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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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5(화) 디즈니픽사 한인 애니메이터 "의대 접고 만화 잡아"
2016.01.05
조회 75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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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재형 (디즈니·픽사 애니메이터)

요즘 의대 경쟁률이 대단하죠. 그런데 의대를 마치고 인턴도 마치고 레지던트 1년차 과정을 밟다가 만화를 그리겠다면서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혈혈단신 할리우드로 떠난 사나이가 있습니다.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터로, ‘토이스토리’, ‘인사이드아웃’ 같은 유명한 만화영화가 이 사람 손에서 그려졌습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 마침 새로운 만화 ‘굿다이노’ 홍보 차 고국에 방문을 하셨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김재형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재형>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국을 잠깐 방문하셨다고요.

◆ 김재형> 네. 작년 초에 오고 이번에 1년 만에 왔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제가 애니메이터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이게 쉽게 말해서 애니메이션 그리는 사람. 만화영화 그리는 사람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 김재형> 네. 예전에는 손으로 그리는 그런 애니메이션들도 많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하시면 되는데요.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컴퓨터를 이용해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애니메이터가 영화 속의 연기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설명 듣고 나니까 더 어려운데요. (웃음) 그러니까 종이에다가 여러 장 그려서 수백장을 후루룩 넘기면 그게 움직이는 모양처럼 되는 그런 만화영화가 이제 아니죠.

◆ 김재형> 기술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인형극 한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저희를 위한 인형이 이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안에 들어 있고, 그렇게 준비된 인형을 가지고 저희가 한장한장 그림을 그리듯이 포즈를 만들어가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컴퓨터로 하나하나 동작을 세밀하게 잡아가는 작업. 그럼 두 시간짜리는 혼자 다 작업하시는 건 아닐 테고요. ‘토이스토리’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는 몇 명이나 공동작업을 하는 건가요?

◆ 김재형> 보통 작업기간이 3년 반에서 4년 정도, 영화 한 편 만드는데 그렇게 걸리는데요. 4, 500명 정도는 투입된다고 보시면 돼요.

◇ 김현정> 어마어마한 작업이네요.

{IMG:2} ◆ 김재형> 네. 이번 ‘굿다이노’라는 영화에서 제가 작업한 부분 중의 한 부분이, 주인공 공룡인 ‘알로’라는 캐릭터와 그리고 그 친구인 인간 ‘스팟’이라는 캐릭터가 절벽으로 끊어진 길을 건너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 김현정> 공룡하고 인간이 같이 끊어진 절벽을 건너가요.

◆ 김재형> 네. 장면은 한 일곱 장면 정도가 연달아 이어지는데, 그리는데 거의 한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는 걸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한 1분 정도 되는 거예요?

◆ 김재형> 그 정도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60초? (웃음)

◆ 김재형> (웃음) 네. 그런데 1초를 24장으로 나눠서 그리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 김현정> 60초를 그리기 위해서 두 달을 쏟는 그런 정성이니까 이게 정말 진짜처럼 자연스럽지 않게 보이면 그게 비정상이네요. 대단합니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터.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앞에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마는.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세요. 그 어려운 의대 6년 과정 마치고 인턴 1년 하고 레지던트를 하다가... ‘안 되겠다. 나는 만화를 그려야겠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

◆ 김재형> 개인적으로는 철이 늦게 들었던 것 같고요. (웃음)

◇ 김현정> 철이 늦게 들었다? (웃음)

◆ 김재형> (웃음) 그러니까 학생 시절에 그냥 성적이 어느 정도 잘 나오는 학생이었으니까, 그 시절에는 성적에 맞춰서 학교를 가게 되고. 의대라는 곳이... 공부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직접 해 볼 기회가 많지는 않았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면 고등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혼자 만화 그리고 그러던 소년이었던 거예요?

◆ 김재형> 제가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다 선생님께 혼난 이후로는 트라우마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IMG:1} ◇ 김현정> (웃음) 그러면 공부하던 사람이, 갑자기 레지던트 하다가 ‘나는 만화를 그려야 된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 김재형> 제가 어떤 이유로 1년 정도 휴학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도 의사를 직업으로서 겪다 보니까 점점 그런 고민이 깊어지게 된 거죠.

◇ 김현정>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은 뭔가. 나의 꿈은 뭔가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 거군요. 결국은 나는 이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만화영화를 그려보겠다 떠나신건데, 그때 결혼하셨던 나이인가요?

◆ 김재형> 네. (웃음)

◇ 김현정> (웃음) 결혼해서 그야말로 가정도 꾸린 가장이 ‘나 다 때려치고 미국 가서 만화 그리겠습니다.’ 했을 때 가족들 반응, 어땠습니까?

◆ 김재형> 집사람도 당연히 처음에 놀랐는데, 저희 집사람은 짧은 기간에 설득이 됐고요. 장인, 장모님은 그냥 쳐다보기만... (웃음) 하셨고요.

◇ 김현정> (웃음) 멍하니 쳐다보셨어요.

◆ 김재형> 그래도 고마웠죠. 그 부분이 고마웠고요.

◇ 김현정> 부모님, 친부모님은?

◆ 김재형> 그 부분이 가장 긴 기간이 걸렸는데요. 죄송스러웠고. 그런데 그런 부분 때문에 더 지금 일을 잘 해서 보여드리는 게 보상해 드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은 이제 성공한 애니메이터가 돼서 고국에 방문해서 설명회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이런 모습 보면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

◆ 김재형> 그러시리라고 믿습니다. (웃음) 아직 진행형이고요. 실력 있는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고요. 항상 매일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겸손한 말씀이세요. 그 꿈이 정말 아름답다. 대단한 도전과 용기, 모험정신 대이란 생각이 드는데, 최종 목표랄까요. 앞으로 더 이루고 싶습니다. 꿈이 있다면?

◆ 김재형> 조금 단순하지만, 더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게 지금도 꿈입니다. (웃음)

◇ 김현정> 그래요. 더 좋은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통해서 아이들 꿈 잃게 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김재형 씨의 꿈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재형>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였습니다.