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5(수) 마흔 아홉 강수진 "울퉁불퉁 내 발은 피카소 작품"
2015.11.25
조회 112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수진 (발레리나)



물 위에 백조가 우아한 모습으로 떠 있기 위해서 물 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장구를 치고 있어야 한다죠. 발레리나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백조보다 우아한 춤으로 우리를 매혹시키던 발레리나 강수진 씨, 발레리나로서는 유례 없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던 강수진 씨가 은퇴를 합니다. 얼마 전에 고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마친 발레리나 강수진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강수진 씨, 안녕하세요?

◆ 강수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국에서의 마지막 무대 마치고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 강수진> 바쁘죠. 그 다음 날 바로 9시에 사무실로 직행. (웃음) 예술감독으로서 당연히 일을 해야 되니까요.

◇ 김현정> 아니 저는 조금 여유가 생기셨겠어요, 이 다음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요. (웃음)

◆ 강수진> (웃음) 아니요, 여유 없어요.

◇ 김현정> (웃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은퇴를 선언하시면서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거는 무슨 의미일까요?

◆ 강수진> 저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할 수 있을텐데' 생각하실텐데. 하지만 늘 저는 어느 작품이든지 좋은 추억으로 끝내는 게 저에 대한 리스펙트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은퇴 선언 한 것에 저는 후회가 없어요. 이제 정말 발레를 그만둬도 돼요. (웃음)

{IMG:1}◇ 김현정> 더 할 수는 있지만 가장 아름다울 때, 내가 나를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물러서는 게 좋겠단 말씀이시네요. 사실은 여성 나이를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되지만 이미 많이들 아시니까 (웃음) 제가 편하게 질문 드릴게요. 올해 어떻게 되시죠?

◆ 강수진> 67년생. 이제 한국 나이면 내년이면 거의 50줄이에요.

◇ 김현정> 우리 강수진 씨는 발레슈즈를 처음 신으신 게 몇 살 때인가요?

◆ 강수진> 저는 늦게 신었어요. 왜냐하면 한국무용하다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을 했으니까요.

◇ 김현정> 14살 때부터 지금 이제 49까지 가장 잊지 못할 인생의 무대라면 하나 꼽는다면 어떤 무대를 꼽으세요?

◆ 강수진> 모든 무대들이 저한테는 정말 잊지 못할 무대들이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했던 무대나, 비엔나 오페라, 이런... 제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좋아해 줬을 때.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 올라갈 때 굉장히 긴장을 하거든요.

◇ 김현정> 강수진 씨 같은 대가도 긴장을 하세요?

◆ 강수진> 긴장은 항상 해요. 왜냐하면 라이브무대이기 때문에 아무리 연습을 거치고 거치고 했어도, 그날에 무슨 뭐 때문에 실수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결과가 잘 나오면 그날 공연에 너무 감사드리고 하죠.

◇ 김현정> 제가 이 얘기하시니까 언뜻 떠오르는 게, 그 유명한 강수진 씨의 발 사진. 우리 청취자들 많이 기억하실 거예요.

◆ 강수진> 저의 피카소 (웃음)

◇ 김현정> 울퉁불퉁한 발. 마치 축구 선수 박지성 선수의 발 사진하고도 비슷한. 대체 하루에 몇 시간을 연습하면 발이 그렇게 됩니까?

◆ 강수진> 저한텐 24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해야 할 운동이 있고 그리고 또 극장 가서 또 단원들하고 연습 시작하면서부터, 공연까지... 공연이 보통 끝나면 집에 오는 시간이 11시, 11시 반인데. 사람은 또 먹고 살아야 되니까, (웃음) 먹는 시간 빼고, 몇 시간 잘 수 있으면 자는데. 그런 시간 빼다 보면 하루가 24시간이 부족하죠.

◇ 김현정> 토슈즈라고 하죠, 발레리나들이 신는 슈즈. 슈즈도 금방금방 닳겠어요?

◆ 강수진> 네, 하루에 보통 네다섯 켤레는 거뜬히 부러졌어요.

◇ 김현정> 하루에요?

◆ 강수진> 왜냐하면 아침부터 신고, 그리고 리허설이 많다 보면. 또 작품이 또 다르면 다 다르고. 제 토슈즈가 잘 부러지는 거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우아한 모습만 보는 우리 일반 관객들은, 저분은 늘 우아하게 커피 마시고 우아하게 뭔가 즐기고 우아하게 무대에서 춤추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뒤에는 강수진씨의 열정, 오로지 발레만 생각하는 그런 열정이 있었던 거네요.

◆ 강수진> 네, 그렇죠.

◇ 김현정> 멋있습니다. 멋있어요. 지금은 발 좀 나아지셨어요? 예뻐졌어요, 발이?

◆ 강수진> 예뻐지지는 않아요. (웃음) 겨울에는 괜찮아요. 왜냐하면 부츠나 가려져 있는 걸 신으니까. 그런데 여름이 힘든 게, 바깥에 나가서 보통 사람처럼 샌들 좀 신었으면 하는데 그거를 못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웃음)

◇ 김현정> 강수진 씨, 저는 강수진 씨의 그 발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웃음)

◆ 강수진>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발레리나 강수진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 발레하면 낯설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거든요. 선뜻 발레 공연장에 못 가고 이런 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 강수진> 우선 발레는 그렇게 고급스럽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먼 예술은 아니에요.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관객의 눈이 360도 많이 달라졌고 대중화 돼있어요.

◇ 김현정> 그래도 가요나 뮤지컬 공연 같은 건 편하게 즐기러 가는 기분인데, 왠지 발레공연장은 정장을 쫙 빼입고 럭셔리하게 입고 가야 할 것 같은 부담감, 이런 게 있어요. (웃음)

◆ 강수진>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게 우선이고. 꼭 쫙 빼입고 이렇게 안 하셔도 돼요. (웃음) 입고 싶다 그러면 입고 싶은 그대로 입고 오시면 돼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 김현정> (웃음) 좋은 거 하나 배웠습니다. 발레 보러 간다고 해서 뭘 꾸미고 이렇게 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버려야 겠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까 강수진 씨의 은퇴가 결코 은퇴가 아니네요. 아직도 우리 발레계를 위해서 하실 일이 많으세요.

◆ 강수진> 네, 되도록이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하고 싶어요. 많이 주고 싶어요.

◇ 김현정> 발레리나로서는, 마지막 남은 외국 무대까지 딱 끝내고 나면, 제일 먼저 누려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세요?

◆ 강수진> 하루에 7시간 좀 자고 싶어요. (웃음) 지금도 못 자서 굉장히 고생 중인데. 한 번이라도 쭉 깨어나지 않고 한 번 자고 싶어요.

◇ 김현정> 세상에. 여러분,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리나의 꿈이 7시간 자는 것. 이 정도 노력이 있어야 그 정도 되는 거군요, 강수진 씨. (웃음)

◆ 강수진> 다른 분들도 다 노력하면서 살아요. (웃음)

◇ 김현정> 7시간 자는 그 자유, 일단 마음껏 누리시고요. 그 이후의 강수진, 새로운 예술감독으로서의 강수진의 행보도 저희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 강수진>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강수진 씨 오늘 고맙습니다.

◆ 강수진>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은퇴하는 발레리나 강수진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