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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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30(수) 물대포 농민 딸 백도라지 "새해엔 기적 일어날까요"
2015.12.30
조회 110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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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도라지 ('물대포 중상 농민' 백남기의 딸)

김현정의 뉴스쇼 이번 주 이 시간은 ‘특집 <올해의 장면>’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오늘이 세번째 시간인데요. 올해 잊지 못할 또 잊지 말아야 할 장면 하면, 지난 11월 14일 광화문의 풍경도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렸던 그 날, 시위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서 물대포를 쐈고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은 농민 백남기 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죠. 이 모든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졌었는데요. 그 후, 경찰의 과잉진압이다 아니다 폭력시위 탓이다, 이런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습니다. 그날 이후 백남기 씨는 여전히 혼수 상태인데요. 11월 14일, 광화문 현장을 올해의 한 장면으로 꼽으면서 오늘 농민 백남기 씨의 큰딸 백도라지 씨를 직접 연결해 보죠. 백도라지 씨 나와계세요?

◆ 백도라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남들한테는 굉장히 즐겁고 설레고 그런 연말인데, 우리 백도라지 씨한테는... 조금 이번만은 다른 느낌이실 것 같아요.

◆ 백도라지> 그렇죠, 아무래도.

◇ 김현정>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요즘은?

◆ 백도라지> 요즘에 계속 병원 왔다갔다 하고 그때마다 아빠 보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상태 지금 어떠세요?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 백도라지> 아빠 상태는 처음에 병원 실려왔을 때랑 비슷한데 계속 의식은 없으시고... 그리고 심장은 자력으로 뛰고 있는데 그 외에 호흡이라든지 이런 건 스스로 다 못하시거든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의식이 깨어나기는 되게 어렵다고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이 상태로 6개월, 1년 이렇게 계실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어요.

◇ 김현정> 그래요. 백남기 씨, 아픈 기억이지만 우리가 잠깐만 돌아가 보죠.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던 날, 그 날. 아버님이 집회에 참가하신다는 것을 가족들은 알고 계셨어요?

◆ 백도라지> 엄마는 알고 있었고 저희는 몰랐죠.

◇ 김현정> 그러면 따님들은, 자녀들은 아버지가 그 자리에 가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하고 있다가... 병원이다, 응급실이다, 이때부터 연락받으신 거예요?

◆ 백도라지> 네, 그러니까 시위 현장에서 집에 가려고 다들 사람들 찾아서 버스 타고 이런 상황이었는데 아빠가 안 보인다고 엄마한테 연락이 먼저 왔나 봐요. 그리고 아빠를 찾기는 했는데 물대포에 맞은 것 같다고 한다고. 그래서 저는 그때만 해도 젖은 정도겠거니 생각을 했었고요.

◇ 김현정> 몸이 젖은 정도... 물대포를 맞으셨으면 몸이 젖어 있는데. 왜 병원 응급실까지 가셨을까 이렇게 생각하셨어요?

◆ 백도라지> 네, 의식이 없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요. 정말 너무 기가 막혔었죠.

◇ 김현정> 정말 어떤 시간이었을까. 상상이 잘 안 되네요. 경찰이 물대포 쏘고 아버님이 맞고... 그 동영상을 혹시 자녀들도 찾아보셨어요?

◆ 백도라지> 저랑 남동생은 봤고요. 여동생은 아직도 못 봤어요.

◇ 김현정> 왜요?

◆ 백도라지> 너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잖아요. 그래서 여동생이 못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차마 못 보겠다고?

◆ 백도라지> 네.

◇ 김현정> (백도라지 씨는) 보시고 어떠셨어요?

◆ 백도라지> 보고...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고. 아빠가 중간에 한 번 이렇게 넘어져서 앉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서 있으시다가. 그때만 경찰이 쏘는 것을 멈췄어도... 이 정도로 다치시지는 않지 않았을까 그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가지고요.

◇ 김현정> 한번 정신 차리고 앉으셨을 때, 그때만이라도 멈춰줬으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지경으로 중환자실에 누워계시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

◆ 백도라지> 네.

{IMG:1}◇ 김현정> 그런데 그 후에 어떤 논란이 일어났냐하면, 경찰에서는 그날 집회 참가자들을 전문 시위꾼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대통령은 IS처럼 복면 쓰면 안 된다. 복면 쓰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에 비유하기도 하고. 이런 논란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어떠셨습니까?

◆ 백도라지> 모인 분들이 12만명, 13만명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다... 전문 시위꾼이었을까? ‘전문 시위꾼’이라는 단어도 너무 이상하고요.

◇ 김현정> ‘전문 시위꾼이다.’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자체가 가슴이 아프시고.

◆ 백도라지> 네. 테러리스트라는 말 자체가 너무... (테러리스트) 그 사람들은 사람 죽이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과 저희 아빠랑 같다고 얘기하니까. 제가 생각했을 때는 기가 막힌 게... 당한 저희 가족 입장에서는요.

◇ 김현정> 그래요. 참 아픈 장면인데. 올해를 쭉 돌이켜 볼 때 어떤 상징적인 장면이 됐습니다. 그날의 그 사건. 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 주며 지금 만나고 있는데.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백도라지> 34살이요.

◇ 김현정> 직장인이라시던데. 백남기 씨의 딸이 아닌 평범한 30대 직장인의 눈에 비친 올 한 해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30대 직장인 눈에 비친.

◆ 백도라지> 정말 엉망진창이었던 것 같은데요.

◇ 김현정> 백남기 씨 딸이 아니어도...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세요?

◆ 백도라지> 네. 아이를 키우는 그런 동료들, 친구도 있는데... 너무 아이를 키우기가 힘든 사회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사회 전체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보육정책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자꾸 바뀌고 있고. 뭐 저희 회사 선배분들, 다 유치원 보내는 게 너무너무 힘들다고. 경쟁률이 160:1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육아전쟁, 30대 주부면서 직장인들은 육아 전쟁. 또 20대 눈에 비친 모습 말하라고 하면 취업전쟁 얘기를 할 거고. 우리가 허탈한 웃음, 헛웃음이 나는데. 내년에는 좀 달라져야 됩니다. 2016년 개인적인 새해 소망이 있다면.

◆ 백도라지> 그래도 기적이 일어나서 아빠가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아버님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다시 한 번 식탁에 앉아서 다섯 가족이 식사하실 수 있는, 그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백도라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2015년 올해의 장면 세번째 시간이었습니다. 11월 14일 광화문에서 물대포에 맞아서 쓰러진 백남기 씨. 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