제를 모았던 자동차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바다 위에 자동차가 덩그러니 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곳은 전남 고금도에 있는 매생이 양식장이었고요. 그 양식장 바지선 위에 자동차가 놓여 있었습니다. 지금도 고금도에 가면 바다 위에 떠다니는 자동차를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자동차만 올려놓은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민들이 생활을 하신다고 하네요. 왜 어민들은 방 침대가 아닌 매생이 양식장 자동차 위에 있는 걸까요? 화제의 인터뷰, 지금 고금도 바다 위에 자동차를 띄운 어민 중 한분이세요. 전남 고금도의 이민혁 씨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민혁>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지금 고금도에서 매생이 양식을 하시는 거죠?

◆ 이민혁> 예, 그렇습니다.

◇ 박재홍> 매생이 양식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이민혁> 올해 2년차 됐습니다.

◇ 박재홍> 그럼 얼마 안 되신 거네요?

◆ 이민혁> 예.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 박재홍> 바다 위에 자동차를 띄우셨다면서요. 게다가 듣기로는 외제차를 띄우셨다고 하는데요. 사실입니까?

◆ 이민혁> 예, 그렇습니다. 오리가 갑자기 증가하는 바람에 날도 춥고 급하게 구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 박재홍> 무슨 차인가요?

◆ 이민혁> BMW를 올렸습니다.

◇ 박재홍> BMW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건데요. 어디서 구하신 차입니까?

◆ 이민혁> 친구가 공업사에 있는데 폐차하는 차가 나와서요. 매생이 2박스를 주고 차를 구입을 했습니다.

◇ 박재홍> (웃음) 매생이 몇 박스 주시고 외제차를 구입하셔서 바지선 위에 올리셨네요.

◆ 이민혁> 끝나고 다시 가져가기로 했고요. 폐차해야죠.

◇ 박재홍> 그러면 바지선에 자동차를 왜 실으신 거예요?

◆ 이민혁> 오리 때문에 그랬어요. 엄청난 개체수의 오리들이 와서 매생이들을 다 손상시켜서요. 조그맣게 나왔을 때 먹어버리면 매생이는 사라지고, 거기에 김이 이렇게 붙어서 매생이를 수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리가 오는 걸 감시하고 지키려고 했는데요. 겨울이 너무 춥다 보니까요. 처음에는 바다에 배만 띄워놓고 있었는데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추워서 놓게 됐어요.

◇ 박재홍> 아니 그러면 오리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 거죠?

◆ 이민혁>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와요.

◇ 박재홍> 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 이민혁> 이 시기만 되면요. 처음 10월 농사철에는 오리들이 벼 같은 걸 주워 먹으니까 바다에는 잘 안 오거든요. 그런데 농사철이 끝나고 벼 같은 것을 더 이상 먹을 게 없는지, 바다에 있는 매생이에 눈독을 들이더라고요. 그 방지 차원에서 하게 된 거예요.

◇ 박재홍> 오리들이 매생이를 먹는다는 얘기는 제가 처음 듣네요.

◆ 이민혁> 오리들이 줄서서 물속에서 머리를 들지도 않고 계속 먹어버려요. 말도 안 하고 먹어버리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IMG:2}◇ 박재홍> 지금 굉장히 편하게 말씀하시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 아니겠습니까.

◆ 이민혁> 그렇죠. 오리들이 매생이를 먹어버린 곳은 무조건 철거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못 먹어요. 다른 잡티가 엉겨버리니까요. 매생이 씨는 죽어버리고 여기에 김이나 파래나 다른 게 끼어서 결국 철거할 수밖에 없을 정도가 돼 버려요.

◇ 박재홍> 그러면 매생이는 어느 정도 키우면 판매할 수 있는 겁니까? 한 번 매생이 씨를 뿌리고 나면 어느 정도 걸리나요?

◆ 이민혁> 뿌리고 나면 한 달 반 정도 후에 수확을 해요. 그 한 달 정도가 매생이를 지키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매생이가 조그맣게 나올 때 먹어버리니까요. 매생이가 어느 정도 커버리면 조그마한 발로 오리들이 이동하거든요. 처음에 오리를 잘 봐야지 안 그러면 농사를 못 지을 정도가 되니까요.

◇ 박재홍> 매생이 양식 2년차신데, 이런 피해를 보시니까 굉장히 당황스러우셨겠네요?

