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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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9(목) [행간] 통일대박 구호 속에 사라질지 모르는 개성공단
2015.03.19
조회 58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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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김성완 씨 나와계시죠?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 김성완> 남북한 정상이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서 신년사에서 통일을 화두로 내세웠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남북한에는 훈풍이 아니라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습니다. 통일대박 구호 속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개성공단,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그렇지 않아도 요즘 개성공단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사이에 갈등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더군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북한이 언제 다시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나올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요. 남북 모두 대화채널을 막아놓고 우리 식으로 하겠다, 이렇게 우기는 형국입니다. 엊그제였는데요.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려고 했습니다. 북측 공단 노동자 임금인상과 토지사용료 인상 문제를 논의해보자, 이런 취지인데요.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이 설명회를 보이콧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설명회가 무산이 됐습니다. 정부가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 일종의 지침을 줬기 때문인데요. 이게 이날 오전 상황이고. 오후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회를 연 건데요. 북한의 요구에 앞으로 일절 응하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을 따라달라, 이렇게 요구를 했고요. 만약에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서 처벌할 수 있다, 이런 엄포까지 했습니다. 입주기업들은 남북한 양측에 끼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우리 정부는 통일대박을 외치고 있지만, 왜 이렇게 또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 김성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기는 한데요. 남북합의사항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5월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있었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해 8월에 남북이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공단운영에 관한 사항은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서 결정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임금인상안을 통보했다, 이것이 이유인데요. 하지만 사실 이런 절차상 문제를 제외하면 뭐 북측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 박재홍>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김성완> 북측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 어느 정도의 타당한 이유도 있다는 건데요. 북측이 제시하고 있는 최저임금인상안이 5.18%입니다. 그런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사실은 매년 5%가량 임금을 인상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약간 수치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요.

◇ 박재홍> 매년 해왔던 그런 인상안이었다.

◆ 김성완> 네. 그리고 또 토지사용료, 일종의 토지세를 인상해달라, 이렇게 요구를 하고 있는 건데요. 이게 굉장히 예민한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2004년 개성공단 건설 당시에 북측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을 했었습니다. 공단 조성을 한 지 10년 뒤인 2015년부터 토지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합의를 이미 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북측이 토지사용료를 내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은 남측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거죠. 결국은 양쪽이 협의할 만한 사항이 충분히 된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통보만 안 됐어도 협의할 만한 그런 사안이었다라는 말이고.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겠군요.

◆ 김성완> 네, 그렇습니다. 이것 정도만 해결이 되면 양측이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거죠.

◇ 박재홍> 결국 남북 당국의 힘겨루기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앞서 제목을 개성공단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부정적인 말씀을 드렸거든요. 그 이유를 말씀드리는 게 오늘의 행간이 될 것 같습니다. 협의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간단한 일이 왜 이렇게 꼬여만 가는 것일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 박재홍> 첫번째는요?

◆ 김성완> 개성공단의 효용성, 효용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남북한 당국이 보는 건 아닐까, 이런 건데요. 개성공단이 처음 문 열 때 상황은 아마 다 아실 거예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흥분되어 있었고. ‘남북 화해와 평화의 옥동자다.’ 이런 표현까지 했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개성공단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남북 양측이 일종의 정치적인 협상카드로 자꾸 개성공단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겁니다. 일종의 남북한 양측의 자존심 싸움에 개성공단이,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새우등처럼 터져버리는 상황이 된 건데요. 2013년 5월 상황 같은 경우에도 공단이 폐쇄됐을 때 입주기업들이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있었거든요. 이때문에 지친 기업들이 공단을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 박재홍> 기업들이.

◆ 김성완> 그러니까 있는 기업들은 힘들어하고 양측은 계속 싸우기만 하고 이러니까 공단에 남아 있을 기업이 없으니까 자꾸 공단이 축소되는 상황이 온 거죠. 그러니까 이러다가 언젠가 공단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고요.

◇ 박재홍> 두번째는요?

◆ 김성완> 국민의 인식 속에서 개성공단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 하면 대표적인 가장 큰 화제가 됐던 먹을거리가 있었죠. 초코파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고 남북한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한다고 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남북한이 갈등을 할 때마다 그래서 어떻게든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살펴보면 남북한이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 입주기업들이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도 사회적 여론은 뭐랄까요, 무덤덤한 거 아닌가.. 아마 이렇게 가다가는 문을 닫는다고 정부가 발표를 해도 예전처럼 큰 반발여론이 일지는 않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뭘로 보시나요?

◆ 김성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 사드 배치를 절대 용인할 수 없겠죠. 남북 정상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통일대박이 됐든 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가 됐든, 뭐가 만들어지려면 서로 간의 화해, 협력을 위한 양쪽의 어떤 조치가 필요한데요. 이 사드는 북한의 핵무기를 견제한다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군사적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거라는 건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사드 배치를 할 때 우리 입장에서 북한한테 배치를 할까요, 말까요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결국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하지만 사드가 배치될 경우 남북관계는 악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남북관계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 ‘옥동자’라고 한때 표현했던 남북 개성공단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는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희생이 바로 개성공단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점에서 좀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개성공단 문제 같은 경우에는 사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남북한이 조금만 더 해결하려고 좀 의지만 가지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거든요. 너무 대치상황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박재홍> 개성공단이 남북경색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말씀이세요.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