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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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강제규 (영화감독)

요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꽃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꽃할배’, ‘꽃할매’ 이런 애칭을 얻은 중장년층 배우들이 아이돌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러면, 대한민국 ‘꽃할배’ 배우와 ‘꽃할매’ 배우가 만나면 어떤 그림일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 영화 '장수상회'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대한민국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분이시죠. 강제규 감독이 봄내음 물씬 풍기는 로맨스를 들고 극장가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의 작품을 떠올리시면 좀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화제의 인터뷰, 개봉을 앞둔 영화 '장수상회'의 강제규 감독 만나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강제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반갑습니다. 새로운 영화로 돌아오셨는데요. 영화 '장수상회' 어떤 작품입니까?
◆ 강제규>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풋풋한 봄꽃 같은 영화인데요. 노년에 시작되는, 첫사랑처럼 설레고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긴 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가족들, 이웃들의 이야기도 함께 가슴 뭉클하게 그려지는 영화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지금까지 감독님하면 수백억 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액션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요. '강제규 감독의 따뜻한 가족영화?' 이렇게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강제규> 그렇죠. 사실 큰 영화들을 계속해서 하다 보니까요. 사실은 작지만 되게 울림이 큰 영화, 그러니까 거대 담론이라든지 거대 서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좀 넓게 그려봤으면 하는 그런 갈증들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이번 영화를 통해 그런 갈증들을 다 푸신 거네요?
◆ 강제규> 글쎄요. 다 풀렸는지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최선을 다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시군요. 감독님은 ‘자신의 작품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래서 특히 쉬리 때는 재미가 없어서 시사회 끝나고 한 마디도 안 하셨다, 이런 일화도 있었는데요. 이번 영화는 어땠습니까? '장수상회' 시사회 보시고요.
◆ 강제규> 이번에 사실 개봉 일정이 조금 조정되면서 후반 일정이 굉장히 빠듯했어요. 보통 영화들이 많이 하는 게, 참여한 스텝들을 대상으로 먼저 극장에서 기술 심사를 하게 되는데요. 그때 주변 사람들은 다 최종 상태에 대해서 흡족해 했었는데요. 그런데 저는 너무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웃음)
◇ 박재홍> 또 마음에 안 드셨어요?
◆ 강제규> 예. 그래서 그 다음 날 사실 언론시사가 예정돼 있었는데요. 홍보팀들을 다 불러서 ‘혹시 언론시사를 연기할 수 없느냐. 지금 믹싱상태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랬더니 다들 주변 사람들은 ‘아니, 괜찮은데요, 왜 그러세요.’ 다들 그러더라고요. 저 혼자만 또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 박재홍> 어떤 부분이 그렇게 또 마음에 안 드셨어요?
◆ 강제규> 글쎄요. 그건 전문적이고 좀 디테일한 지점인데요. 예를 들어서 음악과의 다이얼로그의 전반적인 밸런스라든지, 음악의 인, 아웃점이라든지 아니면 분명히 믹싱할 때는 확인했는데 악기들의 편성문제라든지요. 굉장히 다양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출하시니까 그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말씀이세요. 박근형 씨와 윤여정 씨가 주연배우로 나오는데요. 두 분도 무려 44년 만에 커플로 재회한 것인데요. 두 분과 작업하는 건 어떠셨어요?
◆ 강제규> 아무래도 두 분이 연기력, 경륜이나 여러 가지로 볼 때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의심을 할 수가 없죠. 그렇지만 사실은 ‘성칠’과 ‘금님’이라는 두 인물이 그동안 두 분들이 해 오셨던 역할과는 조금 다른 이면이 있는 지점들이 좀 있어서요. 어떻게 이분들이 그러한 부분들을 제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또는 그 이상을 만들어 내주실까, 이런 데에 대한 기대치도 있었지만 약간의 긴장도 좀 있었거든요.
◇ 박재홍> 예.
◆ 강제규> 그런데 사실 촬영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에게 죄송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것에 대해서 제가 좀 멋쩍더라고요. 그분들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평상시에 제가 생각했던 경험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그러니까 단순한 경험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탄생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어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 박재홍> 영화 시작 전에 있었던 우려가 촬영하면서 전혀 없어진 그런 상황이었군요.
◆ 강제규> 예.
◇ 박재홍> 영화를 찍으시다 보면 또 모든 장면에 다 애착이 가실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든가 촬영 당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강제규>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에 프롤로그 장면과 에필로그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이 결국 저희 영화 속에서 첫사랑이 시작이 되고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 귀결되는 그런 장면인데요. 제가 이 장면의 로케이션이나 헌팅을 할 때 어떤 장면보다도 아마 가장 집중해서 제가 원하는 이미지를 화면에 담기 위해서 신경 썼던 장소인 것 같아요.
특히 광선과 장소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들판의 모습, 개천의 모습, 둑방길의 느낌, 큰 아름드리나무 등등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와 요소로써 들어왔었는데요. 그런데 그 시기에 가벼운 태풍이 있었어요. 그리고 추수도 예정돼 있으니까 황금들판의 모습이 정말 언제 태풍이 와서 떨어질지 몰랐거든요. 또 시간이 지나서 추수를 해 버리면 촬영할 수가 없으니까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강제규> 제가 아무래도 그 지점을 촬영할 때 제일 노심초사하며 촬영한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웃음) 그러시군요. 실제로 영화를 딱 만드시고 개봉 날짜를 기다리는 감독님들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 강제규> 한국 영화시장의 현실로 볼 때는, 기획적으로 볼 때는 도전이라고 느껴지는 거거든요. 특별한 세대의 특별한 사랑과 주변을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어떤 아이돌이나 소위 말하는 빅스타들을 기용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요.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주저할 수 있는 그런 장르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런 '장수상회' 같은 영화들이 조금 더 자기 위치를 만들어주면, 한국영화가 좀 더 다양하게 탄생될 수 있는 환경에 기여하지 않겠나, 이렇게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 지점도 있습니다. 그런 흥행의 짐이 컸더라면 아마 이 영화를 선택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군요.
◆ 강제규> 물론 많은 관객들이 봐주면 좋겠지만, 이 영화는 만든 것으로 충분히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고요.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이나 사랑의 가치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반추해보는 영화가 꼭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설레는 중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일단 '장수상회'가 어떻게 흥행될지 저희가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감독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강제규>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개봉을 앞둔 영화죠. 영화 '장수상회'의 강제규 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