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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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0(화) 65년만의 이산가족 상봉 앞둔 채희양씨 인터뷰
2015.10.20
조회 116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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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채희양 (65년만에 이산가족 상봉)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오늘 만납니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단, 지금 속초에 집결해서 잠시 후면 금강산을 향해 떠나는데요. 그분들 가운데 한 분을 지금부터 직접 연결해 보죠. 65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러 가시는 분입니다. 채희양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채 선생님, 나와계세요?

◆ 채희양> 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지금 버스에 오를 준비들 하고 계시는 거죠?

◆ 채희양> 네.

◇ 김현정> 상봉단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채희양> 전부다 들뜨고 뭐 대단합니다.

◇ 김현정> 들뜨고. 서로서로 만나면 무슨 얘기하세요?

◆ 채희양> 어떻게 헤어지셨었나, 어떤 가족 만나러 오셨나 궁금해하고 서로가 그랬죠.

◇ 김현정> 서로. 당신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서로서로 얘기주고 받고.

◆ 채희양> 네. 누구 만나러 갑니까, 서로 묻고.

◇ 김현정> 동병상련이시니까요. 어떻게 밤잠은 잘 주무셨어요?

◆ 채희양> 밤잠 못 잤습니다.

◇ 김현정> 못 주무셨어요, 왜 못 주무셨습니까?

◆ 채희양> 아버지를 만난다는 그 생각으로 잠이 안 왔습니다.

◇ 김현정> 상봉단으로 결정되고 속초에 모이기까지 내내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 채희양> 날짜가 언제나 오나 싶어서 기다렸는데... 벌써 오늘이 왔네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만나는 분이 아버지신 거죠?

◆ 채희양> 네, 아버지죠.

◇ 김현정> 몇 살에 어떻게 헤이지셨어요?

◆ 채희양> 제가 첫 돌 지내고 음력으로 5월 초열흘날이 제 생일인데 그 다음달 헤어졌죠.

◇ 김현정> 그러니까 원래 북에 사시는 분이세요?

◆ 채희양> 경북 문경 산양면 절리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문경에 가족들이 함께 사시고 계셨는데 전쟁통에 나가신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신 거네요, 말하자면.

◆ 채희양> 그렇죠, 행방불명이 되셨죠.

◇ 김현정> 그러면 북으로 가계시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채희양> 90년도인가 91년도인가 전 국회의장인 채문식 씨가 저의 외삼촌 되는 아저씨됩니다. 아버지하고는 열촌 관계고. 남북회의차 가셔가지고 그때 아버지하고 상봉하셨답니다.

◇ 김현정> 먼 친척분 한 분이 북에 가시는 길에 생사를 확인하신거네요.

◆ 채희양> 네. 직접 부탁도 못 드려서, 뉴스에 나오는걸 보고 그래서 알았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만나면, 아버지 어떻게 북에 가게 되셨냐고, 이것부터 여쭈셔야 되겠네요.

◆ 채희양> 아니죠. 저는 제 첫마디가 ‘아버지’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은 것뿐입니다.

◇ 김현정> ‘아버지’ 하고.

◆ 채희양> 네, 제가 65년 동안 ‘아버지’ 소리 한 번 못해 봤으니까, 아버지라고 크게 한번 외쳐보고 싶은 그 마음 뿐입니다.

◇ 김현정> 크게 한번 외치고 꽉 끌어안아드리고 싶은 그 마음. 아버지 얼굴도 전혀 기억이 안 나시겠어요, 첫 돌 겨우 지나서 헤어지셨으니까.

◆ 채희양> 아버지 기억은 없죠.

◇ 김현정> 사진이라도 가지고 계세요?

◆ 채희양> 사진은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60년이 넘는 세월, 어머님은 아버지 대해 어떤 얘기를 해 주시던가요?

◆ 채희양> 저희 어머니가 원체 성품이 강하다 보니까 재혼도 안 하시고 이제까지 저 하나만 키우셨어요. 제가 무녀독남이거든요. 저 하나만 바라보고, 저희 할머니가 98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3대가 같은 한 이불 속에서 제가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같이 자고 그랬거든요.

◇ 김현정> 한 방에서, 단칸방에서.

◆ 채희양> 네.

◇ 김현정> 첫 돌 지나자마자 남편이 사라졌는데, 시어머니를 수발하고. 혹시 그 어머님 지금 옆에 계세요?

◆ 채희양> 네, 옆에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머님 한번만 잠깐만 바꿔주세요.

◆ 어머니> 여보세요?

