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6(월) 현직 소방관 "피부 같은 방화복이 가짜였다니.."
2015.02.16
조회 108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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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현직 소방관)



-소방장비 부실 심각, 불 보고 숨는 소방관 나올 수도
-장비 지원? 지금도 장갑 신발 직접 사서 불 끈다
-구멍난 소방장갑, 동료와 돌려 쓰고 있어
-수백개로 지자체로 나뉜 소방 조직, 문제제기 반영 안 돼
-소방 장비의 지자체 개별 구입, 비리 방치하는 것
-단일한 소방조직과 단일 구입 체계 마련 시급


주말 내내 가짜 방화복이라는 검색어가 씁쓸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국의 소방서에 성능 검사를 받지 않은 특수 방화복이 수천벌이나 보급됐다고 하는데요. 정확히 언제부터 몇 벌이나 지급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국민안전처는 예산을 긴급 투입해서 새로운 방화복을 조기 구매하기로 했지만 이미 수천명의 소방관들 불량 방화복을 입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겁니다. 가짜 방화복 논란, 현직 소방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작년 여름 소방장갑을 사비로 구입하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전해주셨던 분을 특별히 다시 모셨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익명과 음성 변조로 진행합니다. 소방관님 안녕하십니까?

◆ ○○○>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작년 5월 말에 뉴스쇼에 나와주셨으니까 9개월 만에 다시 뵙네요. 가짜 방화복 뉴스 보시고 어떠셨어요?

◆ ○○○> (한숨) 좀 많이 허탈했고요. 안 그래도 지난 주에 갑자기 방화복을 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고하라는 그런 지시가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이번 뉴스 보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좀 씁쓸했습니다.

◇ 박재홍> 품질 검사가 안 된 방화복이 최소 5000벌 이상을 우리 소방관분들이 입었다는 얘기인데 이거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서 이런 걸 구매하는 거 아닌가요?

◆ ○○○> 솔직히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이런 소방장비 같은 게 각 지자체 사정에 따라서 다르다 보니까 관리 감독도 그렇게 허술하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게 다 지자체별로 장비를 구매하니까 담당자들이랑 관리자들이랑 서로 짬짜미가 되어서 그런 경우도 많고요. 아니면 진짜 담당 공무원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많은데. 각 지자체에 소방본부가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건, 정말 비리를 방치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이 화재현장에 가시면 필요한 장비들이 굉장히 많지만 방화복, 그 중에서 화재현장의 핵심장비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 소방관들에게 방화복,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 ○○○> 쉽게 말해서 방화복은 저희가 이제 피부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뜨겁고 숨이 턱턱 막히는데 방화복의 성능을 믿고 버티거든요. 이게 뜨겁기는 하지만 설마 이게 녹는다든가 타지는 않겠지 관례적으로 이제 입고 계속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방화복 성능에 따라서 현장에서 생존 여부까지 결정된다는 그런 말씀이시죠?

◆ ○○○> 실제로 몇 년 전에 인천의 무슨 큰 공장 화재 때 방화복과 헬멧이 타서 화상을 입은 소방대원이 있었습니다.

◇ 박재홍> 실제로 방화복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타고 녹아내린 경우가 있었다.

◆ ○○○> 구명 방화복은 검은색인데. 그건 한 220도 정도밖에 못 견디거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최고에 달하면 300도 이상으로 파워가 세집니다. 그러면 소방관이 거기서 실질적으로 화상을 입기도 하죠. 그때 그래서 3년 전에 그 화재에서 불에 탄 방화복이 신문에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220도를 못 견디고 또 녹아버린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그때 문제가 됐던 검은색 방화복은 전혀 없어진 건가요, 아니면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습니까?

