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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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3(화) 황석영 "정부 우수문학도서 선정? 전체주의적 발상"
2015.02.03
조회 66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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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황석영 (작가)



-특정 이념 배제, 국가경쟁력 강화? 전체주의적 발상
-거짓말 하면 '소설 쓰지 마라'? 소설은 사람에 대한 진실
-정치의 출발은 약자의 눈물 닦는 일, 정치인은 소설 읽어야


한국근현대의 문학사를 통털어 딱 101편의 단편을 꼽아본다면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작품들이 떠오르십니까? 글쎄요. 보는 눈에 따라서 작가도 작품도 각양각색일 텐데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황석영 작가가 최근 우리문학사의 명단편 101개를 고르고 골라서 출간했습니다. 이 대선정 속에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녹아 있을까 궁금한데요. 황석영 작가의 눈으로 본 우리 문학과 사회. 어떤 모습일까요?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시죠. 황석영 작가 만나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석영>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2015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 황석영>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는데 대내외적으로 금연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박재홍> (웃음) 금연이요? 그래서 성공하셨습니까, 선생님?

◆ 황석영> 지금 금연을 들어갈까 말까 하루하루 미루고 있는데 어떻게 구정으로 미룰 것 같은데요. (웃음) 작년에도 이랬는데 이거 큰일났네요.

◇ 박재홍> (웃음) 금연을 설 전주까지는 2주 정도 남았으니까.

◆ 황석영> 하여튼 마지막 발악을 좀 해 보겠습니다.

◇ 박재홍> 금연도 하시고 최근에 말씀하신 대로 대장정을 하나 끝내셨네요.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01선. 101편 내셨는데 그런데 100편도 아니고 101편이에요.

◆ 황석영> 처음에는 발음하기도 좋고 딱 맞아떨어지니까 그냥 한국명단편 100선 그랬는데 중간에 하다 보니까 엉뚱한 생각이 나더라고요. 뭐냐하면 100편 그러면 100으로 딱 끝나버리는 느낌이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황석영> 하나를 붙이니까 100에서 다시 연장해서 새출발을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한국문학은 끊이지 않고 연장되고 계속된다는 측면에서 한 편을 더 붙여서 101선 이렇게 했죠.

◇ 박재홍> 그래서 뭔가 101번째 소설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이런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에 발표된 작품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여기서 101개의 작품을 꼽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고르신 건가요?

◆ 황석영> 이게 저로서는 단편소설을 고르는데 이것은 대개 이제 그 작가 초기에 출발을 했을 때 그때가 굉장히 촉각이 곤두서 있거든요. 그래서 시대를 잘 그리고 있고 또 한 가지는 왕성하게 창작을 하던 무렵에 그런 단편들. 바로 그런 기준으로 이제 고른 거죠.

◇ 박재홍>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고르셨고. 그런 작품 뒤에 선생님이 글을 셨잖아요.

◆ 황석영> 리뷰를 했죠. 리뷰를 다 달았는데 그게 작품에 대한 해설도 들어가 있지만 그 작가가 겪었던 개인적 생활도 더 자세히 많이 반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동일하게 보고 그것들을 한꺼번에 같이 드러내는 것이 독자들에게 이해를 더하기가 쉬울 거고 또 한가지는 작가의 일생이 이러한 단편소설을 쓰던 때의 말하자면 작가의 삶이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죠.

◇ 박재홍> 작품만큼이나 선생님이 쓰신 리뷰가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 황석영> 다들 재미있다고 그럽니다. 안 알려줬던 일도 많고. 그런데 사실 이게 빙산의 일각만 조금 표현한 건데요. 만약 내가 그걸 다 발표를 했다면 아마 저는 보따리 싸서 다른 나라로 망명 가야 될 겁니다. (웃음)

◇ 박재홍> (웃음) 비사가 많았군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책에서도 이런 이야기 녹이신 거 아니에요. 아까 보따리를 싸들고 나가셔야 된다고 했는데. (웃음)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황석영> 여기에서는 구태여 다 쓰지는 않았는데. 천상병이라는 양반이 체제나 조직이나 이런 데 적응을 한 분이라 전쟁 이후 50년대 세대니까. 방랑자로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돈이 없으니까 하루에 시인이 살아갈 수 있는 게 300원이에요. 그러니까 차값 빼고 점심값 빼고 막걸리 또는 백양담배 1갑 이렇게 해서 한 300원이면 사는데 선후배들을 만나면,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꼭 손가락을 3개를 펼쳐서 300원 달라고 멀리서 이렇게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음 하고 고개를 흔들면 2개로 줄죠. 그러면 또 음 하고 고개를 흔들면 마지막 1개. 딱 100원 옵니다, 그랬는데 또 고개를 흔들면 쑥떡을 크게 한방 먹이고 가죠. (웃음) 그런 일화들도 있고.

◇ 박재홍> (웃음) 이제 소설가 황석영 선생님을 만나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정치인들이 소설을 읽어야 된다 어떤 의미인가요?

◆ 황석영> 사실은 말이죠. 요새 내가 늘 불만인데도 이게 안 고쳐지는 게 이게 정치권에서 나온 얘기인데 서로 싸우다가 상대방이 거짓말한다고 그러면 소설 쓰지 말라고 그래. 이게 문화적으로도 참 안 좋은 일이에요. 그건 가상의 진실이지 거짓말이 아니거든요. 정치라는 게 원래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것이 정치의 출발인 셈인데 그래서 자기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 또는 고통 또는 아픔 또는 기쁨. 이런 것들을 가장 말초적으로 제일 먼저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소설이거든요. 저는 제 주위에 아는 정치인들이나 이런 동년배나 후배들이 있으면 술자리에서 만나면 그럽니다. 한 달에 소설책 한 권씩이라도 읽어라 그래서 다음에 만날 때 읽은 책 얘기를 좀 해 봐라, 이렇게 권유를 하곤 하죠.

◇ 박재홍> (웃음) 소설 좀 읽어라 이런 말씀이신데. 또 최근에 정부에서 우수문학도서 선정기준이 뜨거운 논란거리입니다. 선정기준을 보면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한 문학, 국가경제력에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 등 이런 게 있는데 선생님,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런 기준들.

◆ 황석영> 자기들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게 해마다 때마다 거듭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리스 또 고대 중국 이런 사회 이례로 저술에 관한 지식인의 사회적 기능은 비판에 있었습니다. 그런 비판적 기능 위에서라야만 사회가 나아갈 수 있는거거든요. 약자나 하자의 편을 들어줘야 되고 힘이 너무 세거나 힘이 치우쳐 있는 점을 견제하는 것이거든요. 그걸 거부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이죠. 이를테면 국가경쟁력 강화라든가 무슨 뭐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말하자면 시스템을 옹호해달라는 것이고 말하면 정치적 어떤 정책이라든가 이런 데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뭐 지금 흔히 지구상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독재국가들을 예를 들 수 있고 특히 이웃하고 있는 북한 같은 나라에서 당정책에 위배되면 큰일나잖아요. 이런 식의 발상은 전근대적 발상입니다.

◇ 박재홍>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 황석영> 시대착오적 발상이죠.

◇ 박재홍> 이렇게 정리를 하고 계시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황석영 선생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 많으신데요. 제쯤 다음 작품을 볼 수 있을까요?

◆ 황석영>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5, 6월달? 5월 말, 6월 초쯤에 새로운 작품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 박재홍> 한창 봄이 무르익었을 그 시점에 선생님 작품이 나오네요. 그럼 그 때도 한 번 더 나와주십시오.

◆ 황석영> 네, 네.

◇ 박재홍>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소설가 황석영 씨를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