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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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남정우 (연극배우)

영화 '분노의 주먹',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이 쟁쟁한 영화들을 만든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입니다. 현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영화가 대만에서 촬영 중인데요. 그런데 대만 촬영장에 한 아시아 남자 배우가 자신을 출연시켜달라는 피켓을 들고 대만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 배우는 무려 일주일이 넘게 피켓을 들고 촬영장 앞을 지켰다는데요. 그리고 결국 역할을 따냈습니다. 이 역할을 따내는 장면조차도 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요. 이 당찬 남자, 우리나라의 연극배우인 남정우 씨입니다. 화제의 인터뷰, 혈혈단신으로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던진 남자, 연극배우 남정우 씨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남정우> 예. 안녕하세요. 남정우입니다.
◇ 박재홍> 지금 대만에 계신 거죠?
◆ 남정우> 네, 대만 타이페이에 있습니다.
◇ 박재홍> 현재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촬영하고 계신다고요?
◆ 남정우> 예. 어제 첫 촬영을 했고요. 어제 잠깐 촬영 끝나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 박재홍> 어떤 말씀 나누셨어요?
◆ 남정우> 어제 촬영이 끝나고 용기내서 말을 걸었고요. 제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나는 당신 때문에 여기에 왔고, 2년 전에 당신 만나려고 뉴욕까지 갔었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감독이 진짜냐고 물어서 ‘진짜 갔었다, 맨하튼 110번지에 갔었다.’ 이렇게 말씀드렸는데요. 어깨를 탁 쳐주시면서 See you tomorrow. 하시더라고요.
◇ 박재홍> (웃음) 내일 촬영장에서 다시 만나자 이런 말씀이네요. 제가 남정우 씨를 연극배우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래도 처음 만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일단 청취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릴까요?
◆ 남정우> 저는 2006년에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요. 지금까지 연극과 뮤지컬, 영화를 간간이 하면서 열심히 저의 연기 인생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 박재홍> 방금 영화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영화에 출연하셨어요?
◆ 남정우> 주로 아실 만한 영화는 작년에 개봉을 했던 ‘빅매치’라는 작품에 잠깐 나옵니다.
◇ 박재홍> 잠깐 나온다고 표현하셨는데요. 그러면 영화가 시작한 후에 남정우 씨의 얼굴을 언제쯤 볼 수 있나요?
◆ 남정우> 나오기는 처음부터 형사 무리들 중에 있는데요. 정확하게는 한 54분에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집니다. 그쯤에서 보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 박재홍> 원샷을 받는 시간이 54분이다.
◆ 남정우> 네, 54분대에 나옵니다.(웃음)
◇ 박재홍> 제가 꼭 챙겨보겠습니다. 더 관심을 갖게 되네요.
◆ 남정우> 감사합니다.
◇ 박재홍> (웃음) 이제 해외 진출을 하신 거네요? 지금 대만에서 촬영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신 거니까요.
◆ 남정우> 그런데 사실은 제게 해외 진출이나 할리우드 진출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박재홍> 지금 출연 중인 영화가 ‘사일런스’네요.
◆ 남정우> 네. 영화의 소재가 17세기에 일본의 해안가에서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요. 촬영지로 여수도 접촉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에는 대만에서 촬영을 하게 됐고요. 아무튼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영광이고 정말 기쁩니다.
◇ 박재홍> 꿈을 향해서 계속 지치지 않고 그 과정을 추적하셨던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나 좀 출연시켜달라, 이런 피켓을 들고 계신 거예요?
◆ 남정우> 네, 맞습니다.
◇ 박재홍> 피켓에는 뭐라고 쓰셨어요?
◆ 남정우> 처음에는 영어로 썼었어요. ‘Finding Scorsese’ 스콜세지를 찾아라. 그리고 KOREA(한국) -> NEW YORK(뉴욕) -> Taipei(대만 타이페이) 14년 동안 당신의 영화를 기다려왔다. 이렇게 썼는데요. 저는 감독님이 그걸 봐주기를 원했는데요. 감독님은 보이지 않고 촬영장으로 스탭과 차들은 왔다 갔다 하는데 아무도 봐주지를 않더라고요.
또 제가 믿었던 미국 현지 스탭들은 제게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고요. 매일 인사하면 그냥 'How are you', 'How are you' 하고 그냥 ‘말할 수 없다, 나는 그냥 스탭일 뿐이다.’는 반응이었고요. ‘스콜세지 감독 있냐,’ 그러면 ‘모른다.’ ‘촬영시작 했냐.’ ‘모른다.’ 계속 이러더라고요.
◇ 박재홍> 그랬군요.
◆ 남정우> 그런데 대만 스탭들이 제게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피켓을 중국어로 바꿨어요. 내용은 ‘제가 2001년에 침묵이라는 연극을 했고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 2년 전에 뉴욕을 갔었고. 나는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 시체나 행인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좀 나에게 기회를 달라.’ 이렇게 썼고요. 결국에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한 스탭이 엑스트라를 모집하는 사무실을 알려줘서 그곳을 한 3번 정도 찾아가서 결국에는 오디션을 봤고요. 제 연기들을 보여줬고 이틀 뒤에 연락이 와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정말 대단하시네요. 시체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 놀라운 열정과 각오가 현장 스탭을 감동시켰네요.
◆ 남정우> 그런데 사실 첫 촬영을 하고 왔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대만 와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지내왔던 시간들과 대만에서의 시간들이 생각났고요. 또 제가 시체라도 하고 싶어서 왔지만, 막상 현장을 가니까 제가 그런 역할인 걸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좀 더 많은 분량과 좀 더 카메라를 많이 받고 싶었고요. 얼굴을 비추고 싶고, 대사라도 한 마디 치고 싶은데 저는 많은 마을 주민들 중에 하나니까요. 첫 촬영을 마치니 주제 넘게 약간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면 지금 맡으신 역할이 말씀하신대로 시체 역할은 아니고요?
◆ 남정우> 시체는 아니고 살아 있습니다. 죽지는 않을 것 같아요.
◇ 박재홍> 다행이네요. 그래도 시체보다는 살아 있어서 움직이시는 게 낫죠?
◆ 남정우> 아니면 시체인데 원샷 받고 죽는 시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 박재홍> (웃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네요.
◆ 남정우> 한 번 같이 웃을까요?
◇ 박재홍> (웃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주변에서 열정이 넘치고 꿈을 향해 달려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지만, 남정우 씨 같이 그 과정 자체가 감동적인 분은 처음 뵙네요.
◆ 남정우> 그런데 제가 이곳에 와서 느꼈던 건,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하나도 없었습니다. 피켓을 만드는 것부터 번역까지 다 제 한국 친구들, 일본 친구들, 여기 대만에서 만난 분들, 시골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이 도와줬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움직이고 가서 서 있었던 것밖에 없었고요. 다 모두 도와주셔서 그렇게 됐습니다. 정말로요.
◇ 박재홍> 아마도 친구들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과정 자체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아낌없이 많은 친구들이 도움을 주셨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 남정우>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정말 좋아요. 함께 좋아할 수 있어서요.
◇ 박재홍> 예. 촬영 잘 하시고 또 영화 ‘사일런스’가 한국에 개봉됐을 때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하게 영화 보시면 좋겠습니다. 응원할게요.
◆ 남정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고 무사히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박재홍> 네, 고맙습니다.
◆ 남정우> 감사합니다.
◇ 박재홍>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선 혈혈단신으로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던진 남자, 연극배우 남정우 씨를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