◆ ○○○> 예산이 안 돼서 신형 방화복을 받지 못한 소방대원들은 아직도 쓰고 있고요. 이번에 논란이 된 가짜 방화복이라는 것도 그 신형 방화복이 보급되는 와중에 이렇게 문제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게 실제로 일하시는 소방관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이것 현장에 갔을 때 녹아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의심이 들 수 있으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라든지 이런 거 굉장히 소극적으로 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저희가 화재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다치면 가족들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국가에서 뭐 100% 보장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불이 나면 숨는 소방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 물만 쭉 뿌린다든가 아니면 절대 시민들이 봤을 때는 현장으로 검은 연기 속으로 들어는 가는데 불 가까이는 안 가고 연기 속에만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죠.

◇ 박재홍> 현장에서 정말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 소방관님들인데. 이 장비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지적이시네요. 참 말씀을 듣다보니까 걱정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러면 실제로 요즘 현장에서 느끼시는 게 방화복뿐만 아니라 소방 장비 상태는 어떤가요?

◆ ○○○> 그게 1년 전에도 장갑 얘기가 이슈가 됐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장갑이 보급된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제가 장갑이 구멍난 걸 쓰고 있는데. 그마저도 제 동료랑 교대로 같이 쓰고 있어요, 장갑 하나를. 그러니까 장갑이 자꾸 문제가 되는 게 장갑이 구멍이 나면 물이 들어오고 또 뜨거운 물이 손에 들어오면 화상을 입을 수가 있거든요. 참고 하는데. 그게 보급이 어떻게 되는 건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가 그냥 스쳐지나가고 마는 것들을 그냥 기다리고 있는 건지 답답합니다.

◇ 박재홍> 아니, 지금 여전히 구멍난 장갑을 쓰고 계시는 것이고. 그러면 말이 되나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에게 총기가 제대로 지급 안 된거나 마찬가지 상황 아닙니까?

◆ ○○○> 그렇죠. 옛날에 우스갯소리로 군대 갈 때 총을 사가지고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저희는 진짜 장갑 사서 불 끄고 신발 사서 불 끄고 그럽니다.

◇ 박재홍> 아하, 그러면 아직도. 작년에 저희가 이제 한 게 9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낡은 소방장갑을 쓰고 계시고 구멍난 장갑을 그대로 쓰고 계신다.

◆ ○○○> 네, 똑같습니다.

◇ 박재홍> 여러 번 문제를 제기를 하셨어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예요?

◆ ○○○> 소방장갑은 아니고 일반 장갑은 주더라고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용 장갑같은 거는 주던데 소방용 장갑은 아직 보급 못 받았습니다.

◇ 박재홍> 아직 보급을 못 받았다, 그러면 문제를 제기해서 좀 더 기다리라고 하는 상황입니까? 아니면 전혀 뭐...

◆ ○○○>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 박재홍> 아하, 전혀 언급이 없다.

◆ ○○○>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솔직히. 그거에 대해서 저희가 어떤 해명을 들은 것도 없고.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소방이 수백개 지자체 소속으로 쪼개지고 하다 보니까 힘이 없고요. 그리고 단일화된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위에서도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방관들은 솔직히 시킨 대로 잘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냅두는 거죠. 여론이 동정을 하지만 그것도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박재홍> 뭐, 소방장비의 전체적인 보강이라든지 점검이 확실히 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현장에서는 이 상황을 바꾸려면 뭐부터 제일 먼저 바꿔야 된다고 보세요?

◆ ○○○>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죠. 그게 첫 번째고, 두번째로는 각 지자체로 쪼개져 있는 소방조직이 단일 조직화가 되어서 조직 내에 목소리라든가 어떤 필요성 같은 걸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박재홍> 소방조직의 일원화, 그리고 구입체제를 더 단순화해가지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그런 상황이 좋겠다라는 그런 지적이시네요.

◆ ○○○> 네, 맞습니다.

◇ 박재홍> 오늘도 출근하실 텐데 참...

◆ ○○○>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니까요. 사람들 생명 구하는 걸 직업으로 하고 있어서 얼마나 행복합니까?

◇ 박재홍> 오늘도 국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시는 소방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주시는 소방관님들 정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책임 있는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네요. 소방관들의 가짜 방화복 논란 현직 소방관과 함께 익명으로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