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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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3(금) "사자에 희생된 사육사, 2명이 함께 들어갔더라면.."
2015.02.13
조회 103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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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2인 1조 원칙 어겨, 심각성 자각못해
-사육사 태부족, 혼자 진입해 위험 감수 빈번
-CCTV 관찰도 허술, 형식적 관리한듯
-베테랑 사육사? 맹수관리는 고작 3년
-예산투자 시급, 입장료 현실화해야


어린이대공원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숨진 어제 사고, 정말 큰 충격을 줬는데요.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의 공격으로 숨진 사고가 벌어진지 불과 1년여 만입니다. 이것이 과연 사육사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예외적인 사고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육사의 열악한 처우와 사육 환경, 동물원의 인식이 빚은 구조적인 문제인지 짚어봐야 할 시점인데요.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가 지금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전채은> 안녕하세요.

◇ 박재홍> 1년여 전 서울대공원의 호랑이 공격으로 사육사가 숨진 사고 이후에 2인 1조로 사육장에 들어가는 게 원칙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사고 역시 사육사 한 명만 더 있어도 사고 방지와 사후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혼자 들어가셔서 사고가 났네요, 아직도 왜 그런 건가요?

◆ 전채은> 동물원측이 기본적으로 2명이서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이 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숙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고요. ‘이제까지 괜찮았으니까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이건 어떤 동물원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거든요. 왜냐하면 동물원 내부 구조는 거의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서울대공원에서 있었던 일은 사실 다른 동물원에서도 있을 수 있다라는 철저한 인식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동물원 측은 사육사 2인 1조 원칙에 대해서 이런 해명을 내놨습니다. ‘동물원마다 각각 고유의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2인 1조 수칙, 안전복 착용 등으로 구성된 과천 서울대공원의 매뉴얼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었다’ 이런 해명인데 어떻게 봐야 되나요, 이건?

◆ 전채은> 물론 전체적인 동물원에 강제되는 규정은 아니지만요. 왜 이런 원칙이 만들어졌는지를 동물원 스스로 생각해봐야죠. 해외사례들도 많이 있거든요. 이걸 심각하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원인인 것 같고요. 이걸 해결하려면 일단 정부에서 모든 동물원이 지켜야 하는 수칙을 만들어주고 또 각 지자체 담당자가 이런 동물원들이 수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번 사고는 2명이 함께 들어갔다면 목숨을 잃는 사고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 전채은> 어느 정도 상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리 병원으로 응급 수송을 해서 처치를 했으면 살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겠죠. 지금 언론보도를 보면 거의 30분 이상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거든요.

◇ 박재홍> 말씀하신대로 서울시설공단이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을 하고도 24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는 보도 내용이 있는데요. 그래서 사육사는 병원에서 숨을 거뒀고요. 이러한 늑장대처의 이유는 뭐라고 봐야 되나요?

◆ 전채은> 그 정황 자체가 굉장히 허둥댔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2명이 들어가야 되는 것이고요. 2명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의 전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빨리 연락해서 병원으로 수송하는 훈련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도 않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나,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죠.

◇ 박재홍> 사고 발생에 대처할 매뉴얼도 없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사육장 내부에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걸 아무도 모니터하지 않았다는 거 아닙니까? 모니터 요원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 전채은> 당연히 그래야 되죠. CCTV가 있어야 되는 이유는 이런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리한다는 차원이거든요. 당연히 모니터 요원이 있어야 되고 사육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항상 CCTV를 통해 볼 수 있어야 되는데 굉장히 형식적인 관리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죠.

◇ 박재홍> CCTV는 모니터하라고 있는 것인데, 모니터 안 하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전채은> 네. 그렇죠.

◇ 박재홍> 그리고 이 사육사가 사고를 당한 서울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 사자방사장 안에는 내실 문이 있어서 통상 작업할 때는 사육사랑 사자를 격리하기 위해서 닫혀 있는데 이 날은 닫혀있어야 할 내실 4개 중의 1개의 문이 살짝 열린 상태였다는 거 아닙니까, 그럼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 전채은> 수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와 봐야 하겠지만 서울대공원 사건과 굉장히 유사한 일이 벌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점검이 소홀했을 수도 있고요. 좀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점검을 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누군가가 그 내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거나 열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중, 삼중으로 계속 체크를 해야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한 날 한 시에 근무한 사람이 하나였다는 거, 그게 제가 봤을 때는 가장 근본적인 사고 원인인 것 같고요.

◇ 박재홍> 그리고 이번에 숨진 사육사가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사육사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사고를 당한 건데요. 그럼 이게 시스템 문제라고 봐야 되나요, 어떻습니까?

◆ 전채은> 일단은 시스템 문제가 가장 크고요. 그런데 이분은 맹수사에 근무한 지 3년 정도된 걸로 알려져 있어요. 즉 거의 대부분의 동물원에 전문적인 사육사가 없는 거죠. 이 맹수뿐만 아니라 고등동물의 경우에는 종마다 성격이 다르고요. 또 종 중에서도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매일매일 체크하는 사육사들이 전문성, 교육, 훈련같은 것들이 정확하게 갖춰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3년 정도 맹수사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는 건 전문성 교육 자체가 좀 부재한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 박재홍> 지난번 과천서울대공원에서도 전문성이 문제가 됐었는데 그러면 동물원에서 제대로 사육사를 교육하거나 양성하는 과정이 없는 거 아닌가요?

◆ 전채은> 사실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되죠. 그러니까 사실은 다종다양한 동물 수에 비해서 사육사의 수는 굉장히 모자랍니다. 또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공공근로가 많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을 장기간 가지기가 힘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사육사 처우도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환경이나 처우 수준은 어떤 건가요?

◆ 전채은> 실제로 동물원에 가서 맹수사에 혼자 들어가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을 했고요. 특히 위험한 동물들을 혼자 관리하고 있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도 굉장히 큰 것 같고요.

◇ 박재홍> 그리고 동물원에 있는 맹수들이 공간 대비 개체 수는 맞는지, 또 맹수들의 스트레스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짚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전채은> 당연히 그렇죠. 그러니까 맹수사를 2명의 사육사가 관리했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사실상 이렇게 보면 전문적 관리는 거의 포기했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동물 종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밥 주고 배설물 치워주는 건 물론이고요. 사육사들이 관찰하면서 행동 기록하고 문제가 있으면 빨리 수의팀과 협력을 해야 하고요. 또 야생동물은 인성형성이 굉장히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만큼 예방이 중요한데요. 사자나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들은 굉장히 넓은 행동반경에서 생활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좁은 곳에서 살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필요한데, 사육사들이 이걸 연구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나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 박재홍> 네, 서울시에서 순직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빨리 바꿔야 될, 개선해야 될 문제 어떤 게 있을까요?

◆ 전채은> 제돌이 사건이나 호랑이 사건으로 동물원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늘어났는데 근본적으로 동물원 스스로 동물의 전문 기관이라는 인식이 없는 거죠. 돈이 있어야 시설도 개선하고 인력도 보충하는데 다종다양한 야생동물이 들어와서 동물원에서 쉽게 동물을 보게 되기까지 고생하는 사람들의 위험이 있다는 인식이 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산 투자를 해야 되고요. 그런데 서울대공원은 10년 전 입장료가 그대로고 어린이대공원은 입장료가 무료가 됐습니다. 2년 사이에 사육사가 둘이나 죽었다는 건 예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인데 이런 것에 대한 서울시의 자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