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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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인선 (삼척시 탕곡리 주민),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

- 삼척 탕곡리 주민 "멧돼지 계엄령.. 집밖에 못 나서"
요사이 멧돼지들의 습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올해 들어 강원지역에서만 총 83건, 즉 3일에 한 번 꼴로 멧돼지가 사람 앞에 출몰했는데요. 특히 지난 15일에는 삼척의 한 야산에서 겨울 약초를 캐기 위해 산에 올랐던 주민이 멧돼지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멧돼지 공격이 아주 흉폭했고요. 또 멧돼지를 쫓기 위해서 개를 4마리나 데리고 갔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우선 피해를 당한 분과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한 분 만나보죠. 삼척시 가곡면 탕곡리에 사는 김인선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나와계세요?
◆ 김인선> 네.
◇ 김현정> 지금 동네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 사건 터지고 나서.
◆ 김인선> 전부 다 밤에 텔레비전 앞에 붙어 있고 걱정되죠. 내가 올해 70년 살았는데 이런 변은 참 처음 봤어요. 매일 산돼지, 산돼지 해도... 떼로 몰려들어서 사람 다치게 하는 걸 근래 들어 본건 처음이거든요. 이래서 시골이 살기가 어렵습니다. 밖에 어디 나가지를 못할 정도입니다, 사실.
◇ 김현정> 바깥에도 못 나갈 정도로. 겁나서 못 나갈 정도로?
◆ 김인선>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번 피해 사건. 몇 분이 같이 산에 오르신거예요?
◆ 김인선> 두 분이요. 겨우살이라는 풀이 나요. 약으로 좋은. 그것 따러 간건데, 낮은 쪽으로 간 사람이 다치고 그래서 사망한 거죠. 이빨로 확 긁었대요.
◇ 김현정> 물어뜯은 건가요?
◆ 김인선> 네. 그래 가지고 피를 많이 쏟으니까, 그런데 (사고 난) 장소가 거리가 머니까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죠. 같이 간 사람이 자기도 물렸는데 자기 옷을 찢어서 자기가 지혈시킨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죽을 때 그걸 붙잡고 그냥 죽었답니다.
◇ 김현정> 그 산에 오르실 때 개를 4마리나 데리고 가셨다면서요. 그러니까 보통 개를 데리고 가면 멧돼지를 피할 수 있다, 주민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 김인선> 그렇죠. 사냥개니까 도망가죠.
◇ 김현정> 그런데 소용이 없었던 거예요, 사냥개도?
◆ 김인선> 소용 없죠.
◇ 김현정> 소용이 없었던 거예요. 지금 밤에는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계시다고요? 흉흉하다고.
◆ 김인선> 지금 모두 모여서 가능하면 산에도 오르지 말자. 바깥으로 어두워지면 나가지 말자 이런 상태입니다.
◇ 김현정> 마을 분위기가 얼마나 어수선할지 제가 상상이 됩니다.
◆ 김인선> 네. 많이 어수선 합니다.
◇ 김현정> 아무쪼록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되겠어요.
◇ 김현정>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고맙습니다.
◆ 김인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피해자와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한 분 김인선 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우리가 멧돼지에 대해서 알고 있던 상식이 좀 잘못됐던 걸까요. 아니면 멧돼지의 습성이 포악하게 변한 걸까요. 왜 이렇게 멧돼지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또 사건의 형태도 달라지는 건지. 전문가 한 분 모셔보죠.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야생동물 전문가세요. 박병권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소장님, 나와계십니까?
◆ 박병권>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사람 앞에 나타나기는 했어도 이렇게 물어뜯는 경우까지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요. 그런데 사람까지 이렇게 흉악하게 공격하는 사고가 이번 주에만 2건 발생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 박병권> 사실 이번 주라고 하는 것에 가장 큰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12월부터 1월까지가 보편적으로 야생 멧돼지의 교미 시기예요. 동물들은 교미시기에 가장 예민하고 또 경쟁관계에 있는 또 다른 성분이 나타나면 싸움을 걸 수밖에 없는 여건이거든요.
◇ 김현정> 교미시기에는 공격적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예민하고 공격적이고?
◆ 박병권> 그렇죠. 그때 사람을 만난거고, 긴장관계, 그런 것이 유지된 환경에 만났던 겁니다.
◇ 김현정> 꼭 이번 주가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서 전반적으로 많아진 느낌도 받거든요.
◆ 박병권>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멧돼지를 위협할 수 있는 포식자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동물을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포식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학습효과가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 김현정> 예전 같으면 포식자가 어떤 게 살았을까요?
