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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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31(화) [행간] 언론사 사장의 애국주의가 위험한 이유
2015.03.31
조회 75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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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죠.

◆ 김성완> 어제 국내의 한 언론사 사옥 앞에서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을 떠올릴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사장은 물론 임직원까지 참여하는 국기게양식을 거행한 겁니다. 언론사 사장의 애국주의가 위험한 이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봤습니다, 그 사진을.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국기게양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어제 내내 화제가 됐었던 것 같아요.

◆ 김성완> 어제 기자들은 이 얘기 다 한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만큼 언론사에서 국기게양식이 열리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어제 오전 7시에 국기게양식이 있었는데요. 연합뉴스 사옥 앞에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연합인포맥스 이렇게 해서 연합뉴스 계열사 임직원들 100여 명 정도가 모여들었고요. 국기게양식이 시작이 됐습니다. 국기게양식 장면은 아마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 아실 것 같고요. 이 참석자들은 애국자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이런 순으로 행사를 함께 했고 20분 정도 만에 행사가 끝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노황 사장은 “국기게양식은 국가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 정체성과 위상을 구성원 모두가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서 사우 여러분과 함께 언제나 신속, 정확하며 불편 부당한 뉴스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박노황 사장은 현충원을 참배해서 많은 언론사 사람들한테 이름이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 박재홍> 그렇죠, 현충원을 갔죠.

◆ 김성완> 이것도 역시 언론사에 길이 남을 장면입니다. 정치인도 아닌 언론사 사장이 취임했다고 현충원을 참배하지는 않거든요. 보통.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현충원 참배도 국기게양식 만큼이나 이례적인 장면인데요. 박 사장이 지난달 25일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외행보로 현충원을 찾아간 겁니다. 현충원 같은 경우에는 정치인들이 참배하러 갈 때 어떤 장면이 연출되는지 다 상상이 되실 것 같아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손에는 흰장갑을 끼고 당대표가 앞에 서면 뒤에 정치인들이 쭉 따라가면서 수십명이 같이 쭉 걸어가는 장면. 전형적인 장면이 있잖아요.

◇ 박재홍> 그림이 나오죠.

◆ 김성완> 네. 그 장면하고 똑같은 장면이 연출이 됐습니다. 박 사장과 임직원들이 현충원을 참배했고. 박 사장은 또 방명록에 ‘신속, 정확하고 불편 부당한 뉴스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써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국기게양식도 아마 그 이후에 열겠다, 이렇게 사내에 미리 공지를 했던 것 같고요.

◇ 박재홍> 연합뉴스, 국가기간 통신사인데. 국내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 회사에서 뉴스를 공급받고 있지 않나요?

◆ 김성완> 그렇죠.

◇ 박재홍> 이런 회사의 사장이 현충원 참배와 국기게양식 거행, 어떻게 봐야 됩니까?

◆ 김성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라고 해서 국기게양식 열지 말라는 법 없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국가기간 통신사 사장이 현충원, 뭐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참배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부기관도 아니고 언론사 사장이 앞장 서서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박재홍> 왜 그런가요?

◆ 김성완> 세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 국가기간 통신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얘기고요. 아마 언론사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우리나라에 복수통신사가 있잖아요. 3개의 통신사가 있는데, 연합뉴스 위상은 좀 다릅니다. 연합뉴스에서 공급하는 기사들이 언론사에 거의 대부분 공급이 되고요. 그래서 연합뉴스가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많은 언론사한테 언론사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영향을 미칩니다.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특히 국가기간 통신사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해외에도 굉장히 많은 특파원이 나가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뉴스들, 해외의 시각들까지 전하고 있는데 그런 시각을 전하는 통신사의 사장이 지나치게 애국주의를 강조할 경우에 그건 우리의 시각 자체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회에 애국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할 만큼 정부가 앞장 서서 애국주의를 얘기하고 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에서 국기하강식 장면을 언급했잖아요. 부부싸움하던 부부가 애국가 나오니까 딱 멈추고 이제 그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그 장면인데요. 그렇게 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난 다음에 지금 경찰과 군인 제복에까지 태극기를 달겠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 박재홍> 군에서 붙이니까 또 경찰에게도 붙이겠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

◆ 김성완> 국민의 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까지 애국주의를 얘기하는 건 좀 지나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둘째 뉴스통신사 사장이 굳이 애국 얘기를 하지 않아도 한국언론은 과다하다 싶을 만큼 맹목적으로 애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건 무슨 뜻이냐면요. 국제규모대회 같은 거 열잖아요. 아시안게임이라든가 올림픽이라든가 그런 거 나가게 되면 너무 지나치게 메달 색깔에 집착한다고 할 만큼.

◇ 박재홍> 눈물을 흘리고.

◆ 김성완> 네. 그럴 만큼 우리나라 언론이 사실상 애국주의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러니까 해외 언론에서 바라볼 때 한국 언론은 지나치게 국수적이야, 라고 얘기할 만큼 너무 지나치게 애국주의를 얘기를 하거든요.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서 삼성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면 거의 맹목적으로 애플과 비교하면서 삼성 제품이 우수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광고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런 모습을 외국 언론이 바라보거나 외국사람들이 보면서 ‘한국 사람들 너무 지나쳐, 왜 언론까지 저러지?’ 라고 얘기를 한단 말이죠. 그런데 뉴스통신사, 그것도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사장이 이렇게까지 해버리면 외국 언론이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 부분이 또 걱정이 됩니다.

◇ 박재홍> 세번째 이유는 뭡니까?

◆ 김성완> 언론사가 애국주의를 강조하면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 뚝 떨어지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입니다.

◇ 박재홍> 언론의 기능이 약화된다.

◆ 김성완> 과거 역사를 보면 언론사가 애국주의나 전체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거나 국가에 어떤 논란이 생겼을 때 언론이 제대로 감시를 잘 못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같은 경우에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했잖아요. 그 2년 뒤에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즈 같은 미국의 유수 언론이 반성문을 썼습니다. 왜냐하면 '정부 말만 믿고 우리가 전쟁을 부추겼다, 너무 편향적이었다.'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는데, 사실은. 이런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이후에도 테러 문제 때문에 미국 정부가 애국주의를 강조했을 때에도 언론은 꾸준히 정부하고 얘기를 해서 일정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이렇게 해버리면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우려가 든다는 거죠. 이미 연합뉴스 내부에서 청와대를 향한 과도한 충성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니까요. 이런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좀 난감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