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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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6(목) [행간] 일베가 KBS기자가 되면 안 되는 3가지 이유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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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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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요?

◆ 김성완> 요즘 KBS가 수습기자 한 명 때문에 아주 시끄러운데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입사 전에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협회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회사측이 아직 이렇다할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베가 KBS 기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3가지 이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KBS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 김성완> 첫째, 기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없기 때문인데요. 혹시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아마 언론사 공채를 하셨기 때문에 잘 아실 것 같은데.

◇ 박재홍> 상식 그리고 약간의 영어실력, 글쓰기, 말하기 능력?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상식은 기자가 되면 없던 상식도 저절로 생기고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글쓰기 능력은 선배들한테 혼나면서 오히려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실력은 필요하기는 하지만 국제부 기자가 아니면 매일 쓸 일은 없죠.

◇ 박재홍> 그렇습니다.

◆ 김성완>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오히려 기자로서의 소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아마 인권의식일 겁니다. 하지만 인권의식은 공부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인문학적인 소양이라든가 여러 가지 공부들을 자기 스스로, 책을 읽는다든지 하면서 갖춰져 가는 건데, 언론사 공채가 사실 이런 사람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인권의식과 관련해서 한국기자협회가 인권보도 준칙을 제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 전문을 보면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권 존중의 문화확산에 기자는 기여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부 분야별 요강을 보면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을 옹호하거나 비하하는 용어, 성차별적 표현, 이주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으로 볼 때 기자로서의 소양이 부족했던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논란의 당사자는 지금 수습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기자가 ‘일베’ 게시판에 6800개가 넘는 글을 올렸다는 거 아닙니까? 이 글들이 기자협회 인권보도 준칙과는 어느 정도 배치된다고 보세요?

◆ 김성완> 그 기자가 2013년 초부터 2014년 여름까지 글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일베’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의 내용을 제가 여기에서 그대로 얘기하면 아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받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 정도로 심각하다?

◆ 김성완> 너무 심각한데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매매와 관련된 글을 올린 걸 보면, 그것도 제가 정제해서 말씀을 드리면 ‘성매매는 명백한 시장거래 행위다, 왜 매수자만 처벌 받아야 되느냐.’ 이런 글을 올린 적도 있고요. ‘일베’ 게시판에는 ‘여자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글도 올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사실 너무 음담패설이 많아서 더 말하지 못하겠고요.

◇ 박재홍> 더 심각한 표현도 있다는 말씀이고.

◆ 김성완> 또 일부언론이 5.18을 왜곡 보도한 걸 두고 ‘왜 5.18을 폭동이라고 부르면 광주 사람들이 화를 내는 거지?’ 이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는 글도 올렸고요. 5.18 희생자를 홍어로 비하했다는 내용의 기사 아래에는 한국사의 진보를 ‘기생충들,박멸 대상이다.’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KBS 기자로 가면 위험하지 않나, 이런 논란이 크게 되는 것인데. 반면 기자가 되기 전에 올린 글 때문에 기자를 그만두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 이런 반론도 있는데요?

◆ 김성완> KBS 모 이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더라고요. 입사 전 행위를 가지고 문제삼는다면 반정부시위를 한 친구들도 KBS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던데. 정치적 의사표현과 기자 자질도 구분 못하는 이사가 누군지 저는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그렇더라도 일단 좀 넘어가죠. ‘과거를 묻지 마세요’ 이런 노래가 있는 것처럼 철없던 대학시절에 올린 글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 각오로 시작하겠다, 그러면 사실 문제삼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동의하지만 그런데 한가지 놓친 사실이 있는데요. 동료 선후배 기자들이 어떻게 그 기자가 ‘일베’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을까요? 사태 전개 과정을 보면요, 기자가 뭔가 의심할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알게 됐던 거거든요.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 기자들이 활동하는 익명 게시판에 ‘여직원들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를 인증하라.’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 박재홍> KBS 기자들의 게시판에, 익명 게시판에.

◆ 김성완> 그래서 동료기자들이 '이 친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야, 뭔가 좀 이상해'라고 생각을 해서 구글링을 하고 인터넷을 열심히 찾다 보니까 일베 활동을 했더라, 그러면서 그 아이디나 이런 것들로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고, 그러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아니라 오늘, 또 내일이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전 것 때문에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 박재홍> KBS 수습 과정을 받는 과정에서도 그런 글을 올렸던 것이다, 이런 것인데. 그러면 마지막으로 KBS 기자가 되지 말아야 하는 세번째 이유는요?

◆ 김성완> 번지수를 잘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 박재홍> 무슨 말씀이세요?

◆ 김성완> 정 기자가 되고 싶었다면 극우 성향의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으로 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방송, 그것도 공영방송에 입사한 것부터가 잘못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매체 성격 자체가 좀 다르잖아요. 신문은 내가 종이만 있으면 찍어내면 되거든요. 하지만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잖아요. 아주 제한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자산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은 굉장한 공정성이 요구되고요. 특히나 KBS 같은 경우에는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잖아요.

◇ 박재홍> 수신료를 받죠.

◆ 김성완> 더더욱 그런 성격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만약, 영국 BBC 공영방송에 ‘일베’와 비슷한 나치 성향의 정당활동을 했던 기자가 입사를 한다, 입사가 안 됐을 뿐더러 입사를 했다 하더라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 기자에게 다시 얘기를 해 주고 싶습니다. 차라리 극우 성향의 보수신문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KBS 같은 경우에는 기자 공채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