◆ 이민혁> 작년에 보고 놀랐어요. 오리들이 너무나 많이 먹어서요. 올해는 오리들이 안 올 줄 알았는데 기억력도 좋네요. 꼭 그 시기가 되면 꼭 와요. 날아오는데요. 옆에 간척지가 있어요. 큰 호가 있는데요. 거기가 오리들의 서식지인가 봐요. 그래서 꼭 거기에 있다가 물때를 맞춰서 넘어오더라고요. 그리고 한 달 정도 있으니까 오리들이 살도 많이 쪘어요. 매생이를 많이 먹어가지고요. 셀 수가 없죠. 어떨 때는 무서울 정도로 와요. 하늘이 막 시커매요. 떼거지로 오니까요.

◇ 박재홍> 어민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쫓아야 할까 고민되시겠네요.

◆ 이민혁> 그러니까 별의별 방법을 다 썼거든요. 폭죽도 해보고, 꽹과리도 쳐보고 했는데요. 배로 쫓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안 도망가요. 공포탄도 쏴보고 했는데 그 밑에서 오리들이 매생이를 먹고 있어요.

◇ 박재홍> 공포탄을 쏘는 순간에도 오리가 도망가지 않습니까?

◆ 이민혁> 네.

◇ 박재홍> 대단하네요.

◆ 이민혁> 오리들의 간이 바깥으로 나왔나봐요.

◇ 박재홍> (웃음) 표현이 굉장히 재미있으시네요. 그러면 바지선 위에 자동차를 올리신 어민들이 많으시겠네요?

◆ 이민혁> 한 5분, 6분 계세요. 나머지는 바지선에 비닐하우스를 하신 분도 있는데요. 그런데 전기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차를 띄우면 히터도 나오고, 라이트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따뜻하게 있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 박재홍> 5분, 6분 정도 차를 올리신 건데요. 효과도 있으니까 차를 올리시는 거 아니에요.

◆ 이민혁> 일단 자기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올린 것 같아요.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그 때는 우리가 나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왔다갔다하기가 힘드니까 아예 바다에서 사는 거예요.

◇ 박재홍> 거의 24시간 오리가 오는지, 안 오는지 감시하시는 거네요.

◆ 이민혁> 네. 24시간 감시를 하는 거죠. 낮에는 일을 하니까 상관이 없는데요. 저녁에는 일을 안 하니까 순찰을 돌죠.

◇ 박재홍> 불편한 게 이만저만한 게 아니실 텐데요. 그러면 교대라도 하십니까?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 이민혁> 식사는 아내가 도시락을 싸준다든지, 부둣가로 가지러 오면 그때 가서 하고요. 차 안에서 많이 해결합니다. 라면도 끓여 먹고요.

◇ 박재홍> 그럼 차에서 혼자 계시는 거예요?

◆ 이민혁> 네, 혼자 있어요. 낮에는 직원들이 있어서 같이 감시하는데 밤에는 거의 저 혼자 하죠.

◇ 박재홍> 밤에는 무조건 혼자서 계속 계시는 거고요. 말씀 들어보니 사진을 보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 어민들이 가장 원하시는 건 뭘까요?

◆ 이민혁> 도움을 준다는 것보다는, 이렇게 고생했을 때 오리 지키는 건 어느정도 할 수 있는데요. 가격대가 많이 하락했어요. 그게 우리 어민들이 매생이 생산하면서 힘든 거예요. 하루아침에 단가가 떨어지니까 지금 오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없을 정도로 그런 분들도 있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가격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 박재홍> 가격은 왜 갑자기 떨어진 겁니까?

◆ 이민혁> 모르겠어요. 그게 문제인데요. 냉동 매생이 같은 걸 풀어서 녹였다든지 그런 문제점이 있고요. 냉동 매생이 때문에 거의 그런 것 같아요.

◇ 박재홍> 공급이 좀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고요.

◆ 이민혁> 예. 냉동 같은 걸 풀어버리니까 소비자들은 먹어보고 그 맛이 아니니까 이렇게 안 사먹고 그러니까요. 매생이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박재홍> 고생이 많으시네요. 2년차 되셨는데 혹시 매생이를 포기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안 드세요?

◆ 이민혁> 아니요. 끝까지 해보려고요. 오리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려고요.

◇ 박재홍> 아직까지는 지지 않으셨습니다.

◆ 이민혁> 예. 아직까지는 제가 안 졌습니다.

◇ 박재홍> 남은 농사가 잘 돼서 큰 수확을 거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민혁> 예.

◇ 박재홍> 전남 고금도에서 매생이 농사를 하는 분이세요. 이민혁 씨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