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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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7(월) "줄다리기 인간문화재를 아십니까"
2015.12.07
조회 79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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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자동 (기지시 줄다리기 예능보유자)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뉴스.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이렇게 응원하면서, (웃음) 손바닥 까져가면서 했던 그 줄다리기가 유네스코에 등재가 됐다니까 참 기쁘고도 신기하고 그랬는데요. 더 신기한 것은, 마치 판소리 인간문화재처럼 줄다리기 인간문화재가 계셨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줄다리기 인간문화재 구자동 선생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구 선생님, 안녕하세요.

◆ 구자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기쁘셨어요?

◆ 구자동> 참 반세기 동안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 김현정> 이 줄다리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겁니까?

◆ 구자동> 아니죠. 줄다리기는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서 농경문화의 의식의 일종이거든요.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동남아, 중국, 일본 이런 지역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죠.

◇ 김현정> 조금 전에, 농경문화가 있는 지역에서 의미가 있는 의식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구자동> 줄을 만드는 데 재료를 볏짚으로 하기도 하고요, 또 농촌 사회의 어려운 일을 힘을 합쳐가면서 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 김현정> 줄다리기 인간문화재라고 하시면 힘이 세서 줄다리기를 잘하는 분, 이런 뜻입니까? (웃음)

◆ 구자동> 아니에요. (웃음) 줄다리기 전 과정의 단계가 있어요. 그 단계에 다 만능이 돼야 예능보유자라고 국가에서 인정을 해 주죠.

◇ 김현정> 말하자면 줄다리기 박사님. 이렇게 되는 거군요.

◆ 구자동> (웃음) 그렇다고 봐야죠.

◇ 김현정> 그런데 아리랑도 지역마다 다 다른 아리랑이 있듯이 줄다리기도 그렇다면서요?

◆ 구자동> 맞아요. 방식이 다 달라요.

◇ 김현정> 우리 선생님은 당진의 기지시 줄다리기 예능보유자신데. 이게 어떤 줄다리기입니까?

◆ 구자동> 줄 제작에서부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줄을 세 가닥 줄로 해서, 아주 튼튼하게 만드는데요. 줄 틀이라는 고유의 우리 틀을 이용해서 하고. 유교, 불교, 민속신앙인 유불선 집합으로 축제를 하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줄다리기는 어떤 줄다리기입니까?

◆ 구자동>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민속 줄다리기가 있어요. 이번에 등재된 줄다리기 중에서 기지시, 영산 줄다리기는 국가 지정이고 또, 지방시도지정 문화재도 몇 개가 있어요. 그 줄다리기를 모두 합쳐서 협의단체가 돼 있는데, 공동으로 그렇게 신청을 했죠.

◇ 김현정> 아, 그러면 각 지역 줄다리기들을 다 합쳐서 들어가는 거네요.

◆ 구자동> 그렇죠.

◇ 김현정> 우리가 학창시절에 했던, 그러니까 한 줄 잡고 양쪽으로 쭉 늘어서서 잡아당기기 했던 그 줄다리기는 어느 지역 줄다리인가요?

◆ 구자동> 아, 그거는 스포츠 줄다리기라고 봐야 되고, 등재된 것은 민속 줄다리기입니다.

◇ 김현정> 그게 좀 다른 거군요, 그러니까.

◆ 구자동> 형태가 달라요.

◇ 김현정>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스포츠 줄다리기이고, 이번에 등재가 된 건 전통 민속줄다리기인데요. 전통 민속 줄다리기하고 스포츠 줄다리기의 다른 점은 뭔가요?

◆ 구자동> 줄의 모양이 우선 달라요. 기지시줄다리기 같은 경우에는 원통 줄에다가, 젖줄과 곁줄을 붙여가지고서 수많은 사람들이 당길 수 있는 형태의 줄을 만들거든요.

◇ 김현정> 줄이 하나 있고 거기에 지네발처럼 곁가지가 나 있는거군요?

◆ 구자동>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이 줄은 만드는 데도 상당히 걸리겠는데요?

◆ 구자동> 그렇죠, 줄꾼이라고 그러죠. 줄 만드는 사람들이 30일 동안 기초작업을 해 놓으면, 원통 줄을 만드는 날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가지고 잔치 분위기 속에서 풍물을 쳐가며, 막걸리를 먹어가며 이렇게 막.

◇ 김현정> (웃음) 풍물을 쳐가며 막걸리를 마시는 축제시간인 거예요, 그 만드는 과정 자체가.

◆ 구자동> 네, 그렇게 해서 큰 원통줄이 만들어지는 거죠.

◇ 김현정> 그 원통줄은 굵으면 얼마까지 굵습니까?

◆ 구자동> 머리둘레가 1.8m, 직경이 1m 정도 돼요. 무게만도 40톤이 되는 그런 거대한 줄을 만들죠. 이것을 만든 장소에서 줄다리는 데까지, “으여차, 의롭게 가고, 또 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가는데만 3시간이 걸립니다.

◇ 김현정> 그 구호 한번 외쳐주시겠어요,선생님?

◆ 구자동> “으여차! 으여차!” 구호를 외치면서 한 발짝 한 발짝씩 가는 겁니다.

◇ 김현정> 없던 힘도 솟겠습니다, 그 정도로. (웃음)

◆ 구자동> 그렇죠.

◇ 김현정> 줄다리기 인간문화재, 구자동 선생님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줄다리기 잘하는 비법 같은 게 좀 있습니까?

◆ 구자동> 단합이 돼야 이기는 거거든요. 10명이 똑같이 힘을 써야 이기는 거지. 분산해서 힘을 쓰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아무리 저쪽에 거인 같은 사람이 한 명 있더라도 그 팀에 힘이 모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세요.

◆ 구자동>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 김현정> 어떻게 힘을 모읍니까?

◆ 구자동> 리더가, 지휘하는 사람이 구령을 붙여야죠.

◇ 김현정> “으여차! 으여차!” 이런 것들, 으쌰으쌰 이런 것들. 그렇게 해서 이기면 운동회에서는 점수를 주잖아요. 농촌에서는 어떻습니까?

◆ 구자동> 한 팀이 이기잖아요. 이긴 팀끼리 추첨을 해서 1등에 당첨이 되면 황소 한 마리를 줍니다.

◇ 김현정> 황소 한 마리, 대단한데요.

◆ 구자동> 그렇죠, 아주 재미있어요.

◇ 김현정> 이기는 쪽에 따라 의미도 다르다면서요?

◆ 구자동> 네. 여자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요. 남자줄이 이기면 온나라가 재앙이 없이 평화롭다는 그런 의미인데. 승부를 떠나서 너와 내가,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단결과 화합을 상징하는 그런 줄다리기죠.

◇ 김현정> 누가 이기든 좋은거다? (웃음)

◆ 구자동> 그렇죠. (웃음)

◇ 김현정> 후학들도 많이 양성해 주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 구자동>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전승하려고 하는 전승자들이 아주 구하기가 어려워요, 지금.

◇ 김현정> 국가의 지원도 좀 우리가 바라야겠습니다. 잘 전승해 주시고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 끊으시기 전에 오늘 한 주 시작하는 월요일이니까요. 힘들 내시라고 힘차게 줄다리기 구령 한 번 외쳐주시면 어떨까요?

◆ 구자동> “으여차, 영차, 으여차!” 줄다리기를 해 주시면 건강도 하시고 집안에 복도 오고 그렇습니다! 매년 4월 둘째주 우리 기지시줄다리기 큰 행사도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고맙습니다. 줄다리기 인간문화재 구자동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