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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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전태열 (성우)

1999년, 미국의 한 TV 채널에서 노란색 스폰지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TV 앞에 앉았다고 하는데요. 이름은 ‘스폰지밥’, 우리나라도 2001년에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극장에서는 ‘스폰지밥’이 3D 영화로 개봉해 화제가 되고 있죠. ‘스폰지밥’을 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특유의 웃음소리는 한 번 씩 들으셨을 거예요. 저도 웃음소리가 특이한데요. ‘스폰지밥’에 비하면 제 웃음소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웃음소리를 잠시 후에 직접 들어보죠. 이번 영화뿐 아니라 무려 14년 동안 같은 분이 ‘스폰지밥’을 연기했다고 합니다. 화제의 인터뷰, 성우 전태열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태열> 네, 안녕하세요. 성우 전태열입니다.
◇ 박재홍> 반갑습니다.
◆ 전태열> 반갑습니다.
◇ 박재홍> 14년째 ‘스폰지밥’의 목소리를 맡고 계신다고 소개했는데요. 바로 검증 들어가겠습니다. ‘스폰지밥’ 버전으로 청취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 전태열> (‘스폰지밥’ 목소리) 따하하하, 따하하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스폰지밥’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 박재홍> (웃음) 세상에. 역시 성우들의 웃음소리는 정말 다르군요.
◆ 전태열> 청취자분들이 놀라지 않으셨을까요.
◇ 박재홍> (웃음) 제가 웬만한 건 성대모사를 하거든요. 그런데 ‘스폰지밥’ 소리는 흉내도 못 내겠는데요. 안 됩니다. 염소 소리 같고요. 대단하십니다.
◆ 전태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이 ‘스폰지밥’의 목소리, 웃음소리를 14년 동안을 연기하셨어요?
◆ 전태열> 네.
◇ 박재홍> 그러면 성우는 몇 년을 하신 겁니까?
◆ 전태열> 이제 18년차 성우가 됐고요. ‘스폰지밥’을 맡은 것은 14년이 됐습니다.
◇ 박재홍> 그래도 성우 활동을 하면서 팬들이 딱 알 수 있을 대표작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 전태열> 네.
◇ 박재홍> 그리고 성우가 되기 위해서 무려 8년 동안 6번이나 시험을 봤다, 이런 말씀을 들었는데요. 사실입니까?
◆ 전태열> 맞습니다. 저는 1991년에 지금은 서울예술대학교라고 칭하고 있는 서울예술전문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했어요. 그리고 성우 공채시험이 있을 때마다 시험을 봤는데 매번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안 되는 걸까, 나는 왜 안 되지?’ 이렇게 하고 거의 포기상태로 8년째 돼서 마지막 시험을 봤을 때 그때 합격을 했어요. 1998년이었죠.
◇ 박재홍> 어떤 힘이 8년 동안 도전할 수 있게 만든 건가요?
◆ 전태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학교에서 주로 라디오 연기 쪽으로 전공하고 공부를 했었는데요.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었고, 되고 싶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리고 제가 얼핏 듣기로 개그맨 유재석 씨가 무명시절에 우리 성우 전태열 씨 집에서 매일 개그연습을 했다, 이런 제보를 받았어요. 사실입니까?
◆ 전태열> (웃음) 네, 어느 정도는 맞는 사실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 전태열> 네. 제가 유재석 씨하고 같은 과 대학동기고요. 컬투 김태균 씨하고도 과 동기예요. 그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었는데요. 아시겠지만 그때 1990년도에는 밤 12시면 모든 술집이나 영업집이 다 문을 닫아야 하는 사회였었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젊은 나이에 계속 놀고는 싶고, 그런데 놀 데는 없고요. 그래서 대부분 매일 저희 집에 와서 거의 그냥 동거하듯이 지냈어요. 당연히 어머니, 아버지도 계시고 누나도 있고 모든 식구가 있는데요.
◇ 박재홍> 식구가 있는 데도요?
