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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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5(화) "논문 3점, 책은 5점..표지갈이에 빠진 교수님들"
2015.12.15
조회 112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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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영찬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현직교수 179명이라니..참담
-교수 승진승급시 연구실적 요구
-논문 KCI 등재시 3점, 책은 5점
-표지갈이 관행, 2-30년은 됐을 것
-폐쇄적인 교수 사회, 적발 쉽지 않아


현직 대학교수 179명이 검찰에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의 혐의는 일명 표지갈이. 즉 남의 책을 표지만 바꾼 뒤에 자기가 쓴 새 책인 것처럼 둔갑시켜서 출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데요. 단일사건에 이렇게 많은 현직교수가 기소된 건 처음이라 대학도 우리 사회도 참 당황스럽습니다. 최고의 지성이어야 할 대학교수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이분과 함께 짚어보죠.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의 본부장을 지낸 분이세요. 연구윤리를 담당해 온 분이죠.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배영찬 교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배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배영찬>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전직도 아니고 현직교수 179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이 상황, 참 같은 교수로서 어떤 생각 드십니까?

◆ 배영찬> 상당히 놀랐고요. 굉장히 참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 김현정> 표지갈이라는 게 대체 어떻게 하는 거죠?

◆ 배영찬> 일단 원저자께서 책을 갖다가 출간을 하고 그 다음에 안의 내용을 하나도 안 바꾸고 그냥 이름을 저자 외에 한 사람을 끼워주든가 아니면 원저자 없이 그냥 다른 교수 이름으로 책을 바꿔서 내는 것을 표지갈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말 그대로 표지만 가는 거네요. 속은 하나도 안 바꾸고?

◆ 배영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논문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 서로 동료나 제자 이름 하나씩 넣어주고 아니면 내용 약간 바꿔서 자기 표절을 한다든지 이런 건 우리가 많이 들어왔어요. 이건 그러니까 논문이 아니라 출판하는 책, 서적인 거죠?

◆ 배영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도대체 책에 표지만 이렇게 바꾸고 새로 낸다는 거죠?

◆ 배영찬> 글쎄요. 저는 다른 것보다도 아마도 승진 승급.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올라가든가 아니면 호봉이 올라갈 때 교수들은 연구 업적을 대학에서 요구를 받습니다. 그럴 때 보면 논문 편수당 점수를 얼마씩 매겨가지고 점수도 몇 점 이상 되어야지 승진이나 또는 승급을 하게 되는데 그게 모자라게 되면 이런 편법을 쓰게 되는데. 사실 저희 대학 같은 경우에는 국내 서적이라도 200페이지 이상 되는 책을 한 편 저술하게 되면 연구 점수가 5점이에요, 그게.

◇ 김현정> 5점. 그냥 5점이라고 그러면 감이 안 잡히는데.

◆ 배영찬> 그래서 제가 다른 것과 비교를 해 드리면 한국연구재단에서 우리나라 국내에 있는 논문을 평가를 해가지고 인정을 해 주는 게 KCI라는 게 있어요. 거기에 등재가 되려면 어느 정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되는 그런 학술지만 저희가 등재를 해 주는데. 거기에 논문 한 편을 쓰게 되면 3점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KCI에 등재된 학술지에 내 논문이 하나 실린다라고 하면 그게 3점.

◆ 배영찬>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책 한 권을 내면 5점.

◆ 배영찬> 5점, 그러니까 책 한 권에 대해서 다른 부정행위가 없이 했을 때는 굉장히 크게 저희가 점수를 부여를 하는데.

◇ 김현정> 사실은 책 한 권 내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니까요, 제대로 낸다면.

◆ 배영찬> 네. 제대로 내면 만만한 게 아닌데 이렇게 표지갈이해서 내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냥 KCI 등재지에 내는 논문보다 거의 2배 가까운 점수를 받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주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 부분이군요. 이제 이해가 됩니다. 바로 그 부분. 논문이 한편 학술지에 실리려면 연구를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 배영찬> 적어도 한 1년 정도가 소비가 돼죠. 실험을 하고 분석을 하고 그다음에 그 실험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도 해 봐야 되고 등등등 하면 1년 정도 걸려야지 KCI 등재지에 한 편 정도 낼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게. 그러면 책을 원래 쓴 원저자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원저자도 오케이를 한다는 겁니까? 내 책에 표지만 바꿔서 네가 다시 내, 이걸 오케이 한다고요?

◆ 배영찬> 그걸 오케이를 해 줬으니까 했겠죠. 모르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리고 출판사도 오케이를 한 거예요.

◆ 배영찬> 그렇죠. 출판사에서 어쩌면 제안을 했을 수도 있고 전부 다 암암리에 전부 다 묵인이 돼서 한 것이기 때문에 연구 윤리로 보면 굉장히 사실 심각한 문제거든요, 이게.