◆ 박병권> 예를 들면 늑대, 시라소니, 삵, 담비, 표범, 호랑이. 이런 친구들이 한 번만 만나면 다시는 못 올 만큼. 놀라서 못 올텐데.
◇ 김현정> 그러니까 멧돼지들이 겁나는 게 없는거예요.
◆ 박병권> 그렇죠.
◇ 김현정> 그런 이유 때문에 멧돼지들이 점점 흉악하게 사람을 공격해 온다, 이런 말씀. 원래 떼 지어서 다닙니까? 4마리, 6마리 이렇게 다니는 게 습성인가요?
◆ 박병권> 돼지는 사실 시력이 상당히 약해요. 그래서 무리를 이룰 때 훨씬, 천적 오는 것, 뭔가 지나가는 걸 더 빨리 알아채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단위 생활을 하는 게 익숙해 있어요. 게다가 한 마리의 암컷이 가임기가 되면 여러 마리 수컷이 경쟁적으로 딸려 다니고요.
◇ 김현정> 시력이 안 좋아서 떼를 지어 다니는 것도 있고, 겨울이 교미기간이다보니 결국은 떼를 지어서 다니는 멧돼지들을 우리가 많이 발견하고, 그만큼 위험은 더 높아졌다는 말씀이세요.
◆ 박병권> 그렇죠.
◇ 김현정> 안 여쭐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산을 등산하다가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피해야 하는 게 최선입니까?
◆ 박병권> 멧돼지는 수평시력이라고 해서 앞을 보는 시력이 상당히 약해요. 그런데 보통 성인이 만약에 170cm의 키를 가지고 있다면, 150cm 정도 이상의 나뭇가지에만 올라가면 공격을 피할 수 있어요. 그것도 어려울 때는 가장 높이를 가진 바위, 그 바위에 올라가 숨는 게 좋고요.
만약에 사전에 준비를 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야외에서 활동한다면 팔, 다리가 많이 흔들리잖아요. 이게 약간 어른 어른하게 보입니다. 이런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자동우산이 있어요. 스위치를 켜면 딱 켜지는 거. 딱 마주쳤을 때, 피할 방법이 없을 때 그 둥근 우산을 딱 펴서 그 뒤에 숨어 있으면 그 멧돼지는 우산밖에 못 봅니다. 그래서 어른거리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람이 피하는 데 방법이 될 수가 있고요.
◇ 김현정> 이번 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개를 4마리 데리고 갔데요. 그런데 보통 개를 데리고 가면 멧돼지를 쫓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이분도 역시 멧돼지 쫓으려고 개를 4마리나 데리고 갔고. 그런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건 왜 그렇습니까?
◆ 박병권> 멧돼지는 개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개가 짖어대는 소리가 싫으니까 잠깐 피할 정도일 뿐 대부분 멧돼지가 이깁니다.
◇ 김현정> 개떼가 짖는 소리가 귀찮고 시끄러워서 피하는 거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었다? 또 하나는 멧돼지를 만나면 갈지자로 도망을 가면 된다. 그럼 멧돼지 눈이 어른어른거려서 못 잡는다 이런 속설도 있었거든요.
◆ 박병권> 그런데 멧돼지가 질주할 때 평균시속이 50km 가까이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산에서 뛸 때 20km 넘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걸 몇 발짝 못 가서 바로 공격당하거든요. 갈지자 형태는, 갈지자로 달릴 수 있는 고라니 종류라면 피할 수 있어요, 아주 신속하게. 그런데 사람은 어렵다는 거죠. 그것도 사실은 바람직한 회피방법이 못 됩니다.
◇ 김현정> 잘못된 인식들이 많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 좀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 박병권> 사실은 우리 산림정책의 가장 큰 틀은 민둥산을 없애자. 숲에 많은 나무가 사는 것이 보기 좋다 이런 것을 가장 큰 모토로 삼았거든요. 앞으로는 산의 일정 높이나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라면 일정 부분을 벨트형태로 아니면 긴 띠 형태로 나무를 좀 잘라내서 멧돼지가 굳이 민가로 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풀이 많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거예요.
◇ 김현정> 멧돼지들이 먹는 풀이 많이 살 수 있는 산의 일정 부분을 만들어놓으면 거기에서 멧돼지들이 서식할 거다?
◆ 박병권> 두 번째는, 결국은 적극적으로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이에요.
◇ 김현정> 개체수는 너무 늘어났는데, 포식자가 없다 보니까. 아무쪼록, 더 이상 이런 끔찍한 사건은 없어야겠고요. 특히 주로 농촌에 사는 분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거든요. 농작물 피해도 마찬가지고요. 대책을 강구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소장님.
◆ 박병권>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한국도시생태연구소 박병권 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