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9(월) "'한국판 터미널' 주인공, 동족에게 총쏠수 없어서.."
2015.03.09
조회 95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일 (한국판 '터미널' 난민 도운 변호사)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 기억하십니까?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서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의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였죠. 그런데 이 영화 내용과 너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프리카인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인천국제공항에서 무려 6개월 동안 숙식을 한 청년입니다. 이 사연이 공개된 게 어제였는데요. 인터넷에서는 ‘한국판 터미널이다.’ 이런 제목으로 하루 종일 화제가 됐었는데 많은 분들이 좀 더 자세한 청년의 얘기를 궁금해 하셔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아프리카 청년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분을 전화로 모시겠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일> 안녕하세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입니다.

◇ 박재홍> 반갑습니다. 이 아프리카 청년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이 지난 2013년 11월이었는데요. 이 청년이 어떻게 하다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것인가, 이 부분을 참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십니다.

◆ 이일> 이 청년의 나라가 내전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적으로도 전쟁을 통해서 생기게 된 인권침해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는 나라였는데요. 이 난민분께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병역으로 징집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자기의 동족들에게 직접 총을 쏘거나 아니면 민간인이 직접 전쟁범죄나 인륜에 반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부대로 배치가 된 걸 알게 된 겁니다. 자신은 자기 동족들이나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는 일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입영을 거부하고 난민신청 할 곳을 찾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를 찾게 된 것인데요. 비자발급의 측면에서 우연하게 자기한테 기회가 되어서 올 수 있는 곳을 그 당시에 에이전시를 통해 찾다가 한국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피신하듯이 우리나라로 오시게 된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우리 출입국 관리당국에서는 주장의 신빙성 문제로 난민 신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요. 이 아프리카 청년이 도착해서 처음 생활했던 곳이 송환대기실. 그러니까 이곳에 한 5개월 동안 있었던 거 아닙니까? 한 6개월 가까이 지내셨던 거잖아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희는 비행기를 환승할 때도 한 서너 시간 기다리면 죽을 것 같은데...

◆ 이일> 기본적으로 어떤 간이시설 같은 곳이고요. 그다음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금시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는 거죠. 사실은 알지 못하는 10여 명의 사람들, 더 많게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해야 했고 정상적인 침구가 있어서 잠을 자거나 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고요. 매 끼니로 콜라랑 햄버거 같은 것이 지급되는 그런 문제들도 있었고요.

◇ 박재홍> 그러면 6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콜라와 햄버거만 먹고 살았던 겁니까?

◆ 이일> 그렇습니다. 콜라와 햄버거만 먹는 거고요. 출입국 공무원들이나 관리하시는 분들이 악의를 갖고 한 것은 아닐 거에요. 난민신청자들이 소송을 통해 불복하는 기간 동안에는 하루 이틀 머물러 계시가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햄버거를 먹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분처럼 한 5개월, 6개월 길어지는 시간 동안 빵하고 콜라, 치킨버거, 햄버거 이것만 먹는 건 매우 힘들었던 일이죠. 이분도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내색을 하고 다른 음식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낙관적이고 밝은 친구였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러면 5개월 동안 세탁이라든지 옷이라든지 그런 부분은 화장실을 통해서 말리거나 빨거나 했을 수도 있겠네요?

◆ 이일> 네, 그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송환대기실에서 나온 게 지난 2014년 4월이었습니다. 어떻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인가요?

◆ 이일> 송환대기실에서 구금되어서 계속 계시다가 ‘근거 없이 사람을 구금하는 것이 위법하다, 즉시 보호에서 해제하라’ 이런 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송환대기실에서 나오셔서 정말 영화 ‘터미널’에서 보셨던 것과 같은 그런 형태로 환승구역에서 돌아다니시고 그 안에서 숙식을 하고 버티셨던 거죠.

◇ 박재홍> 그래서 송환대기실에 나와서 환승구역에서 20일 넘게 머물렀고 거고요.

◆ 이일> 맞습니다. 송환대기실에서 나왔다고 해서 구금은 해지하지만 입국을 허가하라는 명령을 법원이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이 환승구역에 갑자기 가게 됐으니 모두가 당황한 거죠. 이분도 나오기는 나왔는데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밥을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줬던 햄버거 같은 식사도 잘 지급되지 않게 된 것이고요. 출입국사무소 입장에서도 한 번도 이런 선례가 없어서 어떻게 할지 잘 몰랐고, 항공사 입장에서도 송환 지시를 받은 승객들에 한해서 송환대기실에서 관리를 해야 되는 것인데 어떻게 될지 몰랐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급하게 약간의 돈이랑 침낭 같은 것들을 준비를 해서 공항에 갔어요. 그리고 항공사를 통해서 전해줬고요. 입국 여부나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불확실하고 그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침구들이라도 있어야 공항 의자에서 잘 수 있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침구를 전달하고 그 다음에 음식을 해결하면 좋겠다고 해서 돈도 200불 정도되는 적은 돈이었는데 이걸로 버티시라고 저희가 전해드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이 하루에 한 끼씩만 공항식당에서 사 드시면서 버티셨더라고요.

◇ 박재홍> 그랬군요. 변호사님이 도움을 주셨네요. 돈이랑 침낭이랑.

◆ 이일>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변호사님께 참 고맙다는 느낌을 가질 것 같은데요.

◆ 이일> 굉장히 고마워하고요. 많이 고마워하고요. 저희가 변호사 접견이라는 제도가 허용되기 전이이어서 5개월 동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화로나 이메일로만 연락할 수 있었고 사실 얼굴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로 만나고 나니 너무 반갑고 너무 고마워하고 정도 많이 들고 그랬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5개월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못 보시다가 끝내 환승구역에서 나온 거네요. 그러면 언제 밖으로 나온 겁니까?

◆ 이일> 정식적인 난민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와서 입국을 일단 허가했던 것인고요. 그다음부터는 밖에서 생활하고 있고요.

◇ 박재홍> 지금 어디에서 지내고 있어요?

◆ 이일> 지금은 장소를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서울에 있는 모처에서 지내고 있고요. 스스로 자리를 마련을 해서 난민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다리면서 숙식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박재홍> 다행이네요. 이 청년도 대단하지만 변호사님도 대단하시네요. 이 소송을 한다고 해서 큰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 6개월 동안 그냥 꾸준하게 도와주신 것 아닙니까?

◆ 이일> 네. 대단하거나 이런 건 아니고요. 저희 공익법센터 ‘어필’의 일이 그런 역할을 원래 저희 일로써 맡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 걸 원래 하던 게 더 대단한 거 아닌가요?

◆ 이일> (웃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보람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웃음) 그렇군요. 변호사님이 꼭 잘 도와주셔서 난민신청 기회를 얻게 되면 좋겠네요.

◆ 이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박재홍> 변호사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이일>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판 터미널의 주인공인 아프리카 청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변호사시죠.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