◇ 김현정> 정말 심각하네요.

◆ 배영찬> 예. 상당히 심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원래 책을 쓴 원저자는 도대체 왜 뭐가 득이 되기에 오케이를 했을까요.

◆ 배영찬> 동료 교수가 승진승급을 하는데 점수가 모자란다든가 했을 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고 또 거기에 나온 인세가 또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게 아마 교과서로 채택이 되게 되면 한 과가 적어도 60명 정도가 되기 때문에 꽤 많은 학생들이 사게 되면 그것도 아마 경제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그런 모든 게 아마 이렇게 복합이 돼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출판사는요? 출판사는 책이 더 나가니까 이득이 되겠군요.

◆ 배영찬> 그렇죠. 출판사는 재고떨이도 할 수 있고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기 때문에 아마도 가담을 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현정> 이게 요즘 들어서 갑자기 짠하고 시작된 건 아닐 것 같아요. 179명이나 이번에 기소가 된 걸 보면, 적발된 걸 보면.

◆ 배영찬> 한 2, 30년은 된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계속 그렇게 됐었으니까.

◇ 김현정> 그걸 다 알면서도 그냥 눈감아주고 쉬쉬하고 온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 배영찬> 아마도 같은 과에서 알아도 어떻게 하지를 못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이 됩니다, 같은 과 교수들.

◇ 김현정> 왜요?

◆ 배영찬> 그것을 해야 되는데. 그런 것 하기가 굉장히 힘든 게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의 교수사회이기 때문에.

◇ 김현정> 워낙 폐쇄적이니까, 우리 대학의 시스템이라는 게. 교수끼리 다 연결되어 있고. 다른 학교 교수들도 다 연결돼 있는. 가족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이런 고질적인 병폐가 절대 드러나지 않는. 그냥 자기들끼리만 덮고 가면 아무도 모르는 이게 2,30년 동안 지속이 되었다는 거예요. 이제야 좀 의문이 좀 풀리네요. 또 특이한 건 적발된 교수들의 99%가 이공계입니다.

◆ 배영찬> 네, 그게 참 저도 같은 이공계 교수로서 깜짝 놀랐었는데. 인문계의 경우에는 교수들이 국내에서 활발한 저서활동을 하고 있고 저술활동이 더 그 학교에서는 더 인정을 받는 그런 연구풍토가 돼 있고 또 많은 연구자들이 저서를 갖다가 인용을 많이 합니다. 아마도 지금같이 표지갈이를 하게 되면 바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표지갈이와 같은 부정행위는 발생하기가 굉장히 힘든 구조인데요. 이공계의 경우는 사실은 국내의 무슨 저서라든가 아니면 국내에서 나오는 논문 같은 것은 별로 그렇게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고 전부 다 해외 논문, 해외 저술, 국외에서 나온 논문가지고 전부 인정을 받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교수들이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거예요, 거기에.

◇ 김현정> 이 말이 맞네요.

◆ 배영찬> 아무도 모를 수밖에 없어요, 이거는.

◇ 김현정> 이공계 사람들은 연구할 때 외국 자료를 주로 인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연구한 건 크게 이용을 안 하기 때문에 표지갈이를 해도 들통이 안 난다는 얘기네요.

◆ 배영찬> 그렇죠. 아무런 관심이 없고 아무도 알지 못하고. 그런 상황이죠.

◇ 김현정> 아니, 그래도 그렇죠. 179명 현직 교수가 기소가 될 정도라면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데.

◆ 배영찬> 그렇죠. 그래서 사실 제가 보기에는 1차적인 책임은 연구자 자신이 가장 크고 2차적인 책임은 대학도 저는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대학에서 교수들이 낸 연구업적 자료들을 검토를 안 했다는 그런 것도 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눈 감아준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거예요.

◆ 배영찬>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게 나타나면 연구자 자신뿐만 아니라 해당 대학도 어떻게 좀 책임을 물려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생각이 저도 드네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 179명 기소가 되고 나면 일단 이분들 학교에서 어떻게 다 퇴출되는 겁니까?

◆ 배영찬> 아마도 학교에서는 다들 교수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사회에서 아마 용납을 못할 것 같아요.

◇ 김현정> 이 사건 이렇게 불거지고 나면 교수님들 한동안 고개 못 들고 다니시겠는데요.

◆ 배영찬> 그렇습니다. 좀 그런 게 있네요. 이번 기회에 교수사회도 자정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반성을 해서 잘못된 건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엄격하게 모든 것을 다 하지 않으면 계속 아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번 기회에 제대로 뿌리 뽑고 가야겠습니다.

◆ 배영찬>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배영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을 역임했던 분이세요.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배영찬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