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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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17(화) [행간] 새정치는 왜 총리인준안 표결에 참여했을까?
2015.02.17
조회 101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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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박재홍> 행간,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태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자, 오늘 나눌 주제는 어떤건가요?

◆ 윤태곤> 어제 총리인준안이 통과가 됐지 않습니까? 국회 재석 281명 중에 찬성 148, 반대 128, 기권 5표인데 찬성이 반대보다 20표 더 많죠. 얼핏 보면 이게 여유 있게 통과된 것 같은데 뜯어보면 그렇지가 않고요.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 투표 보이콧이냐, 참여냐를 두고 끝까지 고민을 했거든요. 이 행간을 한번 알아보죠.

◇ 박재홍> 그러니까 52.7% 찬성률이었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의석수가 적기는 하지만 정의당은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죠?

◆ 윤태곤> 네, 5석인데 정의당이 투표를 안 했죠.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외체류 중인 5명을 제외하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인원 124명이 전원 투표를 했는데 어제 새누리당이 155명이 투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출신이고. 또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유승우 의원까지 합치면 사실 157명이 투표를 한 거거든요. 숫자로 보면 표대결을 할 경우 야당이 필패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투표를 한 건데, 속으로야 여야 모두 표단속을 열심히 했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자유투표의 형식를 취했는데 이것도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 양측면에서 봐야 되겠는데 먼저 명분면에서 보자면 사실 국회의원이 법안이든 인사 문제든 자기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투표를 하는 게 정도죠. 물론 기권이라든지 불참도 의사표현의 한 형태고, 소수 야당의 경우에는 아예 보이콧을.. 또 이게 강력한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국회선진화법 이후에는 날치기, 보이콧 이런 풍경이 많이 사라졌지 않습니까? 또 문재인 대표가 출범한 이후에 이게 첫번째 큰 투표이기 때문에 아예 보이콧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겁니다.

◇ 박재홍> 그런 부담, 명분이 그렇고요. 그렇다면 이제 실리는 어떤 면이 있었습니까?

◆ 윤태곤>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를 하면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겠다, 이 여당 단독처리라는 게 야당이 안 들어가면 자동으로 단독처리가 되는 거지 않습니까? 어차피 여야가 국회일정도 합의를 했었고 또 지난주에 처리 날짜가 잡혔는데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정의화 의장이 중재에 나서고 해서 16일 본회의 날짜에 대해서 여야가 합의를 한 거거든요. 그렇다면 단독처리 여부는 여당의 어떤 액션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게 아니라 야당에 의해서 결정에 되는 거거든요. 야당의 부작위에 의해서. 그리고 야당이 투표 불참을 해서 여당이 단독처리를 한다, 향후 국회일정이 모두 올스톱된다, 이러면 오히려 야당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 박재홍> 야당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런가요?

◆ 윤태곤> 경제 관련 법안 같은 것들이 청와대하고 여당이 하고 싶은 일이 많죠. 그런데 야당이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안 그래도 지금 주목을 못 받고 있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입니다.

◇ 박재홍>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문에 아예 묻혀버린 것도 있고.

◆ 윤태곤> 그렇죠, 이미 지난 12일 한국석유공사 등을 시작으로 기관보고를 하고 있거든요. 보도도 없고 주목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야당이 얼마나 강력하게 요구를 해서 겨우겨우 따낸 겁니까?

◇ 박재홍> 그렇죠.

◆ 윤태곤> 이대로면 그냥 날짜만 지나가는 거고. 국회 보이콧이 되면 더 하는 거죠. 날짜는 그냥 가는 거거든요.

◇ 박재홍> 국정조사 무용론이 또 나올 수도 있겠고.

◆ 윤태곤> 그렇죠. 작년에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도 용두사미로 끝낸 전례가 있는데, 설 쇠고 오는 24일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지 않습니까? 출석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국회가 보이콧하면 웃을 사람은 따로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연말정산 문제라든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건강보험료 재조정,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봉인을 해제해놓은 증세, 복지 이런 사안들이 모두 올스톱될 수 있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런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리를 얻기 위한 측면에서 그렇다.

◆ 윤태곤> 그렇죠. 말 그대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통상 빨리 국회 열어서 민생 처리하자.. 이게 정부, 여당이 많이 하던 말인데 야당 입장에서도 국회가 열려서 여러 가지 논의하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회가 열리고 말고 상관없이 법안 발의는 할 수 있는 거지만 박영선 의원이 어제 불법이익환수법,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도 발의를 했는데 이게 국회가 안 열리고 장외투쟁으로 가면 주목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완구 총리 인준안은 무조건 가결이 되는 겁니다.

◇ 박재홍> 안 들어갔어도 가결될 수밖에 없었다.

◆ 윤태곤> 새누리당의 절반 이상이 반대할 가능성은 제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결국 가결이 되기는 했는데 또 다른 성과를 얻어낸 게 있죠.

◇ 박재홍> 또 다른 성과 어떤 게 있었습니까?

◆ 윤태곤> 여당의 이탈표를 확인한 거죠. 앞서 말씀을 드렸지만 새누리당은 155+2. 사실상 157명이 참여했는데 찬성이 148표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9명이 반대 내지 무효표를 던진 거죠.

◇ 박재홍> 하지만 충청권 야당에서 이탈표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마는.

◆ 윤태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투표참석을 망설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충청권 출신 의원이 10명이 있고 이완구 총리가 그래도 충청권에서 인기가 있고. 이런 전력이 워낙에 많아서 지연, 학연이 겹치는 의원들이 야당에 많거든요.

◇ 박재홍> 충남 도지사도 했었고.

◆ 윤태곤> 그렇죠. 그런데 야당의원들이 거기에 찬성표를 던지면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문재인 대표 지도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우려가 있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망설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물론 이게 무기명 비밀 투표라서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우리는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겁니다. 사실 저는 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러면 여당의 이탈표는 두자리 숫자 이상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진실은 미궁 속에 있는 거죠.

◇ 박재홍> 만약에 야당에서 이탈표가 있었다면 더 많은 숫자가 여당에서 이탈했을 것이다라는 계산이시고.

◆ 윤태곤> 그래서 이제 본질적으로 볼 때 이완구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으니까 청와대나 여당 입장에서는 한숨 돌렸습니다. 야당은 총리 인준을 저지하지 못했죠. 결국은 의지가 꺾인 건데, 하지만 우리가 쭉 살펴본 것처럼 야당이 투표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이런저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지도부의 리더십이 손상되지도 않았다는 거죠. 이완구라는 분이 총리직을 수행하는 게 맞냐, 안 맞냐를 떠나서 정치적으로 계산을 따져보면 여야 모두 큰 상처는 입지 않았습니다. 둘 다 한숨을 돌렸는데, 다만 야당의 득점 포인트가 조금 높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박재홍> 야당이 약간의 득점 포인트가 더 있었다는 말씀인데, 여당에서는 이탈표 나온 부분의 질문에 대해서 ‘이것이 민주주의고, 또 여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이런 말도 했었죠, 유승민 원내대표가.

◆ 윤태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야지 어쩌겠습니까?

◇ 박재홍> 의제와 전략그룹의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이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 윤태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