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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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이맘때가 되면 축제의 불을 밝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이죠. 부산국제영화제가 내일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제가 매회 한 번도 빠짐없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해 드려왔었지만, 올해는 좀 더 특별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스무살, 성인이 됐기때문입니다. 축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그 현장, 부산은 어떤 모습일까요? 가보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이용관>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벌써 스무살이 됐네요.
◆ 이용관> 그러네요.
◇ 김현정> 부산영화제는 어떻게 2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요?
◆ 이용관> 시민의 힘, 관객의 힘, 한국 영화인들의 힘, 아시아 영화인들의 힘, 이런 것들이 하나가 돼서 문화 갈증을 느끼시는 분들한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제일 중요한 건 관객의 힘이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이용관> 그렇습니다.
◇ 김현정> 분위기는 지금 어때요? 이미 술렁술렁거리죠?
◆ 이용관> 이미 예매가 다 끝난 상태라서 저희가 좀 당황하고 있고요.
◇ 김현정> 올해는 개막작이 얼마 만에 매진이 됐습니까?
◆ 이용관> 1분 31초였던가요. (웃음)
◇ 김현정> 대단하네요. 1분 31초. 거의 최단 기록은 아닌가요?
◆ 이용관> 거의 그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개막작 얘기가 나온 김에 어떤 작품이 이번에 선정됐죠?
◆ 이용관> 인도의 작품이고요. 인도 영화의 최근 경향을 이끈다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선정을 했고요. 폐막작 역시 저희가 이번에 아시아 영화를 발굴한다는 의미에서나 새로운 경향을 보여드리고, 그러면서도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고자 선정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사실 사람도 스무살 생일이 되면 성인식이라고 해서 선물도 주고 장미도 주고 향수도 주잖아요. (웃음) 부산영화제도 스무살인데, 올해 조금 더 특별하게 준비하신 게 있습니까?
◆ 이용관> (웃음) 20년을 사랑해 주신 팬들에게 질적인 서비스를 하자는 측면에서 고민을 좀 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영화100’ 이라고해서 세계의 유명한 평론가, 감독, 영화인들에게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작품 100편을 선정했습니다. 그중 10편을 이번 영화제에 상영을 하거든요. 한국영화 1편도 들어 있는데 김기영의 하녀입니다.
◇ 김현정> 김기영 감독의 하녀라는 그 유명한 작품이군요. 1위는 뭔가요?
◆ 이용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3위까지 알려주시죠.
◆ 이용관> 그리고, 잘 아시는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감독의 영화이고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같은 경우는 리마스터링으로 최근작이어서 이채롭고요. 또 인도 필리핀 영화도 있습니다.
◇ 김현정> 정말 내실을 기하셨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영화들 10편을 엄선하고 엄선하고 엄선해서 여러분들께 선보이는군요. 부산국제영화제엔 매해 특별한 손님들이 오십니다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분들이 오시나요?
◆ 이용관> 예. 어느 정도 화려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오시는 나타샤 킨스키는 감독 겸 배우로 80년대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 다 아실텐데요. 책받침 세대죠?
◇ 김현정> 책받침. (웃음)
◆ 이용관> 또 폐막식엔 소피 마르소 배우가 옵니다. 또 역시 80년대, 90년대 책받침 세대들에게 사랑받았던. (웃음)
◇ 김현정> (웃음) 책받침 여왕이었죠.
◆ 이용관> 여왕이죠. 또 탕웨이도 오시고요. 10일 내내 즐거우실 겁니다.
◇ 김현정> 사실 스무해를 돌이켜 보면 힘든 때도 있었어요. 늘 좋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다룬 영화죠.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을 하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해 버리는 이때 좀 속앓이 좀 하셨죠?
◆ 이용관> 좀 많이 했고요. 당황을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이렇게 연이어서 그랬는지 고민을 해 봤는데 그건 그거고요. 저희들이 일단 영화제 계획대로 주최를 해야 되니까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죠. 시에서도 우리를 많이 도와주시고 특히 영화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셔서 상당 부분을 복구할 수 있었고요. 큰 어려움 없이 영화제를 치르게 됐습니다.
◇ 김현정> 사실 그때 논란이 막 됐을 때 다이빙벨은 논란이 되니까 내려버리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아니다, 우리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선정을 했는데 내릴 이유가 없다 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이셨어요.
◆ 이용관> 저희들은 여태까지 이런 영화를 틀겠다고 약속한 것을 내려 본 적은 없거든요. 그것을 내리게 될 경우에는 관객들로부터, 영화인들로부터 신뢰감을 잃기 때문에, 그런 신뢰감을 잃는 영화제가 살아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희들 입장에서 이해해 주십사하는 간곡한 부탁이었죠.
◇ 김현정> 그래요. 그나저나 올해부터는 배우 강수연 씨가 우리 이용관 집행위원장하고 같이 공동위원장을 맡으셨어요.
◆ 이용관> 네.
◇ 김현정> 바로 오케이를 하시던가요?
◆ 이용관> 아니요. 사실은 제가 몇 년부터 구애를 했고요. 6년 만의 구애 끝에 수락을 하신 겁니다.
◇ 김현정> 세상에, 세상에 6년을 졸라서 따라다녀서 모셔온 거군요, 어렵게.
◆ 이용관>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셔서 고맙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떻게 조르셨어요?
◆ 이용관> 만나기만 하면 해달라, 술마실 때는 특히 못살게 굴고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결정적으로 어디에 마음이 동하신 겁니까? 강수연 씨가.
◆ 이용관> 어느 때보다도 영화제가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거절하기가 굉장히 힘드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부산국제영화제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 이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던 거네요. 그런데 평생 배우만 하던 분이 행정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이용관> 오히려, 강수연씨가 일 하실 때 저희보다 더 앞서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하게됐고요. 어려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강수연 씨가 사무실에 칠판까지 설치해 두고 열심히 하셨다 이런 얘기도 들었는데요.
◆ 이용관> 네. 강수연씨랑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대단히 즐겁고 유쾌하게 일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겁을 내는 게 모르는 걸 하나하나 스태프들에게 물어보고 배우시다보니까 강수연씨 덕분에 긴장감도 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R나저나 위원장님 지금 청취자 문자도 들어오는데요. 부산영화제에 까는 레드카펫은, 매년 같은 레드카펫인가요? 아니면 매년 새로 구입하십니까? (웃음)
◆ 이용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웃음) 그것까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늘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노력하는 건 사실입니다.
◇ 김현정> 레드카펫과 관련된 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이 있으세요?
◆ 이용관> 많죠. 고의적으로 카메라 시선을 많이 받으려고 저희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던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다 저희 영화제에 참석해주신 분들이니까, 감사하죠.
◇ 김현정> 그렇군요. 끝으로 지금 방송을 들으면서 이미 마음은 부산으로 향하고 계신 많은 분들을 위해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 주시죠.
◆ 이용관> 저희들은 이제 성장통도 앓은 청년기, 사춘기를 벗어나서 성인을 맞이하는 준비 의식을 끝냈습니다. 만약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신다면 노력을 하겠습니다. 늘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되게 도와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 꼭 지켜주시고요. 올해 부산영화제, 부산의 밤도 아름답게 만들어주십시오.
◆ 이용관> 네.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용관>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부산국제영화제 내일 개막을 합니다. 개막을 앞두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