◇ 김현정> 어머니 안녕하세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어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어머니> 88살입니다. 그쪽에 간 사람은 89세

◇ 김현정> 지금 건강은 괜찮으세요?

◆ 어머니> 건강은, 만날 머리만 자꾸 골이 띵해서... 그리고 약도 먹고 그렇게 지내요.

◇ 김현정> 이제 곧 남편분 만나게 되시는데, 65년 만에. 기분이 어떠세요, 할머니.

◆ 어머니> 기분 좋은 거, 나쁜 거 그건 모르고 이래 왔어요. 따라온다고 따라왔지, 뭐.

◇ 김현정> 우리 어머님은 아직 실감이 안 나시나 봐요. 얘기 나누다 보니까, 아직도 남편을 65년 만에 ‘내가 만나는 거야, 뭐야.’ 실감이 안 나시는 것 같아요.

◆ 채희양> 어머니가 지금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지금도 반신반의하세요. 어머니, 그간 어떻게 살아오셨어요. 어떻게.

◆ 어머니> 다 얘기 못하죠. 그날 그날 지내왔어요.

◇ 김현정> 농사 지으셨어요? 어떻게 아들 먹여살리셨어요?

◆ 어머니> 촌에는 할 게 뭐 있어요. 맨날 명주 짜고 팔아가지고 식량이라고 사고, 영 벙벙히 지내고 아이 하나 있는 거 공부도 못 시키고 그렇게 참 지내나왔어요.

◇ 김현정> 시골이니까 명주 짜서 그걸로 근근이 풀칠하고 사셨다, 이런 말씀이세요. 어머님, 남편 얼굴 보면 알아보실까요, 첫 눈에?

◆ 어머니> 하도 오래돼서 알아볼듯, 못 알아볼 듯 그럴 것 같아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김현정> 어머님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꼭 새색시 같으세요.

◆ 어머니> 새색시 같이...(웃음) 새색시 같이 봐주려나 모르겠네요.

◇ 김현정> (웃음) 남편 65년 만에 얼굴 보시면 무슨 얘기 제일 먼저 하고 싶으세요?

◆ 어머니> 오래되도록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죠. 그 얘기밖에 없어요.

◇ 김현정>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오래도록.

◆ 어머니> 네.

◇ 김현정> 어머니 건강하게 잘 다녀오셔야 됩니다.

◆ 어머니> 고맙습니다. 북측에 고맙기는 말도 못 합니다.

◇ 김현정> 어머니 고맙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어머님.

◆ 어머니> 고맙습니다.

◇ 김현정> 채 선생님. 언제 제일 아버지가 보고 싶으시던가요?

◆ 채희양> 결혼할 적에 제일 보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결혼할 때, 장가갈 때.

◆ 채희양> 장가갈 적에.

◇ 김현정> 왜 그렇게 그때 아버지가 보고 싶으셨어요?

◆ 채희양> 아버지 안 계셔서 인사할 때 그때가 제일... 기쁜 날, 즐거운 날 제일 슬펐죠.

◇ 김현정> 세상에세 제일 즐거워야 하는 날 제일 슬프셨어요.

◆ 채희양> 네.

◇ 김현정> 아버지 하고 부르시면 아버지가 뭐라고 대답하실까요?

◆ 채희양> 모르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선물은 뭐 준비하셨어요?

◆ 채희양> 쌀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쌀을 준비하셨어요? 한 가마니 준비하셨어요?

◆ 채희양> 소량밖에 안 된다고 해서... 제가 첫 농사를 지은 걸로 햅쌀을 한 5kg 정도 가져갑니다. 가서 제가 직접 밥은 못 지어 드리지만 북쪽에 가시더라도 그 쌀을 가지고 내가 농사지은 걸 잡숴보시라고. 제 나름대로 그 선물이 저에게는 제일 좋은 것 같아서 이것밖에 준비 안 했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손수 재배한 햅쌀로, 직접 진지까지 지어드리면 더 좋으실 텐데.

◆ 채희양> 그러게 말이에요.

◇ 김현정> 그 생각하면서 쌀 준비하셨군요.

◆ 채희양> 네.

◇ 김현정> 채희양 선생님, 아버님 만나면, 그 햅쌀을 드리면서 꼭 좀 안아드리시고요.

◆ 채희양> 그렇게 하죠.

◇ 김현정> 짧지만 좋은 시간 가지고 잘 다녀오십시오.

◆ 채희양>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제 얼른 버스 타고 가실 준비 하시고요.

◆ 채희양> 네, 지금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채희양>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북에 사는 아버지를 지금 만나러 가는 분이세요. 채희양 씨, 속초 현장 연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