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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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6(목) "이미 10년 앞서가는 송유근, 서두를 필요 없었다"
2015.11.26
조회 117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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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천재소년이라고 불리면서 어렸을 적부터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아온 송유근 군. 올해 열일곱의 나이로 우리나라 최연소 박사가 된다고 해서 지난주 내내 떠들썩했죠. 그런데 송 군이 최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애초에 송 군이 논문을 실었던 저널은 에스트로피지컬 저널(astrophysical journal). 즉 국제적인 천체물리학 학술지였는데요. 이 학술지 측이 다시 조사를 해보니까 송 군의 이번 논문이 송 군 지도 교수의 2002년도 논문과 80%가 일치하는데 인용표기를 안했다, 이런 겁니다. 자. 어떻게 된 걸까요?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계의 입장, 들어보죠.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남순건 교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남 교수님 안녕하세요.

◆ 남순건>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남 교수님도 송 군의 논문이 표절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 남순건> 네. 이 논문을 학술지에서 표절이라는 이유로 철회를 시킨 후에 제가 그 두 논문을 한 번 비교해 봤습니다. 보니까 상당 부분이 중복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 나온 논문이 게재논문이 아니고 프로시딩(proceeding)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학술지측에서 표절의 대상이 됐다고 보는 논문이 정식논문이 아니고 발표 자료 형태의 문건, 프로시딩(proceeding) 이었다, 이런 거죠?

◆ 남순건> 네, 프로시딩이었기 때문에 다시 발표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그것이 중복이 되었기 때문에 거기서 문제를 삼아서 철회를 시킨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프로시딩이라는 부분, 송유근 군의 지도교수이자 이 논문, 이번 논문의 제2저자인 박석재 교수는 이렇게 말씀하세요. '지금 표절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하는 그 논문은 정식 논문이 아니고 학회 발표형태 자료였는데. 그것을 인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용표시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주장인데요?

◆ 남순건>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것을 인용을 했었어야 하는 게 맞고요.

◇ 김현정> 표기를 했어야 한다?

◆ 남순건> 오히려 쉽게 접하지 않는 것은 그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더 옳다고 대부분의 학술지에서 그렇게 권고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인용표기를 안 한 것만 문제입니까, 아니면 인용표기를 했다 치더라도 표절입니까?

◆ 남순건>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인용표기를 했다고 하면 그 원 논문을, 프로시딩을 찾아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복성이 더 빨리 드러났을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학술지에 게재 허가가 안 났을 거라고 저는 생각할 정도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용표시만 다 한다고 해서 이게 표절이 아닌 게 아니라는 말씀. 그럼 내용이 몇 퍼센트 이상이 비슷하면 표절인가요?

◆ 남순건> 그 내용에 있어서 독창성이 많이 보이고 그 다음에 내용에서의 표현방법에 있어서 새로운 방식이 있다든지 그래야 되는데 생각보다는 좀 많은 부분이 중복이 돼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김현정> 몇 퍼센트나 지금 중복이 됐다고 보십니까?

◆ 남순건> 대체로 절반이상은 중복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보통은 50% 넘게 일치하면 논문으로써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이세요?

◆ 남순건> 대체로는 그것보다 더 적어도, 요새는 어떤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중복여부를 확인하는 그런 과정들을 다 거치게 되어 있고요. 그럴 경우에 이제 일정 부분 이상 되면 허가를 안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어제 지도교수인 박석재 교수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뭐라고 했냐하면 인용표기를 안 한 게 문제지, 내용자체는 문제가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시더라고요?

◆ 남순건> 그 내용이 이제 상당 부분 중복이 되어 있고요. 한 수식 하나가 새롭게 표현된 것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흐름이나 내용이나 표현이나 이런 것이 많이 중복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그 판단은 물론 지도교수님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실 수 있겠지만 중복이 많이 보이긴 합니다.

◇ 김현정> 설사 상당부분 중복됐다고 하더라도 핵심인 부분, 그 수식, 이름이 좀 어렵습니다. ‘편미분방정식’이라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핵심이 다르면 다른 논문 아니냐,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학계에서는 보시나요?

◆ 남순건> 그 학술지에서 이것은 게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저도 거기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학술지에서 판단을 해서 표절판정을 내린 게 아니겠느냐 이런 말씀이세요.?

