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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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8(수) [행간] 양승태 대법원장의 딜레마
2015.04.08
조회 53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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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행간’, 오늘은 어떤 얘기인가요?

◆ 김성완>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에 국민신뢰와 소통하는 법원을 늘 강조해 왔거든요. 그런데 양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 제청할 때는 유독 이 원칙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양승태 대법원장의 딜레마,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뭐 그렇지 않아도 어제, 지명된 지 72일 만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는데 예상대로 정치권 공방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 김성완> 그렇습니다. 굳이 정리를 하자면 공방만 뜨거웠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청문회가 그냥 열리기만 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겠습니까? 검찰과 여당은 박 후보자를 방어하기에 급급했고요. 박 후보자는 야당의 추궁을 비켜가느라 안간심을 썼습니다. 야당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부실 수사한 당사자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자진사퇴를 촉구했고요. 결국 이제 사건 담당검사로서 박 후보자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이게 이제 공방의 초점이 될 것 같은데요. 박 후보자는 떳떳하다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검찰의 본분을 저버리는 처신을 결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답변을 했고요. 오히려 “제가 정말 열심히 수사를 해서 공범이 3명이 더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말까지 했고요. 또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기억나지 않는다.” 많이 들어본 얘기죠, 이런 얘기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이대로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건가요?

◆ 김성완> 결국 예정됐던 수순으로 들어가 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그 순간부터 이미 다수당인 여당에 끌려다닐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야당이 아무리 강력하게 반대한다하더라도. 야당 인사청문 위원들이 청문회 기간을 좀 연장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이 거부를 했는데요.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6000여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걸 공개하면 검토한 뒤에 정말 수사 은폐, 축소가 있었는지 이 부분을 좀 가리겠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데. 여당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청문보고서 채택과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가 남아있게 되는데요. 아마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 채택은 좀 어려울 것 같고요. 그렇게 되면 남은 게 두 가지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느냐. 대법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본회의 표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아니면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 하거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을 철회하느냐, 이런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가 사실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만 질질 끌려나갈 가능성이 있는데요. 박 후보자는 72일이 아니라 100일이 되어도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박재홍> 오늘 ‘행간’ 제목이 양승택 대법원장의 딜레마입니다. 왜 이런 제목을 정하신 겁니까?

◆ 김성완> 양승태 대법원장이 요새 고민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요. 박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벌어지는 모든 논란의 시작이 바로 자신 때문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 위원선정과 추천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거든요. 그리고 또 박 후보자를 최종 낙점한 바로 그 당사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야당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 심지어 서울지방변호사회까지 나서서 자격미달 후보자다, 이렇게 하면서 지금 사퇴를 촉구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이제 고민이 깊어지고 딜레마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양 대법원장의 딜레마를 깊게 하는 진짜 이유가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 박재홍>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김성완> 이건 딱 일주일 전 얘기인데요. 지난 1일 시민법관 임명식 자리에서 양 대법원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종의 인사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존경과 신뢰가 따르지 못한다면 아무리 법적 전문 지식이 뛰어나다고 해도 국민들은 결코 진정한 법관으로 여기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가 법원의 생명줄과도 같다.” 이런 말을 했고요.

◇ 박재홍> 국민의 신뢰.

◆ 김성완>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과연 다른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자세를 연마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법관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압력이나 영향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불굴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말도 이제 덧붙였는데요. 사실 국민의 존경과 신뢰가 중요하다, 재판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이런 말은 양 대법관이 그동안 입이 아프도록 한 얘기입니다. 신임대법관 임명식 때마다 거의 비슷한 레파토리로 계속 얘기를 해왔거든요. 그런데 이 말이 법관, 그러니까 판사들한테만 적용이 되는 것이고 검사 출신 대법관 후보자한테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냐,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거죠.

◇ 박재홍> 그렇지는 않겠죠.

◆ 김성완> 당연히 그렇지 않겠죠. 어떻게 판사한테만 적용되고 검사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말이 통용될 수 있겠습니까? 이걸 보자면 박 후보자는 이미 국민 신뢰를 상당부분 잃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아무리 수사 축소, 은폐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부실하게 진행된 데 대한 책임까지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수사가 1차로 끝나서 그 단계에서 이미 고문경찰관이 다 드러났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1차에서도 안돼서 2차, 2차에서도 안 돼서 3차까지 갔던 수사 아니겠습니까? 그런 수사를 할 때 계속 담당 검사로 있었기 때문에 결코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점이 있고요. 당시 권력의 압력에 검찰이 굴복했다, 압력, 외압이 있었다라고 하는 얘기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박 후보자는 이 부분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안상수 당시 검사 같은 경우에도 그런 뉘앙스로 책에다 쓰기도 하고 그랬었고.

◇ 박재홍> 회고록에.

◆ 김성완> 네. 그런 면에서 사실 그런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실 시민사회단체나 법조계라든가 이런 데에서 자격미달이다, 이러면서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건데요. 양 대법원장이 추천 당사자이기도 하니까 달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거죠. 마지막으로 양 대법원장의 딜레마를 정말 깊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가지만 더 드리겠습니다. 신임대법관 임명식 때마다 양 대법원장이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말을 인용을 합니다. 그 인용하는 말 그대로 제가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사표이신 가인 김병로 선생께서 ‘법관으로서의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라.’라고 하신 추상같은 말씀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때입니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지금 박상옥 후보자가 당시의 수사를 잘했다, 못했다, 이런 차원을 떠나서 당시 수사검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정의로운 수사가 됐느냐, 안 됐느냐의 문제로 차원이 넘어가게 되면 박 후보자가 과연 자격이 있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하는 질문을 되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요. 양 대법원장이 이런 박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지명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이냐라고 하는 질문을 양 대법원장 휘하, 산하에 있는 법관들이 양 대법원장한테 물었을 때 과연 양 대법원장이 어떻게 답변할 수 있는가. 바로 여기에서 양 대법원장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