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9(금) "가위 던지고 부모님 욕까지.. 끔찍한 패션계 갑질"
2015.01.09
조회 98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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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배트맨D (예명, 패션노조 대표)



-이상봉 수상이유? '패션계 대변 인물'
-여론악화되자 급히 근로계약서 작성
-20대 디자이너도 노동착취 답습해
-쓰레기통 청소가 성스러운 의무
-1:1 장인교육? 잘못된 오해일뿐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이 청년층의 노동력이 침해받는 최근 세태를 반영해 ‘청년착취대상’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그 수상자는 청취자분들도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였는데요. ‘이상봉 씨가 견습생에게는 10만원, 인턴에게는 3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를 했다’는 것이 선정의 변이었습니다. 그런데 패션업계의 노동력 착취가 비단 이상봉 씨 만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청년착취대상’을 이상봉 씨로 선정한 배경과 패션업계의 노동력 착취가 어느 정도인지 패션노조를 통해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예명을 갖고 계세요. 패션노조의 배트맨D 대표 연결하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배트맨D> 안녕하십니까?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입니다.

◇ 박재홍> 우선 이상봉 디자이너를 ‘청년착취대상’으로 선정한 이유 뭔가요?

◆ 배트맨D> 대상으로 선정을 한 것은 이상봉 디자이너께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또한 한국패션계를 대변하고 있는 위치에 계시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이 부당임금을 주시고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하니 저희 패션노조에서도 마땅히 치하를 해야겠다는 뜻에서 이런 시상식을 개최하게 됐고 대상에 선정이 됐습니다.

◇ 박재홍> 패션노조 측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의 노동착취 의혹에 대한 제보도 받으신 거죠? 어떤 제보들이었습니까?

◆ 배트맨D> 제가 직접 제보자들이랑 통화도 하고 자료를 건네받았고 근거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주장하는 거고요. 가장 많이 논란이 됐던 부분은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또 누구는 60만원 등을 받았다는 사실이고요. 또 근로계약서에 이런 지침이 있더라고요. ‘서로의 급여에 대해서 발설치 아니한다. 그리고 발설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진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제보를 받았죠.

◇ 박재홍> 하지만 이상봉 디자이너 측에서는 이런 반론도 했네요. ‘현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 급여를 주고 있다’ 이런 해명이었는데요.

◆ 배트맨D> 정말 실망스러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법을 지키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저희가 처음에 문제제기를 했던 게 10월 중순인데요. 그래서 2014년 10월 말에 여론이 악화되니까 2014년 11월 초에 전 직원들의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고 월급을 급히 올리셨어요. 그리고 이틀 뒤에 동아닷컴이랑 인터뷰를 할 때는 ‘현재 법을 지키고 있다. 현재는 지키고 있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이틀 전까지는 안 지켰다’ 그 말은 쏙 빼버리신 거죠. 그러니까 얄팍한 꼼수를 부려서 진실을 속이고 있는 겁니다. 대중들을 속이고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런데 기업들이 학생들을 인턴형식이라든지 실습생 신분으로 채용해 직업경험을 제공하는 기능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일을 했던 분들은 아닌 가요?

◆ 배트맨D> 무급인턴이라는 게 그런 좋은 취지가 있죠. 그런데 견습생들이 하는 일은 교육적인 일이 아니라 단순노동입니다. 하루 종일 해야 되는 바느질 같은 것을 갖다가 견습생들한테 시키는 거죠. 무급인턴제를 악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백하게 잘못된 거죠.

◇ 박재홍> 그러면 이런 열악한 환경이 이상봉 디자이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계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일반적인 상황입니까?

◆ 배트맨D>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제가 정말 최근에 충격을 받고 소름끼쳤던 건데요. 요즘은 젊은 청년 창업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나이가 20대 중후반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그 친구들조차도 이상봉 선생님처럼 똑같이 따라한다는 겁니다. 인턴 구한다 해서 무급이나 월급 50만원을 주고 노동을 착취하는 그런 형태를 똑같이 답습하는 걸 보고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젊은 디자이너들도 인턴을 고용할 때 그러한 부당한 대우들이 대물림된다는 말씀이세요?

◆ 배트맨D>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대한민국 패션계의 대표주자인 이상봉 디자이너께서도 그렇지 않냐?’며 양심이 무뎌지는 거죠. 전반적으로 패션계가 썩어 들어갈 대로 썩어 들어가고 있고요.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 박재홍> 임금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 정규직 전환문제도 있습니다마는 그 이외에도 열악한 대우가 있습니까?

◆ 배트맨D> 지금 방송에 얘기하기 힘든 정도인데요. 막말을 하면서 직원한테 가위를 던지는 바람에 맞은 사람이 짐 싸서 나갔다고 그걸 목격한 사람이 저한테 얘기를 해 준 것도 있고요. 그리고 막내직원한테 시키는 일 중에 선배들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하루 일과 중 아주 성스러운 의무 중의 하나인 것처럼 아랫사람한테 시키기도 하고요. 점심시간이 되면 팀장님의 밥에 숟가락을 놓으면서 세팅을 하고, 정작 막내들은 복도에 나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요. 그리고 부모님 욕까지 한답니다. 왜냐하면 너무 만만한 거죠.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 식으로.

◇ 박재홍> 부모님 욕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 배트맨D> 생각하면 힘들 정도로 패션업계에 ‘슈퍼갑’ 중에서도 ‘슈퍼갑질’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했다.’라고 하면 그게 경력이 되기 때문에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인가요?

◆ 배트맨D> 약간 다른데요, 디자이너들은 장인과 다릅니다. 여기는 상업예술이라고 하는데요. 디자인은 디자인팀에서 나오고 영업은 영업팀에서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은 유명 디자이너가 아닌 그 밑에 있는 디자인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위 ‘무슨 장인 밑에서 1:1로 배운다?’ 그런 건 패션계에서는 정말 잘못된 오해거든요.

◇ 박재홍> 어차피 유명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을 옆에서 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가르쳐주지도 않기 때문에 그 회사에 있어도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는 있다는 말씀인가요?

◆ 배트맨D> 사업체 규모가 커지면 디자이너 오너는 자영업자 사장형태처럼 대외활동이나 비즈니스, 같은 영업을 하러 다니고 주로 직원들을 통해서 디자인을 뽑습니다. 유명 디자이너 본인은 디렉팅을 하며 결정하는 역할을 하죠. 그러니까 ‘유명 디자이너가 장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해 드리려고 말씀드렸습니다.

◇ 박재홍> 패션계 갑을논란들이 해소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될까요?

◆ 배트맨D> 글쎄요, 제가 굉장히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건 이제 갓 사회에 나온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권리가 뭔지 모르고 최소한의 근로조건이 뭔지도 모르는 거죠. 또 가해자들도 무엇을 지켜야 되는지에 대해 무지하고 혹은 알고 있어도 의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런 교육을 통해서 노동 환경도 개선해야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 배트맨D> 그렇죠. 사람들의 패러다임을 먼저 바꾸게 한 다음에 제도적으로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배트맨D> 감사합니다.

◇ 박재홍> 패션노조의 배트맨D 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