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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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0(금) [행간] 개업하려다 문전박대 당한 前 대법관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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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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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김성완 씨 안녕하세요.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 뭔가요?

◆ 김성완> 어제 법조계에서 아주 놀라운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관까지 지낸 인사에게 공개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개업하려다 문전박대 당한 전 대법관,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이 뉴스 저도 봤는데 하창우 대한변협회장이 차한성 전 대법관을 직접 찾아가서 ‘변호사 개업 신청을 철회해달라’ 이런 요구를 했다, 이런 말까지 나오는데요.

◆ 김성완> 맞습니다. 하창우 회장이 성명서를 내기 직전에 직접 만나서 설득하려고 시도를 했다고 하는데요. 차 전 대법관이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곧바로 성명을 발표를 했는데요. 변호사 개업 신청을 자진철회 해달라고 요구한 근거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대법관을 지낸 변호사가 사익을 취하는 모습보다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법조계의 건전한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여기에서 사익을 취하는 모습이라는 게 뭔지 설명되었는데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법원 상고 사건을 독점하면서 거액을 받거나 일반 변호사들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사례가 많다, 그러니 전직 대법관은 사익을 취하면서 전관예우 문제를 야기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성명서에서 밝혔습니다.

◇ 박재홍> 변협 회장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그동안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전관예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성명까지 냈다, 이렇게 봐야 되나요?

◆ 김성완> 맞습니다. 먼저 사례부터 말씀을 드리면 아마 가장 익숙한 사례일 것 같은데요. 안대희 전 대법관. 총리에 내정됐다가 스스로 사퇴한 이유 아마 아실 겁니다. 개업한 지 10개월 만에 27억원 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잖아요. 이것도 유명한 일화인데요. 이용훈 전 대법관은 퇴임한 지 5년 만에 무려 60억원을 벌여들었습니다.

◇ 박재홍> 1년에 12억 꼴이네요, 그렇죠?

◆ 김성완> 네. 평생 딸깍발이처럼 산 판사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이게 바로 다 전관예우 때문인데요. 일반 판검사도 퇴직하면 전관예우를 받는데 대법관 출신 변호사면 오죽하겠습니까? 보증수표나 다름이 없는데요. 변호인 명단에 이름만 올려도 판사들이 움찔한다고 하고요. 사건 수임도 안 하면서 이름만 빌려줘도 건당 수천만원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할 때 대법관 출신 변호인이 선임되면 기각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액 수임료를 받아 챙기는 일도 많다, 이게 이제 법조계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변협이 이런 부작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대법관까지 지낸 분은 돈보다 명예를 쫓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전 대법관들의 이름만 있어도 판사들이 움찔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얘기인데. 그런데, 변협이 변호사 개업을 막는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막을 수 있으면 그냥 막았겠죠. 그래서 변호사 개업 신청을 스스로 철회해달라, 이렇게 요구를 한 건데요. 이미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고 하고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변호사 개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써는 없다고 합니다. 차 전 대법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2000년 이후에 퇴임한 대법관이 한 30명이 넘거든요. 그런데 왜 나만, 하필 내가 퇴임해서 변호사 개업을 하려고 할 때 변협이 이런 요구를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차 전 대법관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 재단에서 이사장을 맡으려고 지금 개업 신청을 했다고 하거든요. 본인 스스로는 ‘이게 돈벌이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말씀하신 대로 특정 대법관만 꼭 집어서 변호사 개업하지 말라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 또 이런 논란도 있고. 일각에서는 앞으로는 대법관 자리를 기피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성완 씨 어떻게 보세요, 변협의 조치.

◆ 김성완>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한 사람의 이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인데요. 재작년 선관위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을 했는데. 전관예우 받고 대형로펌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편의점 사장이 됐잖아요. 가서 동네 꼬마아이한테 공짜사탕 나눠주고 1200원짜리 막걸리 200원 깎아서 1000원에 주고 이런 모습을 봐서 이게 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도 저런 사람이 한 명쯤은 또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굉장히 큰 기대도 하고 뭐 한때 존경한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가 바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사 퇴임 후에 17개월 동안 16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장관 청문회에 지적돼서 굉장히 시끌벅적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 김 전 대법관의 모습을 보면서 상도동 주민이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가 정말로 청백리인지 알 길이 없기에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합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세상의 나침반은 정의를 향해 움직인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만큼 굴절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 동네 편의점 아저씨가 있어서요.’ 그런 글까지 올렸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었죠.

◇ 박재홍> 네, 하지만 김능환 전 대법관이 그 후에 대형 로펌으로 갔다, 이런 소식이 있었어요.

◆ 김성완> 이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워했던 건데요. 저도 김 전 대법관이 편의점 아저씨가 되고 난 다음에 굉장히 놀랍기도 했었고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방송에서 얘기도 하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퇴임 후 5개월 만에 법무법인 율천 변호사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사실은 저도 좀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저는 김 전 대법관 한 사람만이라도 우리 사회의 좀 죽비 같은 존재로 남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대법관이면 우리나라 법조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 명예직이잖아요. 말 한마디나 손가락 놀림 하나로 세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는 그런 권력을 가진 위치거든요. 그만큼 최고 대우와 최고의 존경을 받습니다. 이런 혜택을 다 누린 분들이 퇴임 후에는 다시 명예가 아니라 부를 쫓는다, 이렇게 하면 이게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관피아를 우리가 많이 비판하잖아요. 그 관피아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 대법관 정도 지낸 분들이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나 이런 것들을 좀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좀 달리 얘기하면 뒷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뭔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 박재홍> 사회 고위직 인사는 그에 걸맞는 책임과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차 전 대법관이 본인 스스로도 억울할 수도 있고 또 원칙상으로 보면 막을 방법도 없는데 왜 막을려고 하냐라고 항변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 국민들이 왜 김능환 전 대법관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했을까, 존경한다고 했을까. 그의 변심을 보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을까. 이걸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게 그냥 단순히 변호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전 대법관한테 이렇게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좀 읽어서 이번에는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의지를 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박재홍> 그렇게 할 때 더욱 더 권위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이네요.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