◆ 전태열> 혼자 자취하는 방이 아니었고 같이 가족들이랑 사는 집이었는데 매일 그렇게 놀러왔었던 것 같아요. 같이 새벽까지 놀고요. 그러면서 그 친구들이 개그 짜는 것을 보고 옆에서 한마디 해 주고 이건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렇게 조언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오늘날의 유재석 씨가 있기까지 우리 전태열 씨의 공로가 있네요?
◆ 전태열> (웃음) 어느 정도는 밥값으로만 쳐도 있는 것 같은데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집에서 부모님도 계시고, 누나도 있는데요. (웃음) 그런데 성우들은 '무생물로 시작해서 생물로 끝난다' 이런 얘기도 들었는데요. 우리 전태열 씨의 첫 연기는 뭐였습니까?
◆ 전태열> 저도 아마 크게 벗어나지 않게 무생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그게 어떻게 되는 거냐면요. 저희가 처음 전속성우로 들어가면, 제가 EBS 공채 출신인데요. EBS는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많다 보니까 의인화된 캐릭터들이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바람이나 구름, 바위 이런 친구들이 말을 하거든요. 그래서 전속 1년차 때는 주로 바람이나 구름 이런 친구들을 하고요. 그리고 전속 2년차가 되면 그때는 동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이제 동물로 가는군요. 기억에 남는 동물 역할이.. 혹시 호랑이?
◆ 전태열> 동물 중에서 사자와 호랑이를 맡으면 아무래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요.
◇ 박재홍> (웃음) 그러면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가는 동물은 어떤 게 있습니까?
◆ 전태열> 제일 작은 동물들이죠. 다람쥐, 참새 그렇게 되면 조금 옆에서 깨갱하게 되고요. 그리고 전속 3년차가 되면 그때서야 아마 처음으로 사람 역할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 박재홍> 성우 세계도 위계질서가 아주 튼튼하네요.
◆ 전태열> (웃음) 저희 때는 그랬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IMG:3} ◇ 박재홍> 선배 아니면 어딜 함부로 호랑이를 합니까, 그렇죠? 다람쥐로 만족해야 되고 토끼하면 감사한 거고요. 그리고 우리 전태열 씨는 결혼하셨습니까?
◆ 전태열> 네, 했습니다.
◇ 박재홍> 아이들이 아빠가 ‘스폰지밥’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네요?
◆ 전태열> 물론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아이들이 학교 가면 어깨가 으쓱하겠네요. 그렇죠?
◆ 전태열> 맞습니다. 첫째는 13살인 남자 아들인데요. ‘스폰지밥’보다는 주로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이라고 해서 ‘파워레인저’ 시리즈. 이런 작품에 출연하면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다행히 ‘파워레인저’ 시리즈에 주인공 역할로 많이 활동을 해서요. 오히려 우리 아빠는 ‘스폰지밥’ 성우다라기보다는 ‘파워레인저’의 누구다, 빨간색 누구다, 파란색 누구다 이렇게 얘기하면 친구들이 우와, 이런 반응이 있는가 봐요.
◇ 박재홍> 저희 집 남자아이도 ‘파워레인저’에 중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웃음) 전태열 씨 안다고 얘기해야겠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방송을 듣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위해서요.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라고 ‘스폰지밥’ 목소리, ‘파워레인저’ 목소리로 전해 주시면 어떨까요? 부모님들이 이 시간에 딱 녹음하시면 아이들에게 힘을 발휘할 것 같아요.
◆ 전태열> 그러면 두 가지로 한번 섞어서 해 볼까요?
◇ 박재홍> 해주시죠.
◆ 전태열> 일단 시작은요. (‘스폰지밥’ 목소리) 따하하하. 얘들아, 얘들아. 나 스폰지밥처럼 매사에 열심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리고 엄마, 아빠 말씀도 잘 들어야해. (‘파워레인저’ 목소리) 아니면 내가 찾아간다. 이렇게요? (웃음)
◇ 박재홍> (웃음) 좋습니다. 갑자기 ‘파워레인저’도 나타났네요.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고요. 또 18년의 성우생활 만큼, 앞으로의 20년, 30년, 40년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전태열>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14년간 ‘스폰지밥’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분이죠. 성우 전태열 씨를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