◆ 남순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박 교수, 지도교수인 박 교수는 또 어제 뭐라고 말씀을 하셨냐면 '이 논문의 핵심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모르는데. 이 전문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20여 명밖에 없다' 따라서 저널측도 얼마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남순건> 많은 논문들이 사실 전 세계에 전문가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흐름이나 이런 것은 사람들이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편집위원들이 그러한 내용을 감안해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논문에) 담긴 깊은 뜻도 있지만 이게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내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봤을 때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 같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논문을 내기 전에 학계에서 또 학술대회, 워크숍 이런 데서 발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검증을 거치는 게 보통 상례인데.

◇ 김현정> 보통 그래요?

◆ 남순건> 그런 데에서의 검증과정을 덜 거치고 좀 고립된 상태에서 된 연구가 아닌지 그런 우려를 좀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논문이라는 게 학술지 저널에 실리기 전에는 여러 사람들이 토론하고 검증하고 공개해서 얘기하는 이런 과정이 있는 거군요.

◆ 남순건>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워크숍도 다니고 학술회의도 다니고 많은 박사과정생들도 그런 데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요. 피드백을 받고 하는 겁니다. 이러한 것은 노벨상을 나중에 받는 사람들도 대학원 과정에서 대부분 다 겪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한 번에 저널에 바로 실린 케이스인가요?

◆ 남순건> 그 전에 선행연구가, 그 지도교수님이 하신 것이 있기 때문에 그거에 기반으로 해서 했기 때문에. 그 분야가 비교적 좁은 분야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이런 거친 것들이 다듬어지는 것이 보통의 상례입니다.

◇ 김현정> 남 교수님, 그런데 에스트로피지컬 저널(astrophysical journal) 이라는 천체물리학 저널이 권위가 있는 저널이죠?

◆ 남순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논문이 처음에는 이 저널의 심사를 통과했었거든요. 처음에는 그럼 어떻게 통과했을까요?

◆ 남순건> 보통 저희가 심사를 하게 되면 뒤에 있는 참고문헌들을 확인을 하고 그것과 얼만큼 중복성이 있는가 보는데, 논문에 참고문헌에 빠져 있고 이게 학술지에 실려 있던 것이 아니라 프로시딩에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놓칠 수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지도교수 측에서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하도 항의메일을 보내니까 아마 저널 측에서 부담을 가지고 이 심사내용을 번복한 것이 아닌가 이런 추측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까?

◆ 남순건> 보통 학술지에서는 그런 네티즌의 의견보다는 철저하게 학문적인 가치로써, 보통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이고요. 이번에도 많은 경험이 있는 에스트로피지컬 저널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추측이지만. 이 경우에는 보통의 논문과는 달리 언론에도 많이 노출이 되는 그런 과정이 있었고 상당히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전혀 배제는 안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는데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남순건 교수를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천재라고까지 불리던 참 재능이 있는 소년인데 이번 일 때문에 상당히 곤란을 겪게 됐어요. 학자로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남순건> 그렇죠. 사실 이만한 나이에 이만큼의 성과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과학에 대해서 오랫동안 이 학생이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그리고 이제 과학을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좌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거든요.

◇ 김현정> 좌절... 네.

◆ 남순건> 그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성공하지 못해서 발표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사실은 책상 서랍 속에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빙산 같은 거죠. 이 학생이 큰 틀에서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여서 앞으로도 조금 더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 김현정> 어차피 송유근 학생이 어리기 때문에 지도교수님이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신경써주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는데요?

◆ 남순건> 네. 그런데 또 원체 재능있는 학생이니까 의욕이 앞설 수도 있고요. 또 다른 것은 이제 대학원 과정이라는 것이 연한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그 연한을 너무 오래 20년씩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한에 또 맞춰야 되는 면도 있고 여러 가지 고려를 하셨을 것입니다.

◇ 김현정> 조금 더 천천히 봤었어야 한다, 이런 아쉬움은 있다는 말씀..

◆ 남순건>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제 생각에는.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것부터 좀 더 천천히 했어도. 다른 사람보다 10년 앞서 있는 상태니까요.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여서 오늘 좀 문제제기하는 과학계에서는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시는가 짚어봤습니다. 남순건 교수님, 고맙습니다.

◆ 남순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남순건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