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6(수) 구라리 야동리 대가리 죽이리...이장님들 생각은?
2015.12.16
조회 158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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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상화 (대구 달성군 구라리 이장), 임태정 (충북 증평군 죽이리 이장)



여러분 제가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마을 이름을 불러드릴 건데요. 잘 들어보세요. 야동리, 대가리, 방광리, 발리, 구라리, 죽이리. 장난치는 거 아니고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마을 이름들인데. 이게 온라인상에 요즘 알려지면서 큰 화제입니다. 듣는 우리야 재미있지만 이 마을에 사는 분들은 이름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아서 개명 신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별난 이름의 마을에 사시는 두 이장님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대구 달성군 구라리의 이장님, 또 충북 증평군 죽이리 이장님 나와계세요. 먼저 구라리의 전상화 이장님, 안녕하세요.

◆ 구라리 이장> 안녕하세요. 구라리 이장 전상화입니다.

◇ 김현정> 그리고 죽2리의 임태정 이장님도 나와 계시죠?

◆ 죽이리 이장> 네, 안녕하세요. 임태정입니다.

◇ 김현정> 두 분도 인사 한번 나누세요.

◆ 구라리 이장> 안녕하세요.

◆ 죽이리 이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구라리 이장님, 죽이리라는 마을이 있다는 것 아셨어요?

◆ 구라리 이장> (웃음) 저도 몰랐습니다.

◇ 김현정> 죽이리 이장님, 구라리라는 곳 아셨어요?

◆ 죽이리 이장> 몰랐고요.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 김현정> (웃음) 서로 마을 이름을 들으니까 어떠세요?

◆ 죽이리 이장> 재미있는 이름도 있지만 혐오스러운 이름도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말씀 나온 김에 죽이리 이장님, 거기는 왜 이름이 어떻게 하다가 죽이리가 됐어요?

◆ 죽이리 이장> 아, 원래는 죽리였었어요.

◇ 김현정> 아.. 죽리? 대나무 죽으로 죽리?

◆ 죽이리 이장> 죽리였었는데 이제 행정리가 1리와 2리가 나눠지면서 죽1리, 죽2리 이렇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죽2리인데, 읽을때 발음이 죽이리가 되는거군요? (웃음)

◆ 죽이리 이장> (웃음) 맞아요.

◇ 김현정> 구라리 이장님, 거기는 어떻게 하다가 구라리가 됐습니까?

◆ 구라리 이장> 전해지는 말로는, 신라 35대 경순왕이 이 마을 경치가 아주 좋다고, 아홉번이나 왕림했다해서, 구라리라고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전부 다 좋은 의미인데, 이게 참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으시다고요?

◆ 구라리 이장> 저희 마을에 천주교 성당이 있었는데, 그 천주교 성당 간판을 구라성당이라고 동네 이름을 따서 붙였었어요. 그런데, (웃음) 구라 친다고, 이렇게 인식이 잘못돼서 간판을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이름을 또 바꿨습니다. (웃음)

◇ 김현정> 성당 이름을 바꿔버렸어요? 하도 놀려서. (웃음)

◆ 구라리 이장> (웃음) 네.

◇ 김현정> (웃음) ‘구라’라는 단어가 거짓말의 속된 표현이다보니까. (웃음) 성스러운 성당을, 사람들이 구라를 잘 친다고?

◆ 구라리 이장> 또 식당 간판도 구라식당이라고 해놨더니, 구라 잘 치는 식당이다, 이래 돼 가지고 간판을 또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 김현정> 참 웃으면서 얘기를 하지만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어요. 죽이리 이장님, 죽이리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죽이리 이장> (웃음) 더 심하죠. 구라리 같은 동네는, ‘거짓말만 시키는 사람만 있는 동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 김현정> 네.

◆ 죽이리 이장> 그런데 저희 마을 같은 경우에는 죽이리라고 하면, 누구를 꼭 살인을 하려고 준비된 동네 아니냐 이런 얘기도 듣고요.

◇ 김현정> 차라리 구라리는 낫다? (웃음)

◆ 죽이리 이장> 그게 낫죠. 거짓말을 시키는 동네가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사람을 죽이려하냐면서.. 죽이리, 죽이리 하면서 정말 상당히 놀림을 많이 받았거든요.

◇ 김현정> 동네 아이들은 놀림 받고 집에 와서 울고 이랬을것 같은데요?

◆ 죽이리 이장> 그렇죠. (웃음)

◇ 김현정> (웃음) 제가 자꾸 웃어가지고 죄송하네요. 마을 이름을 바꾸실 만도 한데, 죽이리는 행정명은 신청을 해서 바꾸셨고, 법정동은 못 바꾸셨다고요?

◆ 죽이리 이장> 법정동까지 바꾸려면, 행정자치부에서 50여 가지 관계되는 공문서를 고쳐야 한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복잡하니까 법정명은 못 바꾸고 행정명 이름만 원통리로 바꿨어요.

◇ 김현정> 그러면 행정명만 바꿨다는 것은, 동네 간판, 지명이 들어간 간판은 바꿀 수 있었겠네요.

◆ 죽이리 이장> 그렇죠. 다 바꿨죠. (웃음)

◇ 김현정> 땅 문서라든지 어떤 서류에 들어가는 것, 지도에 들어가는 것 이런 것들은 다 못 바꾸신 건가요?

◆ 죽이리 이장> 그런 것은 이제 죽리로 들어가면 표시가 되니까 1, 2리가 안 되고 죽리가 표시가 되어 있으니까 바꿀 수가 없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구라리 이장님은 어떠세요? 마을 이름 바꿀 생각 없으세요?

◆ 구라리 이장> 저는 3대째 구라리에 살고 있는데. 동네사람들도 그렇고 바꿀 마음은 없습니다. (웃음) 3대째 살고 있는 우리 동네는 참 좋습니다.

◇ 김현정> 웃지 못할 일도 생기고 오해도 받고 놀림도 받지만, 그래도 오래된 지명이라 정감있다?

◆ 구라리 이장> 네, 아주 오래된 3대째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이고요. 마을 옆이 달성습지, 낙동강이거든요.

◇ 김현정> 참 예쁜 동네군요?

◆ 구라리 이장> 옛날 어른들 말씀 들으면 옛날에 보부상들이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그런 상업지역이었다고도 해요.

◇ 김현정> 그렇군요. 죽이리 이장님, 마을 이름이 혐오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꾸기는 했지만, 이 마을도 만만치 않게 자랑거리 많은 마을이죠?

◆ 죽이리 이장> 그렇죠. 저희 마을에는 원님이 원에서 관리했던 포전이라고. 세금 제도, 이런 게 저희 마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 역사성이 있어요.

◇ 김현정> 죽2리는 이제 일제시대에 지어진 이름이라 들었는데, 그래서 또 바꾸는데 의미가 있었겠네요. 구라리하고는 또 다른 차원이네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동네 이름을 꼭 바꾸고 싶다는 마을이 있으면 제가 찾아보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서 조례개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니까요. 혹시 들으시는 분 중에 우리 동네도 어떻게 해봐야 되겠다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고요. 두 분 이장님, 오늘 재미있는 시간 고맙습니다.

◆ 구라리 이장> 감사합니다.

◆ 죽이리 이장> 감사합니다.

◇ 김현정>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주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대구 달성군 구라리의 전상화 이장, 충북 증평군 죽이리의 임태정 이장 두 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